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 = 부정부패 척결(24.4%). 대학생들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 1위로 꼽았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부정부패 척결(18.9%)이 빈부격차 해소(31.8%)에 이어 2위였다. 그러나 올해는 1위로 올라 섰다. 조사 기간(9월 2일~9월 11일)을 감안하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대학생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적폐청산을 외치며 촛불을 들었고, 촛불의 힘으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8월 9일 개각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명한 뒤 조국 장관은 딸의 입시·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이에 조국 장관은 공정성과 개혁의 아이콘에서 적폐의 아이콘으로 급락했다. 수많은 대학생들이 조국 장관의 임명 반대를 주장하며 촛불을 들었다. 바로 이것이 대학생들의 부정부패 척결 주문으로 모아졌다.

2위는 경제성장(21.2%)이다. 경제성장은 2017년 8.9%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부정부패 척결과 함께 2위를 차지했다. 취업난 장기화의 슬픈 자화상이다. 대학생들은 경제성장으로 취업의 문이 활짝 열리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3위는 빈부격차 해소(17.7%)다. 다만 지난해에 비해 순위가 두 계단 하락했다. 4위는 정치적 안정. 응답률은 13.3%다.

○ 신뢰하는 집단 = 自矜自恃(자긍자시). ‘스스로를 자랑하고 스스로를 믿는다’는 의미다. 어쩌면 대학생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사자성어다. 대학생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뢰하는 집단 1위로 대학생(16.1%)을 선택했다. 현재 대학생들은 Z 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에 속한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라고도 불린다. 강한 개인주의 성향이 Z 세대 특징의 하나다. 따라서 대학생들이 신뢰하는 집단 1위로 대학생을 선택한 것은 자연스럽다.

2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의사(11.2%)가 차지했다. 의사는 2017년 4위(9.5%)에서 지난해 2위로 뛰어 올랐고 올해도 2위를 차지, 대학생들의 변함없는 신뢰를 얻었다. 시민단체가 지난해 4위에서 한 계단 상승하며 3위(9.0%)를 기록했다. 4위는 회사원(8.9%). 반면 교수(교사)는 지난해 3위(10.3%)에서 두 계단 하락, 5위(8.3%)를 차지했다. 교수의 미성년 자녀 논문 끼워넣기, 막말, 성추행 등 일련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순위 하락의 원인으로 보인다.

○ 불신하는 집단 = 정치인이 올해도 대학생들에게 외면받았다. 31.5%로 불신하는 집단 1위를 기록한 것. 지난해에도 대학생들은 정치인(31.1%)에게 불신하는 집단 1위의 불명예를 안겼다. 정치인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외친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정치인을 가장 불신한다. 정치인의 당리당략과 정쟁에 대학생들이 싫증을 느끼고 있다.

2위는 21.3%로 언론인이 차지했다. 언론인의 순위는 지난해와 동일하다. 언론인은 정치인과 함께 파워 엘리트 그룹으로 불린다. 그러나 대학생들이 불신하는 집단 1위와 2위로 각각 정치인과 언론인을 선택했다. 정치인과 언론인의 자기반성이 요구된다.

3위와 4위는 순위가 뒤바뀌었다. 지난해 3위였던 사업가(자본가)가 4위(12.7%)에, 지난해 4위였던 법조인이 3위(13.0%)에 각각 랭크됐다. 달리 말하면 법조인의 불신도가 커졌다는 것. 5위는 시민단체(6.2%), 6위는 공무원(5.2%)이 차지했다.

○ 개선이 필요한 정부정책 = 그렇다면 대학생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어떤 정책이 가장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역시 경제정책이다. 응답자의 49.3%가 경제정책(부동산·물가 등)을 선택, 경제정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산업정책(노사문제·고용안정)이 16.3%로 2위를 차지했다. 경제정책과 산업정책은 모두 취업과 직결된다. 그만큼 대학생들이 취업난 해결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난해 조사에 비해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대북·통일정책(10.3%)의 순위 상승이다. 대북·통일정책은 지난해 5.4%로 5위에 랭크됐다. 하지만 올해는 3위로 두 계단 뛰어올랐다. 대학생들은 취업 못지않게 남북문제에 관심이 많다. 이어 복지정책( 8.8%), 교육정책(6.2%), 인사정책(6.0%) 순이었다.

○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 대학생들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성적표에 합격점을 줬다. 1위는 ‘보통’(37.2%)이 기록했지만 긍정비율(대체로 긍정 33.8%+매우 긍정 5.2%)이 39.0%로 부정비율(대체로 부정 18.2%+매우 부정 5.5%=23.7%)보다 높았다. 그러나 올해는 역전됐다. 1위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보통(41.5%)이 차지했다. 그러나 부정비율이 36.1%(대체로 부정 23.2%+매우 부정 12.9%)로 긍정비율 22.4%(대체 긍정 19.5%+매우 긍정 2.9%)를 앞질렀다.

불과 1년 만에 합격점이 낙제점으로 둔갑했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기치로 출범, 대학생들의 지지도가 높았다. 특히 대학생들은 문재인 정부가 공정사회를 실현할 뿐 아니라 청년 취업의 돌파구를 찾아주길 희망했다. 그러나 취업난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공정사회의 희망도 물거품이 됐다. 결국 대학생들은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 문재인 정부의 청년정책 실효성 = 대학생들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당연히 문재인 정부의 청년정책 실효성 평가도 좋을 리 만무하다. 문재인 정부의 청년정책 실효성에 대해 41.3%가 ‘보통’이라고 응답했지만 부정비율이 46.8.%(대체로 부정 34.2%+매우 부정 12.6%)로, 긍정비율 11.9%(대체로 긍정 11.2%+매우 긍정 0.7%)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부정비율과 긍정비율의 격차가 매년 확대되고 있다. 2017년 조사에서는 부정비율 21.4%, 긍정비율 13.2%로 격차는 8.2%p였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27.7%p로 벌어진 뒤 올해 34.9%p로 더욱 벌어졌다. 대학생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문재인 정부의 청년정책이 시급하다.

○ 정치 성향  = 대학생 10명 중 4명은 자신의 정치 성향을 ‘중도’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념, 정치적 입장 등 정치 성향을 묻는 항목에서 46.4%의 학생들이 ‘중도’라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 40.4%보다 수치가 증가했다. 또한 31.9%는 중도 진보, 14.2%는 중도 보수, 5.7%는 진보, 1.8%는 보수라고 답했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중도만 수치가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40.4%가 중도라고 답했다. 중도 진보 33.0%, 중도 보수 16.5%, 진보 7.4%, 보수 28.%였다. 중도는 달리 말해 특정 지지 이념이나 정당이 없다는 것. 결국 대학생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이 중도 비율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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