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교육부가 오랜 세월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온 무시무시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의혹 논란에 대해 교육부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과 관련해 실태조사와 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실태조사 명단에 오른 대학은 건국대, 광운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포항공대, 춘천교대, 한국교원대, 홍익대 등 총 13개 교다. 이들 대학은 수시접수가 이제 막 끝난 시점이어서 학종 본 평가에 들어가야 하는데 ‘왜 하필 지금이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또 그동안 학종을 늘리라고 하더니 이제는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토로했다. 심지어는 선정 기준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한 대학도 있었다.

작금의 상황을 따져 보면, 학종 실태조사를 촉발시켰던 것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의 대입 특혜 의혹 이후 문재인 대통령 지시가 있었던 게 결정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 제도 개편 논의를 검토하라고 지시하자 여기에 맞춰 교육부는 관련 논의에 곧바로 돌입했다. 학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나서기로 한 것이다. 교육부의 신속한 대응에는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다.

교육부의 학종 실태조사와 감사도 문제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부가 학종을 다루는 접근 방식에 있다. 교육부 수장인 유은혜 부총리의 발언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종이) 10여 년간 확대되면서 왜곡이나 편법, 불법까지는 아니어도 부모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져 계층 격차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며 “그 부분에 대한 불신이 정시 확대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 학종이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굴절되는지, 부모 힘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기 위해 실태조사를 하는 것이다. 대안을 만들기 위한 실태 파악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교육부의 개선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학부모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수 있는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 영역을 폐지하는 것이다. 다음은 자사고·특목고를 일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걱정과 의문이 동시에 존재한다.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한 존속과 폐지를 놓고 ‘밀실 논의’로 학종을 손질하려고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부모의 사회적 지위, 경제력, 정보력이 자녀 입시 결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인과관계를 정확히 밝힐 수 있느냐다. 이해 당사자인 교사와 학부모가 빠져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각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 문제에서 비롯된 위기를 대학 입시 제도 개편이라는 ‘여론 환기용’으로 악용한다는 점도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학종 실태조사 논란을 빚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적‧경제적 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얼마나 다양한 학습기회를 제공하느냐에 있다. 이게 바로 공정성의 핵심이다. 지금 정부를 향해 입시 공정성을 확보해 달라고 외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부러진 교육계층 사다리를 복원해달라는 것이다. 교육부가 대학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실태조사는 단기적 처방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절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학종과 부모의 경제력을 따져 보겠다는 접근 방식으로 부러진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교육부의 발상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