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열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4일 전문대교협 제출자료 분석결과 발표
최근 5년간 전문대 유턴입학생 7285명 “일반대 상회하는 전문대 높은 취업률이 배경”
‘유턴입학’ 사회적 추가비용 발생은 문제…정부 일자리 창출 계획 확립 계기로 삼아야

지난달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2020학년도 수시 전문대학 입학정보 박람회'의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지난달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2020학년도 수시 전문대학 입학정보 박람회'의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인천재능대학교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윤모씨는 유턴 입학생이다. 서울 소재 S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한 윤씨는 어릴 적부터 가진 간호사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전문대 유턴 입학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그는 “문과 출신으로 생소한 간호학을 잘 배울 수 있을지 많은 걱정이 됐다”면서도 “교수님과의 상담으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일본어 전공 경험을 살려 글로벌 역량을 가진 간호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춘해보건대학교에 다니는 문씨 역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유턴 입학을 선택했다. 문씨도 처음에는 수능 성적에 맞춰, 학교 이름만 보고 일반대에 입학했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흥미를 갖기 힘들었고, 1학년을 허무하게 보낸 뒤 진로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했다고 전했다. 결국 어릴 적부터 하고 싶었던 보건의료 쪽으로 진로를 결정하게 됐고, 춘해보건대학교 작업치료과 신입생으로 입학하게 됐다.

일반대를 졸업한 뒤 혹은 일반대 재학생이 전문대로 ‘유턴’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전문대학 유턴 입학생 통계를 보면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이지 않고 계속될 추세라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청년실업난이 청년들의 발길을 전문대 유턴 입학으로 돌리게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인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은 4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찬열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문대 유턴 입학생이 7285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전문대 유턴 입학생 수는 1525명으로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대학 유턴 지원자 수는 △2015년 5489명 △2016년 6122명 △2017년 7412명 △2018년 9202명 등으로 꾸준이 늘었다.

유턴 입학생 기준 경쟁률도 해를 거듭하며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 전문대 유턴입학 경쟁률이 5.5 대 1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2015년 4 대 1 △2016년 4.4 대 1 △2017년 5.1 대 1 △2018년 6 대 1 등으로 올랐다.

5년간 유턴 입학 계열별 분석 결과를 보면, 전체 7285명 가운데 자연과학 계열이 4262명을 차지해 무려 58.5%에 달했다. 이어 △예체능 계열 1106명(15.2%) △공학 계열 973명(13.4%) △인문사회 계열 944명(13%) 등의 순을 보였다.

취업률이 우수해,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간호학과’의 경우 5년 동안 등록인원이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간호학과는 올해 전문대 유턴 입학생 1525명 중 45%인 686명의 학생들에게 선택을 받았다. 또한 올해에는 ‘물리치료과’와 ‘협동조합경영과’ ‘연기과’ ‘생명환경화공과’ 등의 순서로 등록인원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젊은 청년층의 취업 문제가 핵심적인 사회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전문대가 재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전문대 취업률은 일반대를 매년 상회하고 있으며, 최근 일반대 취업률이 점차 하락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승주 전문대교협 입학지원실장은 “현 청년 세대가 학력주의를 벗어 던지고, 학벌보다는 실력으로 자신이 원하는 분야가 있다면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전공으로 소신 있게 전문대 입학을 다시 선택하고 있다”며 “능력중심사회로의 사회적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57만4009명의 취업 통계를 보면, 전문대 취업률은 항상 일반대 취업률을 앞지르고 있으며 격차 역시 점차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2년 취업률은 전문대가 68.1%였으며 일반대는 66%를 나타냈으며, 두 기관의 취업률 격차는 2.1%p

를 보였다. 2017년의 경우 이 격차는 7.2%p로 더 벌어졌으며, 취업률은 전문대가 69.8%, 일반대가 62.6%로 나타났다.

다만 유턴입학으로 인해 상당한 추가비용이 지출된다는 점은 문제며, 전문대 재입학이 사회적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이어진다. 5년간 전문대를 졸업하기 위해 학생들은 연간 평균등록금과 생활비 등으로 약 2336억원을 추가적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간 지출로 환산하면 508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전문대 유턴 입학생 1인당 비용으로 바꾸면, 학생 한 명이 3300만원씩 더 쓰고 있는 셈이다.

이찬열 의원은 “재입학은 개인에게도 사회적으로도 큰 손해”라며 “단군 이래 가장 많은 교육을 받은 세대지만, 예전처럼 명문대 간판으로 취업이 보장되던 시대는 끝났다. 늦은 취업과 늦은 결혼으로 저출산‧인구 고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적성을 파악해 진로교육과 직업교육을 분리하고, 교육과정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며 “학제개편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학제개편을 통해 졸업연령을 낮추고 교육기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교육비 등에 대한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병진 전문대교협 기획실장 역시 “사회 각 분야 허리인재를 공급하고 있는 전문대학과 청년 취업률 제고를 위해서라도 정부의 체계적인 직업교육정책이 필요하다”며 “일자리 창출 계획이 올바로 확립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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