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헌 연암대학교 스마트원예계열 부교수

채상헌 연암대학교 스마트원예계열 부교수
채상헌 부교수

작년에 일본의 농촌공간을 활용한 6차 산업현장 탐방을 다녀왔는데 주변 환경을 보여 줄 필요가 있어 망설이던 출국 전날 드론을 구입해 갔다. 드론을 처음 만지는 상태에서 첫 출격지가 해외 파병인 셈이었다. 하지만 나는 경험상 믿고 있는 구석이 있었는데, 바로 유튜브 채널이다.

사용법 동영상을 저장해서 기내에서 보거나 현지에서 널찍한 농촌 들판 등을 찾아 영상을 보며 연습했다. 그 결과 적당히 필요한 영상을 얻는 것은 물론, A4 용지 크기의 정해진 장소에 착륙시켰더니 일행들이 놀랐다. 미리 동영상을 통해 드론의 그런 기능을 알았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식은 이제 대학에 있지 않다.

나는 작년부터 세 개의 교과목에 새로운 시도를 해오고 있다. 미리 학습자료를 짧은 동영상 등으로 제작해 인터넷 카페에 제공하는 거꾸로 강의(플립드 러닝)와 더불어 수업시간에는 현장의 전문가나 경험자를 초청하는 패널 토크 형식도 도입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학습을 통해 얻은 내용이나 소감을 해당 게시물에 댓글로 적게 했더니 반응도 좋고 학습 참여도가 크게 높아졌다. 나아가 이번 학기부터는 일부 수업장면을 유튜브에 올리는 온라인 공개수업(MOOC)도 시도 중이다.

학생들은 언제든지 정리된 수업내용을 다시 볼 수 있고 청강을 요구해 온 일반인들에게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더불어 우수학생 자원확보를 위한 홍보의 효과까지도 얻고 있다.

넘치는 지식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대학교수는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을 제공하고 좋은 지식과 정보의 장소와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자의 역할일지도 모른다. 요컨대 전문가인 교수가 학생에게 자신의 노하우와 지식 등을 지도하는 티칭에서 학생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적절한 피드백으로 도움을 주는 코칭하는 시대다.

나아가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갖는 산업체 전문가와의 멘토링과 학생 개개인과 상담과 조언 역할을 하는 카운슬러가 교수의 중요한 역할이 되고 있다. 그러자면 현장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산업체 방문이든 강연이든 끊임없이 현장에 빨대를 꽂아 현장의 피를 학생들에게 수혈해야 실제의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교수는 교재에 밑줄 그으며 읽다가 시간이 되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던 시절의 교수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바쁘다. 이제 대학이 문제 해결의 경험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배우는 법’을 터득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큰 흐름이다. 예전과 달리 웬만한 지식과 정보는 유튜브와 인터넷에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로잔연방공대는 총 강좌 중에서 지식을 가르치는 강의형 과목 비율을 50% 아래로 낮추는 게 단기 목표이고, 학생들이 생각하고 문제 해결하는 과목을 50% 이상으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한다.

요컨대 강의를 듣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 보며 배우는 Learning by doing`과 `실패로부터 배우는 Learning by failure`의 방식을 주장하는 셈이다.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대학은 ‘적어야 산다’고 주장했던 교수의 칠판과 파워포인트 강의실에서, 정보화 시대에 적응하는 교수만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시대로 들어섰다. 전문대학은 더욱 그러하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