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의식조사 발표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남북 평화 모드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어지는 일본과의 갈등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연일 시끄럽다.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격변의 시기에 ‘통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주관 하에 대학·연구기관 등 통일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국민들의 인식을 분석하는 자리가 열렸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8일 학내 아시아연구소에서 ‘2019년 통일의식조사 결과발표회’를 열었다고 이날 밝혔다.

통일의식조사는 2007년부터 올해까지 13년째 실시되고 있는 통일 관련 여론 조사다. 통일평화연구원이 매년 갤럽에 의뢰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통일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고, 해당 결과를 분석·토론한다. 이번 결과발표회에서는 총 10여 명의 전문가들이 토론에 임했다. 서울대 외에도 동국대, 인하대, 춘천교대 등 4개 대학 전문가들이 참석했으며,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한국교육개발원에서도 전문가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올해 통일의식조사가 특히 중요한 것은 ‘역동적인 주변국 정세 변화의 영향’이 즐비하다는 데 있다.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등 비핵·평화 프로세스, 7월 한일 무역갈등 등 한반도를 둘러싼 변화가 많은 상황에서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 변화는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는 주제였다.  

이번 결과 발표회는 2개 순서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통일 △북한 △대북정책 △주변국 관계 △탈북자 항목에서 나타난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부에서는 △한국인의 정치적 정향 △한국사회 복합 갈등의 변화 △세대별 통일인식과 정서라는 세 가지 차원에 대한 심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열린 종합 토론은 임경훈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의 사회에 따라 진행됐다. 김일한 동국대 DMZ 평화센터 박사, 박희진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교수,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정동준 인하대 교수, 황인표 춘천교대 교수 등 북한·외교안보·여론조사·교육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토론에 임했다.

1부 발표에 따르면 통일을 염원하는 국민들은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의식 발표를 맡은 김범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통일에 대한 소극적 입장이 한 해 전에 비해 다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통일의 필요성은 2007년 63.8% 이래 지속적으로 하락, 2015년 51%로 최저치를 기록한 후 2018년 59.7%까지 4년간 상승세였지만, 올해는 53%로 다소 감소했다. 

‘군사적 위협’은 통일을 바라는 주된 이유였다. 통일이 필요한 이유로는 남북간 전쟁 위협을 없애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국민들이 통일정책 중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는 과제도 북한 비핵화였다. 이어 군사적 긴장해소, 북한인권 개선,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 순이었다. 

통일이 가져올 이익과 사회문제 해결 등 기대감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정부의 남북관계 정책이나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김 교수는 해석했다. 

북한을 협력대상으로 보는 인식은 54%, 적대대상으로 보는 인식은 10.8%였으며, 북한정권에 대한 신뢰도는 51.6%였다. 북한변화에 대한 인식은 70.9%를 기록했다. 북한인식에 대해 발표한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지난해 평화분위기 조성으로 수렴됐던 대북인식이 올해 들어 지역·세대·정치성향 등의 변수에 따라 의식 분화가 다시 진행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성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원에 따르면 주요 대북 정책의 효용성과 영향력에 대해 국민들은 긍정적인 기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만족도는 55.92%로 소폭 하락했지만, 핵무장 찬성의견은 대폭 감소했고, 비핵-평화 프로세스와 한미공조, 남북교류 협력 확대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뒤따랐다.

주변국 가운데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는 여전히 미국이었다. 71.9%의 응답자가 미국에 대한 호감을 나타냈다. 다음으로 순위가 높은 북한의 19.3%와는 차이가 컸다. 이어 일본 5.3%, 중국 3.3% 순이었다. 발표를 맡은 최규빈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원은 “중미 무역분쟁이 지속되는 와중에 중국을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인식하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고, 미중 갈등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며 “한일 무역분쟁으로 일본에 대한 위협인식이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는 북한이탈주민들을 ‘같은 민족’으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지역에 따라 친근감은 다소 차이를 보였다. 강채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는 탈북자에 비해 오히려 미국인에 대한 친근감이 높았던 반면, 제주에서는 탈북자에 대한 친근감이 미국인에 비해 4배 가까이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어진 2부 발표회에서는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학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김희정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이 각각 주제발표에 나섰다. 

‘한국인의 정치적 정향과 통일의식’을 주제로 발표한 박원호 교수는 정치 지형 변화와 통일의식에 대해 설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전통적인 양당지지 구도가 무너지면서 다수가 된 무당파나 정당 이탈 유권자들은 전통적 보수층에 비해 통일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소득수준·교육수준·지역에 따른 차이가 존재했다. 김학재 교수는 ‘복합 갈등과 통일의식’ 발표를 통해 “통일을 지지하는 경우에도 소득·교육수준에 따른 분화현상이 발생한다”며 “통일을 반대하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과 통일 후 사회적 문제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직업·소득 불안정성이 높은 집단에서 부정적 인식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세대간 통일에 대한 의견 차이는 여전했다. 2015년 가장 컸던 격차가 2018년 가장 작게 줄어들었지만 올해 들어 소폭 상승한 상태다. 다만, 통일 이유에 대해서는 세대간 격차가 줄어드는 모습이다. 작년까지는 20~30대는 ‘전쟁 위협 해소’, 40대 이상은 ‘같은 민족’을 통일을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로 선택했지만, 올해는 40대 이상에서 같은 민족을 선택한 경우가 줄고,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라는 인식이 증가했다.

올해 처음 설문항목으로 추가된 정서와 감정 항목에 따르면, 통일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불안과 동시에 희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별 통일인식과 정서’ 발표를 맡은 김희정 연구원은 “통일에 대한 정서로 가장 큰 것은 희망, 기쁨과 더불어 불안”이라며 “20~30대는 불안정서가 높았고, 40대 이상 연령대에서는 희망정서가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7월1일부터 26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만19세 이상 74세 이하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수행됐다. 표본 오차는 ±2.8%이며, 신뢰수준은 95%다. 조사 방법은 전문 면접원에 의한 1대 1 개별 면접조사로 구조화된 질문지를 사용했다. 조사 결과는 내년 초 단행본으로 출간되며, 8월 사회과학자료원(KOSSDA)에 기탁될 예정이다. 결과 발표회 자료집은 통일평화연구원 홈페이지 국내학술회의 게시판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의식조사를 주관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결과 발표회는 평창올림픽 이후 2년간 전개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과를 점검하는 자리”라며 “중미·남북·한일 관계에 큰 변화가 있는 시기 나타난 통일 관련 여론과 향후 전망을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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