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2021학년도 대입 전형 기반 대학별 전형비율 분석
대통령 시정연설 ‘학종 비율’, 포스텍·서울대·서강대 순
정시(수능위주) 낮은 대학, 14개교 수능전형 '전무', 10% 미만 총 57개교
부총리 언급 ‘학종·논술 비율’, 서울대·서강대·성균관대·경희대 순

(사진=한국대학신문DB)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대입제도 개선 논의가 숨가쁠 정도로 급박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8월 발표된 2022학년 대입 개편안을 기점으로 ‘일단락’이 됐던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불과 1년 만에 정시비율 상향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9월만 해도 정시비율은 논외였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검증 과정에서 자녀 입시 논란이 크게 불붙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9월1일 요구했지만, 구체적인 조치로 이어지진 않았다. 사흘 뒤인 4일 기자들과 만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정시와 수시 비율 조정으로 불평등·특권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며 정시 확대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다. 같은달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유 부총리는 “정시 확대 요구가 학종 불신에서 출발했다”며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정시 확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나타냈다. 교육부는 여당과 공동으로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정시 확대 대신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10월 말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대통령이 22일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다”고 한 것이 단초가 돼 긴박하게 논의가 이어졌다. 즉각 교육부는 “정시비중 상향을 포함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달 발표 하겠다”며 태도를 선회했고, 더불어민주당도 “당론으로 정시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대통령 발언에 호응했다. 당·정·청이 곧장 한데 뜻을 모은 것이다. 이어 25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교육개혁관계장관회의에서는 ‘정시비율 상향’이 사실상 확정지어졌다. 30일 열린 당·정·청의 비공개 회의에서도 구체적 비율이 나오지 않았을 뿐 ‘정시 확대’라는 방향은 정해졌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불과 일주일 새 대통령과 여당, 교육부가 ‘파죽지세’로 정시 확대를 결정해버린 것이다. 

문제는 어느 대학이 ‘타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교육 불공정을 거론하며 학종 실태조사를 엄정하게 추진하고, 정시를 늘리겠다고 했다. 학종 비율이 높은 대학들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컸다. 하지만 25일 교육관계장관회의 이후 유 부총리는 “학종과 논술 위주로 선발하는 서울 소재 대학”을 정시 확대 대상으로 언급했다. 대통령 발언과는 결이 다소 달라진 것이다. 여기에 30일 열린 당·정·청 회의 이후로는 일부 의원들을 통해 “일부 대학에만 한정해 정시 확대를 추진한다. (대상은) 서울과 수도권 주요 대학” 등의 얘기까지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정부가 이달 중 정시 확대 방안을 확정 지으면, 당장 고1 학생들이 입시를 치르는 2022학년 대입부터 이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입 정책에 변화를 주는 경우 4년 전 미리 발표하도록 하는 ‘대입 4년 예고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전형비율 관련 변화는 예고제 대상이 아닌 것으로 교육부가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특정 전형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대입 사전 예고제 대상이지만, 비율을 일부 조정하는 것은 예고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올해 안에 정시 확대 방안이 확정되면, 내년 4월에 발표되는 대학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해당 내용을 반영할 수 있다”고 했다. 

본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올해 4월 발표했던 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기반으로 대학별 전형 비율을 분석해 향후 ‘조정’ 대상이 되는 대학이 어디인지 파악해 봤다. 당장 고1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문제이기에 어느 대학의 정시비율이 늘어날지는 교육 수요자들의 주요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준은 교육부가 올해 초 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이 발표되던 시기 대학들의 전형 비율을 파악할 때 활용한 방식을 따랐다. 정원 내 모집인원뿐만 아니라 정원 외 인원까지 포함해 비율을 계산했고, 정시모집은 ‘수능위주전형’에 한해서만 비율을 따졌다. 

