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대교협 공동기획 대학혁신, 이대로는 안 된다①] “정원감축만이 답은 아니다”
[본지-대교협 공동기획 대학혁신, 이대로는 안 된다①] “정원감축만이 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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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감축식 구조조정에 대학 위기 심화···구조조정 방점은 ‘자율’”

교육부가 대학혁신 지원방안과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이하 2021 진단) 기본계획 시안을 연이어 발표했다. 대학혁신 지원방안의 목표는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 대학을 미래 인재 양성과 지역혁신의 중심축으로 만드는 것이다. 2021 진단의 골자는 ‘대학이 진단 참여 여부 선택 → 참여 대학 대상 진단 실시 → 진단 결과 일반재정지원 대상 선정’이다. 특히 교육부는 2021 진단 결과와 정원감축을 연계하지 않는다. 단 2021 진단에서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반영비율이 확대된다.

대학혁신 지원방안과 2021 진단 기본계획 시안 발표 이후 대학가의 반응은 냉랭하다. 충원율 반영비율 확대는 교육부 주도 정원감축식 구조조정의 연장선을 의미하며, 지역혁신 방안은 디테일이 부족하고, 재정지원 방안이 근본적으로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학가에서 바라는 혁신 방향이 무엇일까? 본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공동기획을 통해 대학이 위기를 넘어 미래로 나아가고, 4차 산업혁명 시대 주역이 될 수 있는 대학혁신 방향을 제시한다.

<글 싣는 순서>

①정원감축식 구조조정에 위기 심화···구조조정 방점은 ‘자율’
②붕어빵식 평가에 특성화 실종···특성화가 대학교육의 미래
③대학 기능 일변도 탈피 시급···다양화로 미래 인재 양성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8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했다.(한국대학신문  DB)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8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했다.(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8학년도 대학 정원(49만7218명)이 유지될 경우 2024학년도에 대학 정원 대비 입학생이 약 12만 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의 2024학년도 입학자원 추정치는 37만3476명이다. 우리나라 대학, 특히 사립대는 등록금 의존율이 60%대에 이른다. 이에 입학자원 감소는 등록금 수입 감소를 의미하고, 결국 대학 존폐에 영향을 미친다. 학령인구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소위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하게 된다.

학령인구 감소, 구조조정 필수 = 교육부는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대학구조개혁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023학년도까지 3주기에 걸쳐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실시하고 대학 정원 16만 명을 감축하는 것이 골자.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2015년 실시됐다. 교육부는 전체 대학을 A 등급부터 E 등급까지 구분, A 등급을 제외하고 등급별로 정원감축을 권고·추진했다. 정원감축 인원은 2만4000명.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변경, 2018년 실시됐다.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이하 2018 진단)을 통해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이 구분됐다. 교육부는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을 대상으로 정원감축을 권고·추진한다. 인원은 1만 명이다.

2021 진단을 앞두고 8월 14일 2021 진단 기본계획 시안이 발표됐다. 2021 진단의 핵심은 ‘대학이 진단 참여 여부 선택 → 참여 대학 대상 진단 실시 → 진단 결과 일반재정지원 대상 선정’이다. 특히 교육부는 2021 진단 결과와 정원감축을 연계하지 않는다. 단 2021 진단에서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반영비율이 확대된다. 이는 교육부 주도로 정원을 감축하지 않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원감축을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무늬만 자율, 교육부 주도 구조조정 기조 유지 =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2021 진단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정부 주도 정원 조정을 목적으로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추진했다. 2018 진단에서는 정부의 인위적 정원감축 정책 기조를 완화한 바 있다. 그러나 대학의 자율성을 보다 존중하고, 평가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21 진단은 대학 현장의 개선 요구를 반영, 대학이 스스로 진단 참여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진단 기능을 일반재정지원 대상 대학 선정 중심으로 재정립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학가에서 2021 진단 보이콧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대교협은 교육부에 대학 의견을 제출하며 2021 진단 기본계획 확정·발표 연기를 요청했다. 교육부의 2021 진단 기본계획 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전국대학노동조합(이하 대학노조)은 2021 진단 폐기와 고등교육정책 전면 전환을 촉구하며 30일 서울에서 대규모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아이로니컬하다. 교육부의 설명대로라면 2021 진단에 대학 현장의 개선 요구가 반영됐다. 그러나 정작 대학가의 반발이 거세다. 2021 진단이 무늬만 자율이고 사실상 교육부 주도 정원감축식 구조조정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대학들이 일반재정지원에 참여하려면 2021 진단에 참여한 뒤 일반재정지원 대상으로 선정돼야 한다. 이를 위해 최소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지표에서 감점 요소가 없어야 한다.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반영비율이 대폭 확대돼 2021 진단에서 최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100% 미만 대학들은 정원을 감축해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을 100%에 맞추는 것이 유리하다. 교육부가 정원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긴 것처럼 보이지만,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지표를 통해 정원 감축을 유도하는 것이다. 결국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와 2018 진단의 구조조정 기조가 2021 진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동욱 대학노조 경기·인천·강원지역본부장은 “박근혜 정권이 대학 통제 수단이자 재정을 빌미로 대학을 길들이기 위해 시행한 대학구조조정정책이 아직도 유효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라면서 “지난 1, 2주기 평가를 진행하며 문제점이 확실히 드러났고 실효성도 없음이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구조조정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교육철학이 부재한 관료 행태이며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정원감축식 구조조정 폐해 심각, 지역대학 직격탄 = 학령인구 감소는 명확하다. 학령인구 감소로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하면 고등교육 생태계가 붕괴될 뿐 아니라 지역사회 황폐화도 초래된다. 따라서 대학구조조정의 파고를 거스를 수 없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통계를 보니 2021년도부터 대학 정원보다 학생 수가 4만명 가량 줄어든다. 대학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초점을 정원감축에 맞추면 폐해가 심각하다. 무엇보다 지역대학이 직격탄을 맞는다.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이 2013년 대비 2018년 지역별 대학 정원을 비교·분석한 결과 전북은 정원이 무려 18% 감소했다. 전국 최다 규모다. 이어 경북·충남 17%, 전남·세종 16% 정원이 감축됐다. 서울은 1% 감축에 그쳤다.

