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교육부가 대학 ‘현장’을 등한시한다는 것은 백번을 따져 봐도 크나큰 결격사유다.

교육부가 정책을 내놓거나 대학 평가를 할 때마다 늘 나오는 지적이 있다. ‘현장과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현장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뒤따른다. 교육부도 자신 있게 ‘우리는 현장을 잘 안다’고 말하지 못한다.

전문대학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우선 교육부 관계자들이 전문대학을 방문한 일은 손에 꼽는다. 전문대학 관계자들과 만나면 “우리 대학에는 교육부는 물론 정부 관계자가 단 한 번도 온 적이 없다”는 말을 항상 듣는다. 전문대학이 대부분 사립대학이어서 그런 것일까. 하지만 전문대학의 이런 ‘불신’은 국립 전문대학의 상황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유일한 국립 전문대학인 한국복지대학교 행정 책임자가 사무관인데, 교육부에 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9월 26일 본지 주최로 열렸던 ‘2019 전문대학 프레지던트 서밋’ 제1차 콘퍼런스에서 한 말이다. 이 말의 진위 여부는 확인해 볼 일이지만, 이 발언에서 교육부에 대한 전문대학의 뿌리 깊은 불신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이기우 회장은 “교육부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이 전문대학의 현실을 모른다고 단정할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교육부가 현장의 목소리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는 취재기자의 피부에도 와 닿을 정도다. 현장의 애로가 있어 대학이 정책이나 관련 규정의 개선을 요구하면 교육부는 관심도 갖지 않는다. ‘민원’이 아니라 ‘투정’으로 여기고 답변을 미룬다. 그러다가 이 사실을 접한 기자가 취재에 들어가면 그제야 ‘상황 파악’에 나서고 ‘개선을 추진’한다. 취재 도중에 교육부의 태도가 급변하는 것이다. 자주 있는 일이다.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기자의 취재 덕분에 교육부가 관심을 가졌다. 문제가 해결됐다”고 하며 언론의 영향력을 추켜세운다. 이 말이 유쾌하게 들리진 않는다.

교육부가 모든 대학 현장을 일일이 다닐 수는 없다. 게다가 1개 과가 담당하고 있는 전문대학은 오죽하랴. 그러나 이것이 교육부의 변명이 될 수 없는 것은, 전문대학 총장들이 한데 모여 현장의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 ‘코빼기도 안 비치는’ 교육부 관계자들의 안일함이 명확히 드러났던 최근의 일 때문이다.

전문대교협 총회를 빼고, 전국 각지의 전문대학 총장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은 드물다. 다만 본지 프레지던트 서밋은 이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다. 본지 행사임을 아예 배제하고서라도, 여러 지역의 전문대학 총장들이 모여 현장의 이야기를 하는 곳에 교육부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은 것은 전문대학 교육 현장을 무시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날 총장들은 저마다 교육부의 전문대학에 대한 무관심을 성토했다. 이기우 회장이 강력한 발언을 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답이 있는 곳은 현장이다. 교육 문제를 주관하는 유일한 부처인 교육부는 이 말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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