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식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동문회장

박관식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동문회장. (사진=본인 제공)
박관식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동문회장. (사진=본인 제공)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는 한글날을 특별하게 기념한다. 이 날을 동문의 날로 지정하고 매년 모임을 갖는 것이다. 올해도 남산에서 모여 둘레길을 걷고 7행시 백일장을 연다. 동문의 날은 이번이 9회째다. 문예창작과 동문회를 이끌고 있는 박관식 회장은 한글날에 동문 모임을 갖는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10월 9일 한글날에 동문의 날 행사를 하는 곳은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뿐일 겁니다. 문학과 글을 다루는 이들에게 ‘한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삶의 한 방편과도 같죠. 사랑할 수밖에 없는 대상입니다. 이런 의미를 두고, 2011년 조촐한 체육대회를 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부터는 예전 우리 대학 교정의 뒷산인 남산 둘레길에서 행사를 열고 있죠.”

그는 한글의 중요성을 잊어 가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보내기도 했다. 쉽게 한글을 변형하는 것에 대해서도 슬픈 마음을 전했다.

“최근 개봉했다가 그리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한 영화 <나랏말싸미>가 실패한 원인이 무엇일까요. 저는 두 가지로 해석합니다. 한글을 편찬한 세종대왕의 뒷이야기를 담은 영화이지만 한글을 창제하는 데 스님이 관여했다는 실화가 거북했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한글의 어마어마한 중요성을 그만큼 경시하고 있다는 뜻일 겁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한글을 변형한 신조어를 당연하다는 듯이 만들어 쓰는 것도 조금은 안쓰러워요. 물론 그런 말을 하면 구식이라고 욕을 할지 몰라도, 우리 젊은이들이야말로 세계 최고의 문자인 한글을 사랑하는 데 앞장섰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는 걸출한 문인들을 배출했다. 박관식 회장에게 있어 한글과 한국 문학,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는 별개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 그에게 문예창작과 동문들의 왕성한 활동은 큰 자랑거리다. 동문을 자랑해 달라는 질문에 그는 단박에 줄줄이 동문들의 활동을 이야기했다.

“동문들은 한국 문학 현장에서 활동하는 시인, 소설가, 평론가, 아동문학가, 드라마작가 등은 물론 교수나 교사, 신문사, 출판사, 잡지사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서울의 달>, <한 지붕 세 가족>, <유나의 거리> 등으로 유명한 김운경 드라마 작가는 1기 졸업생으로 현재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죠.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선샤인> 등으로 큰 인기를 누린 김은숙 작가,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를 쓴 노희경 작가, <동네 변호사 조들호> 등을 집필한 이향희 작가는 현재 왕성하게 활동 중입니다. 저와 비슷한 시기에 학보사에서 젊음을 불태운 작가로는 조현석·장석남·송용호·이병률 시인과 김선영·신경숙·이용원 소설가가 있어요. 한양여자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인 장석남 시인,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의 황선미 작가,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감에 ‘박관식 형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신승철 소설가는 자랑스러운 입학 동기들이죠.”

소설가의 꿈을 키우며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진학한 그는 문학을 공부하면서도 학보사 편집장을 할 정도로 글로 된 창작 활동에 열심이었다. 졸업 후 매일경제신문사의 주간지 <시티라이프> 창간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퇴사 후엔 국내 최초의 지하철 무가지를 창간했다가 IMF로 실패한 아픈 경험도 있다. 현재도 출판업계에 종사하며 ‘한글’과 붙어 살고 있다.

“원래는 소설가가 꿈이었습니다. 최인훈 선생의 사사로 한때 소설 쓰기에 정진하기도 했죠. 1984년 1학년 가을 고려대 주최 전국대학생 현상문예 소설 부문에 <전당포에 맡긴 여자>를 내 당선된 일이 있습니다. 졸업 후 직장생활에 전념하느라 제대로 된 작품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1990년 중반의 일인데, 신경숙 소설가에게 ‘왜 글을 안 쓰세요?’라는 질문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한동안 먹먹했었어요. 이후 2001년 ‘최인훈 광장 40주년 헌정 신작 소설집’ <교실>에 여러 동문 소설가와 함께 작품을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타계하신 최인훈 선생님이 유언을 남기셔서, 늦게나마 기억에 남을 소설을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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