■대통령 언급 “학종 불공정”…학종 비율 포스텍·서울대·서강대 등 높아 =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고려해 학종 비율이 높은 대학들을 살펴보면,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가 제일 앞줄에 선다. 전 모집인원을 학종으로만 선발하는 대학은 전국에 단 두 곳뿐. 영산선학대가 종교 성직자 양성대학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 수험생이 지원하는 대학 중 학종 100% 선발을 시행하는 대학은 포스텍이 사실상 유일하다. 

포스텍 다음으로 학종 비율이 높은 대학은 서울대다. 서울대는 전체 3360명의 모집인원 중 78.1%인 2624명을 학종으로 뽑는다. 포스텍이 모집인원 330명의 소규모 과기특성화대학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학종 비율 1위 대학이다. 학종이 최초 서울대로부터 시작됐고, 연세대와 고려대 등 사립대학들이 논술과 특기자, 정시 등의 비중을 크게 유지한 것과 달리 서울대가 학종 선발에 적극적이었던 점을 볼 때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포스텍과 서울대의 뒤를 잇는 대학들은 대부분 ‘초등교원 양성기관’인 교대다. 66.7%를 학종으로 선발하는 광주교대를 필두로 부산교대·경인교대·진주교대·청주교대·춘천교대·대구교대 등 절반 이상을 학종으로 선발하는 교대들이 줄줄이 포진해 있다. 한국교원대도 ‘교대’는 아니지만 초등교육과를 보유한 대학이다. 광주교대의 66.7%부터 대구교대의 55.4%까지 높은 학종 비율을 보인 대학들 가운데 ‘종합대학’의 면모를 지닌 곳은 부산교대와 경인교대 사이에서 61.6%의 학종 비율을 기록한 한동대뿐이었다. 

학종 비율이 50% 언저리까지 내려가야 서울권 주요대학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52.3%를 학종으로 선발하는 서강대부터 시작해 경희대·성균관대·건국대(서울)·연세대(서울)·동국대(서울)·고려대까지 50% 안팎의 학종 비율을 보였다. 이들 대학 중 가장 학종 비율이 낮은 고려대(서울)도 48.4%를 기록, 전국 대학들 중에서는 상당히 높은 학종 비율을 보였다. 

■‘정시 비율 낮은 게 문제?’ 정시 비율 저조, 학종 많은 대학과 순서 달라져 =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물론 관점을 바꿔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교육 불공정’과 ‘학종 실태조사’ ‘정시 비율 상향’ 등의 언급이 한데 어우러진 것을 볼 때 학종 비율이 높다는 것 뿐만 아니라 정시 비율이 낮다는 것도 지적의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본래 정시모집과 수시모집은 ‘모집시기’에 따른 개념이다. 수시는 수능 이전에 원서접수가 이뤄지다 보니 수능성적을 반영할 수 없는 구조이지만, 정시에서는 통상 ‘수시’로 인식되는 학종, 학생부교과전형 등을 통해 선발을 진행할 수 있다. 실제 대교협이 발표한 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 통계 자료를 보면, 정시모집에서도 학생부교과전형 270명, 학종 424명을 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종이나 학생부교과전형 등까지 전부 정시로 인정하면, 수능을 기반으로 하는 전형을 늘리겠다는 본래 취지는 퇴색된다. 때문에 교육부는 ‘정시 비율’을 따질 때 수능위주전형을 기준으로 삼는다. 대통령이나 부총리, 정치인 등이 얘기하는 정시 확대에서의 정시는 곧 수능위주전형이라는 얘기다. 

이 기준에 따라 정시 비율이 낮은 대학을 살펴보면 학종 비율이 높은 대학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입전형에는 학종과 수능위주전형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종 비율이 높더라도 나머지를 전부 수능위주전형으로 채운다면 비율은 충분할 수 있는 반면, 학종 비율이 낮더라도 나머지를 학생부교과전형, 논술전형 등 여타 수시전형으로 채운다면 수능위주전형 비율은 낮아지게 된다. 

