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구 전남 함평학다리고등학교 교장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이제는 어떤 학교에 다니느냐보다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느냐가 더욱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등학교와 대학 간 연계도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그렇다면 고등학교에서는 어떤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가. 고등학교 현장에서 바라본 입시는 어떤 방향인가. 또한 대학과 어떤 방향의 연계를 필요로 하는가. 본지가 이 궁금증에 대해 고등학교 교장을 만나 직접 들어 본다.<편집자 주>

전남 함평군에 위치한 함평학다리고등학교(교장 김선구)는 1945년 지역 주민들이 주축이 돼 ‘호국애족’을 교훈으로 개교해 올해로 제68회 졸업생을 배출했다. 농촌이라는 지역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13년 연속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함평학다리고는 2017년 세 개 학교가 통합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사립고였던 학다리고와 나산고, 공립이었던 함평여고를 통합해 공립으로 전환하고 2018년 함평학다리고로 교명을 바꿨다. 지역 거점 고등학교로 지정되기도 했다.

김선구 교장은 진로진학전문가로서 ‘학교 구성원 모두가 자부심을 지니고 더불어 성장하는 교육공동체의 구현’을 비전으로 삼고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독서와 토론 및 글쓰기를 강조하며 학생들이 자신을 돌아 보고 진로를 설계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김선구 함평학다리고등학교 교장
김선구 함평학다리고등학교 교장

-함평학다리고의 인재상과 교육목표는.
“자율성과 공동체성을 겸비한 글로벌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율적인 사람은 긍정적인 자아 정체성과 자존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진로와 삶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개척하는 사람이다. 타인에게 의존하거나 즉흥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안목을 갖추고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을 지향한다. 또한 공동체성을 지닌 사람은 지역・국가・세계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가치와 태도를 지니고 일상 속에서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이렇듯 자율성과 공동체성을 바탕으로 지역 및 국가 공동체를 넘어서 지구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배려와 포용 및 나눔을 스스로 실천하며 더불어 잘사는 삶을 추구한다.”

-교육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따라 교과를 선택해 알찬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보통 교과를 중심으로 최대한 다양하게 편성했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과 진로진학에 관한 특강, 5회에 걸친 사전 조사, 진로진학상담교사와 담임교사의 세심한 상담 등을 거쳐 70여 개의 과목을 개설했다. 학생들은 농촌 지역의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과학Ⅱ 4과목을 비롯해 자신이 원하는 과목이라면 제한 없이 수강할 수 있다. 학생의 수요가 있으나 교원 수급 문제로 학교에서 개설하지 못한 과목은 전남교육청 주관 온라인 공동 교육과정을 통해서 수강하고 있다.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핵심은 독(讀)‧토(討)‧론(論)이다. 즉 독서‧토론‧글쓰기를 중심으로 학생 참여형 수업과 과정중심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이 연중 운영된다. 독‧토‧론 리더 양성과정, 사제동행 독서활동, 학부모와 함께하는 달빛독서 캠프, 지역 도서관 연계 저자 초청 특강, 저자와 함께 하는 독서 나눔 축제, 디베이트 대회, 독서 퀴즈대회, 독후감 작성 대회 등은 학교가 다년간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엄선한 프로그램이다. 창의적 체험활동 중에서는 특히 학생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학생 자치활동이 활성화돼 있다. 자치활동 역량강화를 위한 학생자치 캠프,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행사, 청소년 유해환경 감시활동, 소통나무, 학다리방송국101 등 학생들이 주도해 운영하는 활동이 매우 다양하다. 학생회가 주관해 운영하는 ‘양심책방’은 독서와 토론 및 글쓰기를 강조하는 그동안의 노력이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 할 수 있다.”

