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후 대화고 교사

최승후 대화고 교사

2020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9월 6일(금) 시작돼 9월 10일(화) 마감됐다. 전국의 수험생들은 수시 6장 카드의 최적 조합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커다란 폭풍이 휩쓸고 간 것 같은 시간을 보낸 후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다.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와 추천서 마감일이 너무 촉박해서 수시 원서접수 후에 수험생들이 너무 혼란스러웠다는 점이다. 

9월 8일 경인교대, 9일 국민대, 서울대, 연세대, 10일 건국대, 고려대, 동국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서울교대, 이화여대, 한국외국어대 등 수도권 주요 대학이 원서접수 마감과 함께 자소서도 제출해야 했다. 많은 수의 수험생이 수시원서 접수 당일에도 대학과 학과를 고르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게 현실인데도 이를 감안하지 않고 자소서 접수를 서둘러 마감하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항공대(9월 27일), 서강대 학업형(11월 19일)을 제외하고는 9월 12일까지 마감한 대학이 많았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자소서를 마감한 가톨릭대, 경기대, 성신여대, 아주대, 인하대, 중앙대 등의 대학은 상대적으로 여유를 갖고 자소서를 검토하여 제출할 수 있었다. 

추천서도 마찬가지다. 9월 9일 서울대, 10일 고려대, 공주교대, 11일 경희대,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POSTECH(포항공과대), 12일 KAIST(한국과학기술원) 등 9월 12일까지 마감한 대학이 많았다. 자소서와 마찬가지로 16일에 마감한 이화여대, 중앙대는 교사들이 좀 더 수월하게 추천서를 꼼꼼히 입력할 수 있었다. 일반고의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이 높다 보니 담임교사가 추천서를 10명 이상 입력해야 하는 경우도 꽤 있다. 이럴 경우 서류제출 기간에 쫓겨 양질의 추천서가 나오길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대학의 학사일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대학 평가자들의 의견과 자소서 기간을 너무 벌려 놓았을 경우 수능 준비에 방해가 된다는 학교 현장 교사들의 의견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수시 원서접수 후에 일주일 정도는 서류제출 시간을 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학생부 기재 제한 조건의 강화와 입력 글자 수 축소로 학생부종합전형의 변별력이 약화돼 면접과 더불어 자소서, 추천서는 학생부를 보완해줄 수 있는 중요한 전형자료이기 때문이다.

기록을 보고 선발해야 하는 대학 입장에서도 충실하게 기재된 자소서와 추천서는 필요하다. 두 가지 의견이 맞서면 수험생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급하더라도 학생과 교사들에게 충분한 기재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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