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이제 수학능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수능시험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지만 많은 학생은 수능시험을 포기하려고 한다. 이유야 어쨌든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 개념을 공부하고 문제를 풀어야 하지만, 지금은 문제를 잘 풀어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수능시험은 점수를 잘 받으면 되는 시험이므로, 문제 푸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 친구의 시험공부하는 방법이 독특한데, 수능시험을 포기하고 싶은 학생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그 친구는 대학교에서 약학을 전공해 약사가 됐다. 약사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법학을 추가로 공부해 법학사 자격을 취득했다. 40대 후반의 나이에 의사가 되고 싶어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아들뻘인 학생들과 경쟁하면서도 우수한 시험성적을 유지했다.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치른 일반의사 시험,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치고 치른 전문의 시험에 쉽게 합격했다. 전문의 시험을 볼 때는 50대 중반이었지만, 전문의 시험공부를 아주 짧은 기간 동안 했다. 그 친구만의 시험 준비 방법으로 쉽게 합격했다. 지금도 병원을 운영하면서 로스쿨에 다니는 학생이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시험 준비 방법을 조언하고 있다. 그래서 환자로 가장해 병원에 와서 시험공부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 친구가 했던 시험공부 방법은 이론서보다 기출문제와 문제집을 먼저 공부하는 것이다. 기출문제는 중요한 개념을 포함하고 있으며 검증된 시험문제이므로, 수험생이 공부해야 할 내용이 모두 들어 있다. 대부분의 선발 시험은 이론과 개념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가를 묻는 정형화된 문제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기출문제와 문제집을 먼저 공부하면 시험에 자주 나오는 개념을 모두 공부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이론서를 공부한 후에 문제집을 풀면서 시험을 준비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시간과 뇌 활동적인 측면에서 효율이 떨어져서 정답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론서보다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의 뇌는 문제를 읽으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답을 찾아가는 경로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때 바로 정답을 읽게 되면 뇌 속에 문제에 대한 정답으로 가는 경로가 생긴다. 하지만 오래 고민하면서 풀다 보면 오답으로 가는 경로가 생기기 쉽다. 이 경로는 문제를 푸는 사람의 지식, 상식, 논리와 성격 등 모든 것이 동원돼 만들어진 것이므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한 번 틀린 문제를 다시 풀거나 유사한 문제를 풀 때 틀리게 되는 것이다.

문제를 읽자마자 정답을 읽음으로써 문제와 답을 최단 거리로 매칭시켜야 한다. 그 시간은 0.5초 이내다. 생각과 논리가 엉뚱한 오답 경로를 개척하기 전에 정답 경로를 개척해야 한다. 모르는 문제를 풀 때는, 정답을 달아 놓고 공부할 때보다 몇 배의 시간이 소요되고, 오답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결국에 찍는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그러면 틀려서 기분이 나쁠 뿐 아니라, 자신감이 떨어지고 두려움이 생기며 공부가 싫어지고 결과도 나쁘다. 그래서 문제에 정답을 달아 놓고 공부함으로 정답을 찾아가는 경로를 제대로 생성하게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이렇게 해 보자. 우선, 3년 동안 치렀던 6월과 9월 모의 학력평가 문제와 11월에 실시한 수능시험문제를 모두 출력한다. 출력한 모든 문제에 정답지의 정답을 단다. 그런 후에 문제를 읽고 0.5초 이내에 정답을 읽는다. 이런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 중요한 개념과 그 개념을 다룬 문제를 몇 번씩 공부하게 된다. 그렇게 공부하니까 실제 시험에서도 정답을 맞힐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 방법은 그 친구만의 독특한 시험 준비 방법이다. 그러나 수능시험을 포기하고 싶은 수험생들에게 이 방법으로라도 수능시험 공부 하기를 권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수능시험을 포기하지 말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지라도 포기하지 말자. 포기하지 않는 용기는 앞으로의 인생 여정에서 큰 힘을 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기출문제에 답을 달고 읽자.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