-방과 후 및 방학 중 프로그램에는 어떤 것이 있나.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은 ‘더드림 학교’라는 명칭 아래 학생 스스로 진로를 탐색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완전 선택제’로 운영된다. 참여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고 개설된 강좌 가운데 원하는 것을 선택해 수강한다. 더드림 학교는 교과 및 특기 적성 프로그램과 학업 수준에 따른 어울림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교과 및 특기 적성을 위해 50개 강좌가 개설돼 있고 체육, 예술, 미용, 공예, 토론, 제2외국어(아랍어) 분야는 외부 강사를 초빙해 실시한다. 어울림 프로그램은 무료로 제공된다. 영어, 수학 교과의 기초반, 기본반, 심화반을 편성해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 방학 중 프로그램은 정규 교육과정을 심화하고 보충하며, 자기 주도적 학습역량 강화에 역점을 두고 교과반, 학습코칭반, 다매체활용반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교과반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교과를 중심으로 개설돼 있고 1, 2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학습코칭반은 이전 학기의 학습을 점검하고 학습 플랜을 수립해 실천한 후 교사의 피드백을 통해 학습계획을 수정, 보완하는 활동이다. 다매체활용반은 자기 주도적으로 여러 매체를 활용해 학생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교과 정보를 탐색하고 교사가 피드백하는 방식으로 활동한다.”

함평학다리고의 달빛독서캠프.
함평학다리고의 달빛독서캠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진로교육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정보, 체험, 성찰 중심의 진로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정보중심 진로교육을 통해서 최신, 최적의 진로진학 정보를 제공한다. 체험중심 진로교육은 자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직업체험, 전공체험, 세상체험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함평에서 세계로 프로젝트’는 지역적 토대와 지구적 안목으로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세상체험 활동이다. 화상수업을 통한 문화체험, 외국인과 함께하는 문화체험 CCAP, SNS를 통한 문화 교류 및 한글 가르치기 등의 수업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를 경험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함평에 뿌리를 두되 세계를 지향하는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성찰중심 진로교육은 독‧토‧론과 진로활동이 결합된 프로그램이다. 진로독서 발표대회, 진로독서 독후감 대회, 저자 초청 진로특강, 1인 20제 진로탐색 과제, 1인 1연구 진로 심화 과제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책을 읽고 토론하며 글을 쓰는 과정에서 삶을 성찰하고 세상을 바라 보는 안목을 형성하며 나아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다.”

-대학 진학 성과는.
“지난 13년간 서울대 합격자를 매년 배출했고 최근 5년간 서울대 8명, 연고대 20명, 교대 12명, 지역 거점 국립대에 91명이 진학했다. 최근 전남지역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고 주변의 교육 인프라가 매우 열악한 농촌 지역에 소재하고 있다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는 학교가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교사, 학생, 지역 사회가 혼연일체가 돼 노력한 결과라 할 것이다.”

-대학과의 연계 프로그램은.
“함평학다리고는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통해 모두가 자부심을 지니고 교문을 나서게 한다’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일반 대학뿐 아니라 전문대학과도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역거점대학과 함께 하는 전공탐색은 고교-대학 간에 이루지는 활동이다. 지역거점대학 ‘전공 알림이’를 학교로 초청해 대학에 설치돼있는 계열 및 학과의 특성, 대학 진학을 위한 준비 사항 등을 안내한다. 이후 대학을 방문해 진로 정보를 바탕으로 관심 있는 학과를 체험하고 자신의 전공적성을 확인한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로진학 전문가 초청 학과탐색은 고교-전문대학 간 연계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전국의 전문대학에 설치돼 있는 다양한 종류의 특성화 학과와 입학전형의 특징에 대해 알게 된다. 모든 학생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부합한 진로선택을 통해 미래 역량을 갖춘 유능한 인재로 성장할 토대를 제공한다.”

-끝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모든 학생은 천재’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특정 분야에서 잘할 수 있는 잠재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다는 뜻이다. 여러분도 예외는 아니다. 국어나 수학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예술이나 체육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 사람도 있다. 이러한 능력 간에는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 사회는 국영수를 잘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음악이나 미술, 체육을 잘하는 사람도 요구한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제대로 계발해 그것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사는 삶이야말로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하지 말고 그것이 곧 미래의 직업적 능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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