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교육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 하는 것일까, 아니면 개인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하는 것일까?

필자는 늘 이 질문을 고민했다. 몇 년 전부터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세를 이루면서, 교육은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믿음을 굳게 했다. 과거의 지식만을 추구하지 않고 자신의 열정으로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도전해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경험을 하도록 하는 점이 좋았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절대적이지 않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을 정도로 나쁜 제도도 아니다. 해마다 실행하면서 조금씩 고쳐나가면 우리 실정에 맞는 훌륭한 제도가 될 것이라 믿을 수 있는 전형이다. 교사로 교실이 무너지는 과정을 똑똑히 경험했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다. 제대로 실행한다면 우리 후손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수능시험은 원래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판가름하기 위한 것이었다. 절대적인 기본 지식을 알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그런데 그것이 절대적인 힘을 갖게 되면서 학생들이 강박관념을 갖도록 몰아갔고, 혹여 수능시험을 잘못 보면 실패자로 낙인찍기도 했다. 그래서 수능시험을 본 후에 유명을 달리하는 청소년이 종종 생기고 있었다. 너무도 안타까운 일로, 과정을 무시한 채 결과만을 원하는 기성세대의 욕심이 낳은 비극이었다.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만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거나 수능시험으로만 선발해야 한다는 논쟁은 우리나라의 미래 세대를 위해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그 논쟁의 중심은 수시·정시가 아니라, ‘어떤 전형이 현재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 시대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가’에 있어야 한다. 즉 ‘지금의 중·고등학생들이 살아갈 세상은 어떤 인재를 원하고 있으며, 어떤 역량을 가진 사람을 원하는가’가 논쟁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수능시험이 미래를 잘 준비시킬 수 있다면 대학입시를 수능 중심으로 하고, 중고등학교 수업도 수능시험 준비를 위해서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학생부종합전형이 학생들의 미래를 잘 준비시킬 수 있다면, 대학입시는 학생부종합전형 중심으로 해야 한다. 중고등학교 수업도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 구조화해야 한다.

소프트 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찾아 한국이 집중해야 하는 분야는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만큼 인공지능이 중요한 시대라는 것이다. 이미 인공지능은 우리 생활에 파고들었다. 그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지만, 일자리는 쉽게 회복되지 못한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다.

1차 산업혁명부터 3차 산업혁명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에서 일자리를 잃으면 그 자리를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때문에 일자리는 없어진다. 일자리가 생기더라도 인공지능 이상의 역량이 있어야만 취업이 가능한 일자리다.

이런 상황을 준비하지 않으면 기성세대와 청소년 세대가 공멸할지도 모른다. 이미 공개된 지식만으로는 안 되기에 미래에 필요한 4C, 혹은 6C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4C는 협력(Collaboration),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의사소통(Communication), 창의력(Creativity)이다. 거기에 콘텐츠(Contents), 자신감(Confidence)을 포함한 것이 6C다. 이런 역량들은 스스로 공부하고 사고하는 과정을 통해서 무엇인가 시도해 봄으로써 생성되는 것이다. 그런 경험을 청소년부터 해야 충분한 역량을 갖출 수 있다.

세계의 경제 상황이 빠르게 변하며 기술 패권의 경쟁도 뜨겁다. 노동시장의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이런 세계 경쟁과 노동시장의 변화를 대비하면서 대학입시를 운영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 세대가 살 수 있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서 미래 세대를 살려야 한다.

교육은 인재 선발보다도 개인의 성장이 더 큰 목적임을 다시 기억해야 할 때다.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대학에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이 우리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한 것인지 깊이 생각할 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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