이찬열 위원장은 “지역대학의 고사가 시작되면 인재는 더욱 수도권에 집중된다. 이는 수도권의 안정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구조조정이 원칙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은 인정한다. 그러나 정부 평가가 소위 ‘대학 살생부’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2021 진단도 상황이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반영비율이 확대되면 지역대학, 특히 지역 중소규모 사립대학들이 불리하다. 수도권 소재 대학들에 비해 신입생 모집이 어렵고 다수의 재학생들이 편입과 재수 등으로 중도탈락하기 때문이다.

본지가 대학알리미를 통해 전국 17개 시·도의 평균 대학신입생 충원율(2019년 기준)을 분석한 결과 제주가 86.35%로 가장 낮았다. 전남(95.3%), 경남(96.1%), 경북(96.6%) 등이 100% 미만을 기록했다. 반면 서울·경기·인천은 99%대를 기록했다. 평균 대학 재학생 충원율(2018년 정원 내 기준)도 제주가 89.0%로 최저를 기록했다. 제주와 함께 전남(92.0%)과 강원(94.7%)이 최하위 그룹을 형성했다. 서울(105.1%)과 인천(105.2%)은 100%를 훌쩍 넘었다.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면 지역대학들의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급락이 예상된다.

A 대 총장은 “교육부의 2021 진단은 정원감축을 요구하면서 대학은 허리띠를 더 졸라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면서 “특히 충원율 조건을 더욱 강화하면서 일부 대학만을 재정지원대상 대학으로 선정하면 신입생 충원에 불리한 지역대학 등은 문을 닫으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2021 진단 재설계 필요, 자율에 방점 =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장은 “평가를 통해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등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자율개선대학과 역량강화대학 등으로 낙인이 찍혀 있는데 도대체 몇 점 차이가 나는지, 단순하게 100점 만점에 1점 차이로 그랬다면 1점 때문에 등급이 갈리는 것은 위험한 방식이다. ‘선평가 후지원’이 아니라 ‘선지원 후평가’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

B 대 총장은 “2021 진단의 목적을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 재정지원대상 대학 선정을 목적으로 한다지만 학생 수 급감에 따른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일정 수준 충원율 미달 대학의 폐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향후 2, 3년 동안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모집정원을 100% 채우지 못했다고 부실대학, 문제대학이 아니다. 오히려 교육여건 개선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와 2018 진단에 이어 2021 진단까지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2021 진단의 재설계가 요구된다. 구조조정을 대학 자율에 전적으로 맡기고, 2021 진단을 통해 대학이 고유의 역할과 기능 강화에 맞춰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학령인구 감소, 아니 급감이 예상됨에 따라 교육부가 대학구조조정의 고삐를 더욱 조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학령인구가 급감하면 교육부의 직·간접적 개입이 없어도 대학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는 시대에서 학생이 대학을 선택하는 시대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는데 대학이 생존할 수 있겠는가. 학령인구 급감 시대에 대학이 생존하려면 정원감축을 포함, 체질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권오병 경희대 교수(전 전국대학기획처장협의회 회장)는 “고등교육 대응 당사자인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바람직한 대학구조조정정책 방향은 ‘대학이 자신의 건학이념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가’ ‘대학의 구성원이 얼마나 긍지를 가지고 있는가’ ‘얼마나 좋은 인재가 배출되고 있는가’하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학이 최적화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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