대학들의 수능위주 비율을 보면 수능위주전형이 전혀 없는 대학도 있다. 학종으로 100%를 선발하는 포스텍을 비롯해 대다수 종교대학과 예술대학, 호남대·극동대·배재대 등에는 수능위주전형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수능위주전형이 일체 없는 대학은 모두 14개교에 달한다. 

수능위주전형이 있지만, 매우 적은 규모인 경우도 있다. 광주여대는 944명의 모집인원 가운데 4명, 광주대는 1742명 중 15명을 수능위주전형으로 선발하는 데 그친다. 전체 모집인원과 비교하면 1%를 밑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수능위주전형이 있긴 하지만, 전체 모집인원 대비 10%를 밑도는 곳은 모두 43개교다. 광주대·동신대·유원대·목원대·우송대·영산대·경운대·중부대·중원대·호원대·나사렛대·경남대·동양대·서원대·경일대 등 전체 모집규모가 1000명 이상인 대학들도 여럿 포함돼 있다. 수능위주전형이 전무한 14개교와 더하면 전체 198개 대학 가운데 30%에 육박하는 57개 대학에서 수능위주전형의 비중이 매우 적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총리 “학종·논술 선발 서울권 대학” 서울대·서강대·성균관대·경희대 순 = 이처럼 수능위주전형이 적은 대학들이 상당수지만, 이들 대학에 별다른 ‘태클’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종교대학이나 예술대학은 물론이고 지방 소재 대학도 정시 확대 대상이 아닐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수시모집이 정시모집보다 앞서 이뤄지면서 ‘선점효과’를 일부 지니고 있다 보니 지방 소재 대학은 정시모집으로는 도저히 정해진 입학정원을 채울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8월 발표됐던 수능위주전형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2022학년 대입 개편안에 지방대학은 학생부교과전형을 30% 이상으로 하는 경우 수능위주전형을 늘리지 않아도 되는 예외가 마련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무게는 유 부총리가 교육관계장관회의 이후 언급한 “학종·논술 위주로 선발하는 서울권 대학”에 실린다. 시정연설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이 다소 추상적이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구체적인 ‘타깃’이 제시됐다는 점에서다. 

유 부총리가 언급한 논술을 넣으면 대학 순서는 또다시 달라진다. 2021학년 논술 선발을 실시하는 대학은 전국 33개교 뿐이지만, 이들 중 절반 이상인 20개교가 서울 소재 대학이며, 논술이 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 안팎으로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도별 대입전형 비율을 따져볼 때 서울지역의 학종·논술 비율이 48.5%로 전국 평균인 28.5%보다 상당히 높게 나타나는 데에도 논술이 상당한 역할을 차지한다. 

다만, 학종과 논술을 합산하더라도 서울대의 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논술을 실시하지 않는 서울대의 학종 비율은 78.1%. 이는 학종·논술이 모두 있는 대학 중 합산 비율이 가장 높은 서강대의 66.3%를 압도한다. 이어 성균관대·경희대·동국대(서울)·건국대(서울)·연세대(서울) 등이 학종과 논술을 합했을 때 60% 이상의 비율을 기록하는 곳이다. 다음으로 광운대·숙명여대·한양대(서울) 등이 50% 이상, 중앙대·고려대(서울)·숭실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국민대·서울과기대·이화여대·홍익대 등이 40% 이상의 논술·학종 비율을 보였다. 

특정 지역에서만 정시 비율을 늘릴 당위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 실제 ‘서울 소재 대학’이라는 꼬리표를 떼면 서울권 대학들 못지않은 학종·논술 비율을 보이는 대학들도 존재했다. 논술선발을 실시하는 대학 중 아주대는 연세대(서울)와 큰 차이 없는 60.1%의 학종·논술 선발 비율을 보였고, 인하대 57%, 한양대(ERICA) 42.8% 등 서울권 대학 못지않은 선호도를 보이는 대학들은 학종·논술 비율에서도 높은 양상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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