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 직격탄 받은 일부 대학 ‘매매’ 시장 기웃
대학 판 ‘러스트 벨트’ 우려한 지역사회가 ‘인수자’ 물색 돕기도
‘대기업-유수대학’ 공식 깬 사례…‘건설사업 주요지역 부수효과 노렸나’
‘관료 출신 총장’ 구설…“건설업, 경기 부침 심하지만 대학에 지속 투자해야”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부영은 왜 ‘재정지원제한대학’ 창신대를 인수 했을까?”.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재정지원제한대학 명단에 창신대 이름이 오르며 대학가에 이 같은 ‘물음표’가 던져졌다. 그간 △대우(아주대) △두산(중앙대) △삼성(성균관대) △한진(인하대) △현대중공업(울산대) 등 대기업들이 이른바 상위권 대학에 지원투수로 나서며 ‘윈윈(win-win)’ 전략을 펼친 사례는 많지만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받고 있는 지역대학은 도움의 손길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지원제한대학 발표 한 달을 앞두고 건설회사 ㈜부영그룹이 창신대에 손을 내민 데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창신대 인수는 그간 국내외 교육 기관에 꾸준히 기부해 온 부영의 또 하나의 통 큰 투자 행보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 직격탄을 맞은 일부 대학들이 암암리에 ‘매도’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영이 창신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대학가 관계자들은 의문을 품고 있다.

■ 부영, 줄곧 초·중·고등교육에 투자…창신대 전액 장학금 약속에 수시 ‘선전’ = 부영은 그간 초·중·고등교육에 있어서 두루 투자를 이어왔다. 부영은 전남 화순 능주중·고, 서울 덕원여중·고와 덕원예고를 운영하며 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서강대·연세대·서울대 등 국내 주요대학 10여 곳에 그룹 교육문화재단인 우정재단 이름으로 건물을 신축해 기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중근 회장이 40만㎡ 규모의 한전공과대학(KEPCO Tech) 캠퍼스 부지 무상 기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월 창신대를 인수한 후에는 2020학년도 신입생 전원에게 1년 전액 장학금(입학금+등록금)을 지원키로 했다.

최근 마감한 2020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창신대는 492명 모집에 2670명이 지원해 5.42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경남권 사립대 중 경쟁률 1위를 기록했다. 작년 6.4대1(454명/2904명)보다 하락했지만 올해 입시 수험생의 수가 전년대비 6만명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라는 평이다.

특히 재정지원제한대학에 해당하는 4년제 11개 대학 중 학자금대출상환 100% 제한대학인 신경대·창신대·한국국제대·한려대·경주대·부산장신대·제주국제대와 50%제한대학 가야대·금강대 김천대·예원예대 중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이 같은 선전은 부영그룹이 파격적 장학제도를 들고 나온 것이 큰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학과별로 1년간 572만원에서 836만원의 장학금을 지원받는다. 부영그룹은 이를 위해 1년간 약 30억원의 재정을 투입할 예정이다.

■ 대부분 의대 보유 ‘상위권’ 大 원해…지역 소규모 대학 인수는 ‘이례적’ = 이처럼 부영이 그간 이어 왔던 투자에도 불구하고 유독 창신대 인수와 관련해서 제기되는 의문에는 이유가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유사대학 등장 등의 이유로 대학이 이른바 ‘사양 산업’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힘든 상황에 이르자, 전국적으로 ‘매도’를 추진하는 대학이 암암리에 많다는 게 대학가 얘기다.

특히 지난해 12월 27일 ‘먹튀방지법’으로 알려진 사립학교법 개정안(일명 서남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대학들이 왕왕 매도를 시도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비리를 저지른 사립학교 법인이 폐교 명령을 받을 시 남은 재산은 친인척이 운영하는 법인에 넘기지 못하고, 전액 국고로 환수된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기 전 대학의 운영권을 넘겨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교육계 한 주요 관계자는 “부영이 대학을 인수하기 전 대학 관련 지표를 다각도로 파악해 봤을 것이고 창신대가 여러 가지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이 대내외적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매도 시장에 나온 대학들 중 한 대학을 택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교육연구소 한 연구원도 “특히 대기업의 경우 그간 병원 건립이나 유지를 위해 의대를 보유한 대학 인수를 추진하거나 유수 학생이 몰리는 상위권 대학 위주로 인수를 고려해왔다. 이번 인수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 지역대학과 기업 ‘합심’…지역 공동화 현상 예방 = 창신대가 위치한 창원시가 연결고리가 됐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그 지역의 ‘파워’가 대학 유치나 생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이나 경기도를 벗어난 지역일수록 대학의 의미와 가치는 크다. 대학이 폐교에 이를 경우 유입인구나 지역 경제 활성화에 타격이 크다. 이른바 대학 판 ‘러스트 벨트(Rust Belt)’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경제와 상생 구조를 띠고 있는 지방 대학의 경우 상권 붕괴와 함께 공동화 현상도 겪는다.

