배상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배상기 교수
배상기 교수

우리나라 부모의 자녀에 대한 정성은 감동적이다. 그러나 그 정성과 기대가 정말 자녀를 위한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 A군, 부모님은 사회적으로 번듯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다. 그래서 아들은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었다. 그러나 A군은 아토피가 매우 심했다. 아토피로 가려워 긁은 상처 때문에 여름에도 긴 팔을 입고 다녀야만 했다. 또 밤새 잠을 제대로 못 자 수업시간에는 늘 졸았고, 깊은 잠에 빠져 코를 골기도 했다. 그래서 A군과 친하려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 시험시간에도 졸면서 코까지 골았기에 다른 학생들로부터 민원이 제기됐다. 그래서 큰 교실에서 혼자 시험을 보았다.

A군의 담임은 늘 걱정이었다. 그래서 일 학기를 마치고 여름 방학이 가까워진 어느 날, A군의 어머니와 상담 전화를 했다. 담임 선생님은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방학 때라도 공기 좋은 곳에서 A군의 아토피로 인한 고통을 줄이고 건강을 찾을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그러나 A군 어머니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늘 그런 상황을 거쳐왔기에 별 것 아니라고 했다. 아토피는 완치할 수 있는 병이 아니기에, 공기 좋은 곳에서 방학을 보낸다고 해도 더 좋아질 것은 없다고 했다. 그녀는 자녀 교육을 위해 이미 학원에 등록했다고도 했다. 그것도 방학 내내 하루 종일 학원에서 공부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몸이 아픈데 공부라도 열심히 해야 하기에 학원엘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남학생 B군. 이 학생의 부모님은 매우 바쁘다. 아버지가 지방에 근무하기에 최근까지 B군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더 먼 지방으로 발령이 났다. 그래서 좀 가까운 곳에 직장이 있는 아버지가 B 군을 보호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출근 시간만 3시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새벽 일찍 B군이 먹을 밥상을 차려놓고 출근했다. 그래서 B군은 혼자서 일어나 밥을 챙겨 먹고 학교에 오다 보니 지각이 매주 잦았다.

이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B군 담임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어머니와 전화 상담을 했다. 담임 선생님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B군의 장래를 위해서 부모님 중 한 분과 함께 사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아버지가 함께 있다 해도 사이가 좋지 않을뿐더러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오므로 B군을 도울 수 없는 상황이고, 어머니는 주말에만 올 수 있는 상황을 걱정해서 하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B군 어머니는 단호히 거절했다. 자녀의 교육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래도 그 학교가 대학을 잘 보내는 학교이니까, 그 학교를 졸업하면 나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한다는 것이다. B군이 서서히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게 여긴 담임 선생님의 의사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거절한 것이다.

아토피로 생긴 온 몸의 상처를 안고 학원에 가야 하는 A군은 어떤 생각을 했으며, 더운 여름 방학에 긴 팔을 입고 학원에서 하루 종일 견뎌야 하는 A군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부모가 있으되 늘 혼자여야만 하는 B군의 마음은 어떠할까? 정서적으로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B군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부모마다 자녀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자녀가 건강하지 못하면 건강을 걱정하고 건강하게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자녀가 혼자서 외로우면 자녀를 안아주고 품어야 하는 것이 부모의 할 일이다. 또 자녀의 미래를 위한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부모의 당연한 의무이다.

그러나 지금 건강하지 못한 자녀를 그대로 두고, 정서적으로 힘든 자녀를 그대로 두고 미래를 위한 자녀의 교육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을까? 절대 아닐 것이다. 자녀의 교육 때문에 자녀에게 하는 지금의 부모 행동이, 자녀의 미래를 위한 자녀 교육에 절대적으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필자를 포함한 많은 부모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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