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대학·지역 상생할 지역혁신 방향은 어디로 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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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성은 좋다…구체성이 없다”
대학-지자체-기업의 밀접 연계 필요
자구책 마련나선 대학 사례 참고해야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벚꽃 지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 대학가를 유령처럼 떠돌고 있는 이 표현은 자생력을 상실한 대학들은 이른 미래에 폐교 수순을 밟게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다.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이미 많은 대학이 문을 닫고, 학생과 교수는 뿔뿔이 흩어졌다. ‘인서울’에 집중된 우리나라 교육 구조상 피해가 가장 큰 곳은 단연 지역대학이다.

교육부의 지역혁신 방안 계획.
교육부의 지역혁신 방안 계획.

교육부의 지역혁신 과제 발표…현장 반응은 ‘디테일 부족’= 지난 8월 교육부의 복안이 나왔다. 7대 대학혁신 지원 방안에 포함된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안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대학은 디테일이 빠진 방안이라고 지적한다.

교육부는 지역대학에 대한 부처별·분야별 분절적 사업 운영으로 지역발전과 연계한 지역 중심 혁신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이에 지자체와 지역대학 기반의 지역 단위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지역별 여건과 실정에 맞는 사업을 추진·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해결 방안으로 등장한 것이 지자체와 대학이 컨소시엄을 통해 플랫폼을 구성하고, 지역 실정에 맞는 발전계획을 자율적으로 수립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을 들었다. 또 지역대학 간 특성화 및 기능조정을 통해 신산업을 중심으로 지역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혁신 방안 발표 후 대학들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지역인재를 양성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효율성에는 의문을 남겼다. 지역 A사립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발표한 혁신과제는 그동안 나온 얘기를 뭉뚱그린 정책에 불과하다”며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맹이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B대학 교수는 보다 구체적인 주문을 했다. 그는 “지역혁신 과제와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수들을 확보하고 교과목을 개설하는 등 그런 부분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대학에서는 기업이나 공익단체 등에 먼저 제안하고 연계하는 일이 쉽지 않다”며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나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역 혁신산업 클러스터 중심 된 해외 대학들= 해외의 상황은 어떨까. 일본과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대학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산업 클러스터 구성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열악한 지역 상황 극복을 위해 대학을 통한 산학 연계형 연구, 인력양성 등을 추진했고 여기에 대학은 초기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민철구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 교수(기술경영)는 “해외의 경우 일정 (산업)사이클을 구성하고 지식인들이 모여 수요를 창출했다”며 “인재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 R&D의 장을 열어주고 정부는 재정과 인프라를 지원하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역의 대학은 순수 탐구나 연구가 아닌 실용적 개발연구 위주에 집중했다고도 덧붙였다.

우리나라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도 일찌감치 지역대학 살리기에 나섰다.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의 《대학중심의 지역혁신체계 구축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대학COC 사업을 통해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고 있다. 개별 대학의 한정된 교육·연구 자원으로 지역 인재 양성에 한계를 느낀 일본은 각 대학의 기능을 분화하는 방법으로 접근했다.

이를 위해 일본 문부과학성에서는 거점정비사업(COC사업)과 거점 대학에 의한 지방창생추진사업(COC+사업)을 실시했다. COC사업이 지자체와 대학이 함께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도시재생이 중점이 되는 방식이라면, COC+사업은 두 기관에 지역기업 및 민간단체 등이 더해져 지역의 고용과 산업까지 확대된 사업모델이라 할 수 있다.

COC사업의 경우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지만 지역사회가 대학이 주도하는 지역맞춤형 사업에 가깝다. 사업에 참여하는 주체도 교육 연구, 고용 창출, 사회공헌 등 역할과 기능을 세분화했다. 특히 지역 인구 유출에 의한 지역산업 위기 해결을 위해 지역대학의 거점 역할을 중시하고 있다.

지역 대학들 이미 자구책 마련에 고심= 청운대는 총장이 직접 나서 지역사회와의 상생 계획을 밝혔다. 세부사업으로 △지역 수요 연계 교육프로그램 개발 △대학 R&D 강화를 통한 지역산업 연계 △대학의 지역사회 공헌 확대 △유관기관 정례 간담회 개최 △지역상생 혁신추진단 구성 등이다.

청운대 측은 “교육부의 혁신과제가 발표되긴 했지만 당장에 인재 유출로 어려운 상황에서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일단은 우리의 힘으로라도 관학 협력이 잘 이뤄지는 부분부터 빨리 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하대도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인하대-인천시 간 상생발전 협력모델을 구상 중이다. 인천시는 인하대가 있는 미추홀구 도시재생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원도심 개발과 관련해 전공 교수들을 중심으로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미추홀구를 중심으로 한 교육 환경 개선과 교육 지원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인천시는 항공 MRO 단지를 영종도 인천공항 인근에 유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 인하대의 항공기계, 해상 물류 분야의 인재를 활용해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전주대는 올 초 지역혁신 센터를 개소하고 다양한 혁신계획을 준비했다. 지역대학으로서의 어려움을 진작 실감했기 때문이다. 이후 지난 9월 △살기 좋은 사회적 환경과 커뮤니티 구축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촉진 △친환경 에너지 보급방식 혁신 및 기후변화 대응 △리빙랩 기반의 혁신적인 경험학습 체계 구축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연대와 협력 등 ‘지역혁신 플랫폼’ 역할 수행을 위한 5가지 과제를 발표했다.