김한수 경기대 교수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공한 ‘폐교대학 부지 활용 보고서’에 따르면 청산 절차가 완료된 경북외국어대학교를 제외하고는 성화대·벽성대·한중대 등 대부분 폐교 대학은 접근성이 낮고 근린시설과 지역상권이 없었다. 김 교수는 “서남대의 사례에서 살펴봤듯이 대학이 폐교하면 해당 지역경제는 붕괴 수준에 이른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에서 대학의 가치가 큰 만큼 대학 유치나 매도, 인수 등의 과정에서 알력도 심하다. 교육계 한 인사는 “대학 매매를 알선하는 모 법인에서 경기도 내 A대학의 매수 여부를 문의해온 적이 있다”면서 “하지만 정권에서도 힘이 막강하고 주요 직책을 맡은 지역구 의원이 있어 좌초됐다”고 밝혔다.

창신대가 위치한 창원시도 지역대학의 존립은 주요 사안이다. 대기업인 부영이 창신대를 인수한 것에 “지역사회 발전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만큼 창신대 지원 사격에 나선 모양새다.

여영국(정의당·창원 성산) 의원은 최근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분류된 창신대에 대한 신중한 재평가를 촉구하기도 했다. 여영국 의원은 “대학교육협의회의 2019년 인증평가에서는 기준을 통과한 창신대가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된 것은 대학평가 기준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것”이라며 “창원지역 대학교육 공동화를 막기 위한 정책적 평가 요소를 반영해 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이번 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민주적 운영’과 ‘지역사회에서 공공적 역할’ 분야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사회도 함께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영국 의원실 보좌관은 “비리 등이 불거졌던 과거사로 논란이 있었지만, 기업이 인수해서 추가 투자가 이뤄지고 공공적으로 운영이 된다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창신대 운영 체제가 부족했던 부분은 정상궤도에 갈 수 있도록 공동협력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창원 산업단지와의 연계도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 횡령·배임 구속 후 가석방…항소심 재판 중 ‘사회공헌도’ 높이기(?) = 그럼에도 창신대는 여러 가지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기업의 책무 중 하나로 꼽히는 ‘사회 공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부영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이 회장이 횡령과 배임 등으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 공헌’을 통한 긍정적 이미지 쇄신책 전략이라는 주장이다.

앞서 이중근 회장은 임대아파트의 분양 전환가를 실제 공사비보다 부풀려 부당이득을 챙기는 등 임대주택법을 위반하고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4300억원 규모의 회삿돈을 배임·횡령한 혐의로 2018년 2월 기소된 바 있다.

주업인 아파트 건설과 분양의 성공을 위한 포석이라는 말도 나온다. 2년 전 해당 지역에서 4000여 세대 아파트 미분양 사태를 겪은 부영은 최근 창원시에 비슷한 규모의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관계자는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이 회장이 고등교육 기관에 투자한다는 것은 사회 공헌도를 높여 재판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고자 하는 기대감도 있을 수 있다”면서 “특히 최근 창원시에서 임대·분양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지역 대학의 건재로 인구 유입이 이뤄질 경우 본업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관료출신 총장은 방패막이 용?…경기 부침 심한 ‘건설’,“대학에 투자 꾸준해야” = 대학 인수 후 이뤄진 ‘인사’도 구설에 오른다. 그간 대학가에서는 교육부 고위관료 출신들이 비리 대학의 총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데 우려가 이어져왔다. 사립대의 비리나 부실한 학사운영 등을 견제하지 못한 채 방패막이 구실에 치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영은 지난 8월 창신대를 인수한 직후 이사장과 총장을 비롯해 창신대 이사진을 부영 추천 인사로 교체했는데 이사장에는 신희범 전 창원시 부시장 겸 현 법인임원이, 총장에는 이성희 전 경주대 총장이 취임했다.

이성희 총장이 앞서 경주대 취임한 당시 상황을 돌아보면, 경주대 학교법인은 조직적인 부정입학 비리 등으로 국정감사를 받기 직전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이 총장을 선임해 방어막을 쳤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교육부 고위관료 출신인 이성희 총장이 임명되면서 경주대 일부 구성원들 사이에 내홍이 일기도 했다. 이 총장은 경주대의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 등의 고난을 풀지 못한 채 경주대를 나왔다.

이성희 총장은 교육부 감사관과 학교자율화추진관, 제주특별자치도 부교육감, 대구시교육청 부교육감,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 교육부 기획조정실장, 대통령 교육비서관, 신한대 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경기에 부침이 심한 ‘건설업’ 특성상의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최근 몇 년간은 건설회사가 호황을 누렸지만 건설경기가 하락하면 그야 말로 추풍낙엽처럼 일감이 떨어지는 등 경기 민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이름을 올렸다가 결국 폐교된 한중대는 설립자가 자신이 세운 건설회사에 교비를 끌어다 쓰는 등의 비리를 저지르다 결국 퇴출됐다”면서 “부영이 최근 임대·분양 사업에 선전하고 있지만 건설업은 경기 상황에 따라 부침이 심하기 때문에 이왕에 인수한 창신대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인수 결정은 사회기여의 일환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게 부영그룹의 입장이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국내 대학교육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창신대의 사정을 접하게 됐고 지역사회의 인재 양성과 사회기여를 위한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창신대를 선택했다”면서 “재정기여 및 교육 지원을 통해 창신대가 특성화된 강소대학으로 발전하도록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