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호 연성대학교 기획처장

이현호 연성대학교 기획처장
이현호 연성대학교 기획처장

부분 최적의 합이 전체 최적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부분의 최적화를 가지고 전체의 최적화를 이룰 수 없다는 의미다. 이는 대학의 운영 논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학은 교육, 산학협력, 학생지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운영된다. 대학은 나름대로의 조직체계를 갖추고 책임 주체를 정해 각 영역들을 효과적이고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관리감독하면서 대학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정책당국과 유관기관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대학 운영을 구성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최적의 해법들을 찾으려는 각개의 노력들은 보이나, 이를 합치면 결코 최적이라 볼 수 없는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대학기본역량진단, 기관평가인증, 교원양성기관평가, 간호교육인증평가 등 대학은 각종 평가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각종 재정지원사업 평가, 안전 및 정보보안 관련 진단평가, 회계 점검이나 감사 등을 합치면 일년 내내 평가 중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최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전문대학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 운영진단안을 제시하고 의견수렴 및 파일럿테스트를 거쳐 최종 확정한다고 발표했다. 진단 항목이나 지표를 살펴보면 대학기본역량진단 만큼이나 촘촘히 설계돼 있다. 전담 부서나 인력에 대한 요구도 있다. 최근 대학들은 유연한 학사제도, 교육과정 및 교수학습의 혁신을 위해 기능적으로 전문화된 조직체계를 갖추어 가고 있는데 여기에 전문학사과정과 전공심화과정을 분리해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맞는 접근일까? 전공심화과정 운영 관점에서는 전담 조직과 인력을 통해 실행력을 높일 수 있겠지만 대학 전체의 관점에서는 역량 분산의 위험이 있다. 대학의 재정적 여력이 부족해 자원(resource)을 무작정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평가가 시행된다면 대학들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땜질식 처방이 우려된다. 부분 최적화가 전체 최적화로 연결될 것 같지는 않다.

지난 8월,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시안)이 발표됐다. 그런데 진단 지표를 보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교원확보율 지표를 보면 겸임·초빙교원을 많이 확보해야 유리하다. 이는 현장중심 교육이 중요한 직업교육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정 운영 부문에는 비전임교원 담당 학점 대비 강사 담당 학점 비율 지표가 있다. 아직 산식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상태는 아니지만 지표명으로 볼 때 강사제 도입 이후 강사 운영에 부담을 느낀 대학들로 인한 급격한 강사 수의 감소를 막고자 하는 의도의 지표로 보인다. 문제는 이 두 개의 지표가 서로 상충된다는 것이다. 대학은 좋은 진단평가를 받기 위해서 겸임교원 수를 늘려야 할까? 강사 수를 늘려야 할까? 아니면, 둘 다를 늘리기 위해 전임교원 수를 줄여야 할까? 전임교원확보율 지표 때문에 그건 답이 아닐 것이다. 그럼, 전체 강좌 수를 늘리면서 교원 자체의 풀(pool)을 키워야 할까? 그럴 만한 재정 여력이 있는 대학이 몇 개나 될까? 국고 지원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학혁신지원사업비 등 재정지원사업비로는 사업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산중교수 등 극히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원 인건비를 책정할 수 없다. 결국 한정된 자원에서 대학이 교원관련 지표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부분을 희생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또한 부분 최적화가 전체 최적화로 연결될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전임)교원확보율의 만점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2020학년도를 대비한 교원 채용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 입장에서는 어떤 채용 전략을 갖고 가야 할지 막막하다. 이런 상황이 자칫 대학 간 과열 경쟁을 부추겨 대학 자원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까 우려스럽다.

눈, 코, 입 등 얼굴을 구성하는 부위별로 가장 아름다운 미인들을 선별해 그 부위들을 모아서 얼굴을 구성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 나올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실제로는 못생긴 얼굴이 나온다고 한다. 대학을 둘러싼 각종 평가와 지표들 각각은 관련 영역에서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좋은 목적과 취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다 합하면 못생긴 대학이 나올 수도 있다. 대학 관련 각종 평가계획 수립 시 전체 최적화를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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