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의료법〉서 간호사 면허는 ‘평가인증을 받은’ 대학 졸업자만 응시 기회 부여
대학 “법 개정 통해 ‘교육부 장관 인정’으로 우선 ‘간호학과 신설’ 활로 모색해줘야” 주장
교육부 “평가인증 문제로 간호사 면허 자격 주어지지 못하면 신설 안 돼” 기존입장 고수

간호학과 실습 장면 (사진=한국대학신문DB)
간호학과 실습 장면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간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유턴 입학자’의 선호도가 높은 간호학과에 대한 수요를 맞추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지만 정작 간호학과 신설이 막혀 있다. 이에 현행 ‘의료법’을 개정해 교육부 장관의 인정만으로도 간호학과 신설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대학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본지가 25일 최근 5년간 전문대학 유턴입학 통계를 분석한 결과, 총 지원자 수는 3만6617명, 입학자 수가 7285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가운데 42.1%인 3074명이 전문대 간호학과에 입학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기준만 놓고 보면 지원자 8392명, 입학자 1525명, 이 가운데 간호학과 입학자는 44.9%인 686명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대 졸업자가 자신이 원하는 직업인 ‘간호사’가 되기 위해, ‘전문대 간호학과’로 다시 입학하는 뚜렷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대학 입장에서 ‘간호학과’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도권 소재한 대학 관계자는 “간호학과 개설 대학은 ‘교원확보율’ ‘입시경쟁률’ ‘자격취득’ ‘취업률’ 등 평가지표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게 된다”며 “반면 (간호학과) 미개설 대학은 여러 재정지원평가와 기관평가인증, 기본역량진단 등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도 종종 제기된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전국 136개 교 전문대학 가운데 63.2%에 해당하는 86개 교에 간호학과가 개설돼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50개 교 대학들은 어째서 ‘간호학과 신설’을 주저하거나 포기하고 있을까.

교육부는 지난 2017년 ‘2019년 전문대 수업연한 4년제 간호학과 운영대학 지정’을 끝으로 신규 지정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상태다. 또한 학생정원은 교육부가 관리하지만, 보건‧의료 분야에 해당하는 ‘간호학과’에 대한 학생정원 조정은 보건복지부에서 소관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간호학과에 대한 정원 조정은 ‘잔여 정원이 발생’하거나 ‘개설 대학이 정원을 반납’하는 경우, 이 범위 내에서 보건복지부가 정원 배정을 하는 상황”이라며 “이마저도 일반대에 우선 배정한 뒤 잔여 정원을 전문대학으로 배정하고 있고, 서울‧인천 등 수도권 전문대학에는 배정 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간호인력(보건의료인력) 수급 전망’이 밝지 않다는 데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7년 주요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전망 연구결과를 보면, 2030년 간호사는 무려 15만8000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간호학과 신설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으며,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간호 인력의 균형적 공급과 함께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간호학과를 신규로 개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현행법이 ‘간호사 양성 확대(간호학과 신설)’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을 보면, 간호사 면허는 ‘간호학과 평가인증 기구의 인증’을 ‘받은’ 간호학 전공 일반대‧전문대학을 졸업한 자가 국가시험에 합격한 경우에만 부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방식으로 고등직업교육기관 검증을 거친 대학이라면, 일단 ‘간호학과 신설’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간호학과 신규개설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졸업하기 전까지 해당 대학이 평가인증 기구의 인증을 받을 경우, 간호사 면허 자격을 부여하면 되지 않겠냐는 이야기다. 결국 현행법에서 ‘(평가인증을) 받은’을 ‘(평가인증을) 받을’로만 개정해도 해결이 되는 입법상 미비에 해당하므로, 의료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간호학과 신설을 희망하는 일반대나 전문대의 간호 전문인력 양성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입법상 미비에 해당한다”라며 “간호학과 신설 통로가 열린다면 지역 의료의 공적 기능 확대와 의료환경 개선, 의료지원 인력 부족 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의과대학’을 가지고 있는 한 일반대의 교무팀장은 “의대는 있는데, 간호학과가 없어 간호사 인재양성을 못하고 있다”라며 “이 무슨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수도권의 전문대학 기획처장은 “지난해 하반기 교육 분야 규제개선 건의서를 제출하며 간호학과 신설규제를 개선해달라는 의견을 제출했지만,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와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를 여러 차례 방문해 행정지원을 호소해도, 속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교육부는 “평가인증 문제에 휘말려 간호사 면허 자격이 주어지지 못한다면 간호학과를 신설할 수 없다”며 기존 입장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제윤경 의원은 “지방의 열악한 의료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내 간호인력 양성을 목표로 간호학과 신설을 추진하려는 대학들이 적지 않다”며 “하지만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낡은 현행법과 보수적인 교육부, 보건복지부의 태도 속에서 대학들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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