이 중 리빙랩 프로젝트는 지역사회의 문제를 대학이 프로젝트 형식으로 구성해 해결해 나가는 일종의 실험이다. 전주대에서 시작된 리빙랩 프로젝트는 전라북도로 확대해 전라북도 리빙랩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전주대는 이를 앞으로 더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핵심은 산·관·학의 고리…그 중심은 대학과 지자체가 돼야= 전문가들은 대학이 지역혁신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산-관-학 협동이 핵심 고리라고 강조한다. 지역의 기업에는 제대로 된 인재가 없는 것이 문제이고, 대학은 지역 인재를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지식인 집단이기 때문이다. 지역대학을 잘 활용해야 대학도 지역도 인재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 산관학의 연계에는 중앙이 아닌 지역의 대학과 지자체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은 지속성이 짧고, 예산 붓기만 하다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정책이 세밀하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대학과 지역에 자율성을 부여해 각각에 맞는 정책을 설계하고 중앙은 이를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민철구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것은 16개 정도의 첨단 영역이 점점 초지능, 초결합 되는 것을 말하는데 지방에 있는 정부출연연구소와 산업체, 대학이 협력하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기관혁신, 대학혁신, 지역혁신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혁신) 정책을 당위론적으로 접근하면 생명이 짧다”며 “지역이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 인력을 어떻게 흡수해야 할지, 또 어떻게 제대로 된 보상체계를 갖춰야 할지 디테일한 측면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완범 고려대 교수(글로벌일본연구원) 일본의 사례를 들며 “대학과 지자체가 중심이 돼야 한다”며 “지역대학이 스스로 찾아가는 정책을 독려하고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ox] 혁신 나선 지역 대학들, 어떤 사례 있나

2019 홍성군민 청년정책 제안 원탁회의에서 이우종 청운대 총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청운대]
2019 홍성군민 청년정책 제안 원탁회의에서 이우종 청운대 총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청운대]

총장이 직접 진두지휘 ‘청운대’= 청운대는 총장이 직접 나서 지역사회와의 상생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세부사업으로 △지역 수요 연계 교육프로그램 개발 △대학 R&D 강화를 통한 지역산업 연계 △대학의 지역사회 공헌 확대 △유관기관 정례 간담회 개최 △지역 상생 혁신추진단 구성할 계획이다. 현재도 ‘청년 정책 제안 원탁회의’ 등을 개최하고 군민과 함께하는 지역 상생 방안 찾기를 적극 추진 중이다.

순천만의 성공을 스마트팜까지 ‘순천대’= 이미 순천시와의 협업으로 ‘순천만’이라는 결실을 낸 순천대도 대표적인 지역혁신 사례 중 하나다. 앞으로도 순천대는 지자체와의 적극적인 협력 사업을 통해 상생발전을 도모할 예정이다. △도시재생사업 유치와 문화도시 지정 사업 △스마트바이오연구센터 △에코관광문화예술진흥센터 설립 등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스마트팜 사업추진단을 통해 청년 창업에 적극 참여한다. 생산과 교육, 연구 등 종합적인 기능을 갖춘 첨단농업 융·복합단지인 스마트팜을 통해 관련 전공 청년들에게 창업·창농 교육과 취업 기회를 제공한다.

의료분야 특화로 혁신 꾀하는 ‘금오공대’= 금오공대는 대구시와 협업해 지역혁신을 꾀하고 있다. 대구시가 추진하는 ‘휴스타(HuStar) 대경혁신 인재양성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지역 기업의 수요에 맞춘 인재를 양성하고, 그 인재가 지역에 정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산관학 협력 체계를 강화해 지역대학에서 양성된 인재가 지역의 발전을 이끄는 선순환 체계를 목표로 한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기업이 주도하는 현장 맞춤형 교육 운영 △산‧학‧관 협력의 혁신 모델 확립을 통한 인재 양성 △교육과 취업을 연계한 일자리 창출 등이 골자다. 금오공대 측은 영상의료기기, 헬스케어, 재활기기 및 의용재료 분야에서 매년 30명의 학생을 선발해 인재를 집중적으로 양성한다고 밝혔다.

전주대
전주대가 개최한 비전선포식.[사진= 전주대]

리빙랩으로 지역사회 문제 해결 ‘전주대’= 전주대는 지역혁신센터를 활용해 △살기 좋은 사회적 환경과 커뮤니티 구축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촉진 △친환경 에너지 보급방식 혁신 및 기후변화 대응 △리빙랩 기반의 혁신적인 경험학습체계 구축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연대와 협력 등 ‘지역혁신 플랫폼’ 역할 수행을 위한 5가지 과제를 수행한다.

특히 전주대가 중점을 두고 있는 리빙랩은 생활의 문제를 지역과 학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법을 찾는 일종의 프로젝트다. 전주대는 대학을 넘어 전라북도 전역의 리빙랩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앞으로 그 규모를 더욱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인천시와 뉴딜사업 공동 추진 ‘인하대’= 인하대는 인천시와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상생발전 협력모델 구상에 나섰다. 대표적인 것이 미추홀구 도시재생 사업이다. 그 외에도 양 기관은 ‘글로벌 앙트러프러너십 연계전공수업’을 통해 관학협력을 강화했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지역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연구 과제들을 학생들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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