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대는 ‘수의사’만 양성?…졸업생 발걸음은 오로지 ‘동물병원’
비임상 ‘인력난’은 심각…연구·관리 인력 수급은 태부족
반려동물 천만 시대…“펫산업 성장 반영한 인력 양성 이뤄져야”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반려동물 시장규모가 2015년 1조7000억원에서 내년 6조원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하면서 최근 수의과 경쟁률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2018년도 전국 수의대 10개 교의 수시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30.98대 1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의대와 치의대를 넘는 수치다. 일부 대학에서는 수의학과 입학정원을 늘리며 ‘수의사’ 공급 인력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백신 등의 개발이나 공역담당 공무직을 수행하는 비임상수의사 직종은 인력난을 토로하고 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6년 간 대학에서 수의학 과정을 마친 졸업생들의 발걸음이 처우가 좋은 ‘동물병원’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펫산업의 성장은 수의사 말고도 새롭게 생성된 관련 업계 고용 창출로 연결되고 있지만 관련 학과를 설치한 대학은 2019년 4년제 대학 기준으로 원광대(반려동물산업과)를 비롯해 △중부대 (대학원과정: 반려동물행복복지학과)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반려동물학과) 등 5곳에 그치며 관련 산업의 확대와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수의학’ 나와도 “‘비임상수의사’ 만큼은 거부”…속내는 = 반려동물 천만시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반려동물 산업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 시장규모는 2012년 9000억원에서 2020년에는 5조8000억원으로 빠르게 증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아웃도어나 커피 시장, 의료기기 시장 규모와도 맞먹는 수치로 최근에는 '펫코노미(Pet+Economy)'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 같은 인기는 전국 수의대 입시 경쟁률에서도 확인된다. 전국 10개 수의대 수시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2016년 20대 1 △2017년 23대 1이던 경쟁률은 2018년 30.98대 1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일부 대학에서 입학 정원을 최대 50%까지 늘려 △2019년 28.38대 1 △2020년 28.17대 1 등 지원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이들의 진로는 분명하게 양극화돼 있다고 학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현재 우리나라 수의사는 수요 대비 3000여 명 공급 과잉인 것으로 나타지만 비임상수의사는 공급 부족 현상을 지속적으로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수의사 진출 분야의 불균형이 심하다는 뜻이다.

수의학과 6년 과정을 거친 졸업생들이 해당 직군 공무원이나 연구직 등의 비임상수의사로의 진출을 꺼리는 데는 처우 문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한 대학 수의학과 관계자는 “공무원 직렬에 5급 수의직이 있지만 해당 직렬 5급에서는 선발이 이뤄지지 않고 지방 수의직 7급에서만 뽑기 때문에 비교적 낮은 보수 등의 한계로 졸업생들이 기피하고 있는 현실”이라면서 “학생 50명을 기준으로 봤을 때 40명은 동물병원 등 임상직, 5명은 공무원, 나머지 5명 정도만 연구를 위한 일반기업 취업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동물 축산물의 검역을 담당하는 '동물검역관'이 필요하지만 인력난을 겪기는 마찬가지. 김진욱 서울대 동물병원 소속 전임수의사는 “해당 분야 전문가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공중보건학을 2년간 추가로 공부해야 하는데 6년간의 수의학과 과정을 마치고 2년을 추가로 할 경우 8년간 대학생활을 해야 한다는 경제적 부담감이 적지 않다”면서 “정부의 축산검역이나 연구분야 공무원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분야 특별 프로그램 운영이나 정부 지원 등이 이뤄지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수의사는 많은데 관련 산업 전문가는 부족…‘펫산업’ 반영 학과 개설 대학 ‘손 꼽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유망직종에서도 반려동물 관련 직종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반려동물 장의사, 사진작가, 반려동물 옷 디자이너, 반려견 유치원 선생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반려견 요가, 아로마테라피 등의 새로운 직업군도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지자체의 반려동물 정책 또한 반려동물 관련 창업지원과 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 지원 등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유기동물 보호소·반려견 놀이터 조성 등 반려동물 보호·복지 중심이 대부분이던 지자체 관련 사업이 미용, 용품, 사료, 돌봄·치료·장례 서비스 등 점차 세분화되면서 다양한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 분야로 확대되는 움직임이다. 경기도, 광명시, 의성군 등이 반려동물산업 활성화를 위해 창업지원과 중소기업 발굴·육성 사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학 중 반려동물 관련 학과는 5곳에 그치며 산업 변화에 대응하고 있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생명공학과, 동물소재공학과 등 동물 관련 학과 등이 개설돼 있지만 해당 학과들은 과거 축산학과를 모태로 하고 있는 전공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애완동물 산업을 위주로 반영한 교육과정은 드물다.

반려동물 관련 학과를 설치한 4년제 대학은 2019년 신설된 원광대(반려동물산업과)를 비롯해 △중부대 (반려동물행복복지학과)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반려동물학과) △경주대(애완동식물보호학과) △제주국제대(애완동물학과) 등 5곳이다. 건국대는 지난해 반려동물산업 최고위 과정을 신설했다.

신호철 건국대 농축대학원 교수는 ”소나 돼지 등 축산업 관련 가축을 대상으로 이뤄졌던 과거에 비해 요즘은 반려동물이 주된 진료 대상이 되다보니 수의과 대학에서도 반려동물 관련 학문 분야 중요도가 인식되는 등의 작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한 대학 관계자는 “반려동물의 간호나 관리, 반려동물과 교감을 활용한 동물매개치료, 반려동물 사료와 용품 개발, 반려동물 행동 전문가는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변화되는 산업 수요에 맞게 신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반려동물 관련 전문가 양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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