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한 한국전문대학도서관협의회 회장
(영진전문대학교 학술정보지원팀장)

정진한 한국전문대학도서관협의회 회장
정진한 한국전문대학도서관협의회 회장

필자는 대학생활 4년 내내 도서관에서 근로 장학생으로 일을 했다. 처음 도서관 이사 근로를 시작으로 대출 반납, 책 정리, 서가 SIGN, 장비작업 등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업무 보조는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부분 다 해봤다. 내가 일했던 도서관은 지하 2층과 지상 7층 규모의 대규모 도서관이라 근로 장학생이 100명쯤 됐고, 거의 모든 전공의 학생들이 있었다.

도서관 근로 장학생을 하면서 사회과학대 소속이었던 나는 공과대학이나 자연과학대 학생들과 어울리며 많은 교류를 할 수 있었다. 도서관 이사를 할 때는 건축과 학생들과 책을 빠른 시간 안에 힘들이지 않고 도구로 운반할 방법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고, 쉬는 시간 생물학과 학생들과 책벌레는 어떤 생물 영역에 속하는지 농담을 했었다. 책을 순서대로 배열할 때는 컴퓨터학과 학생들과 이렇게 수작업으로 하지 않고 자동으로 할 수 있는 코딩 좀 해보라며 웃으며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타과 학생들의 생각을 공유했던 기억은 나의 사고방식을 유연하고 폭넓게 만드는 계기였다. 도서관 자료 대출 반납을 하면서 많은 과의 학생이 도서관에서 어떤 자료를 읽고, 어떤 서비스와 도움을 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으며, 많은 학생들이 도서관 자료를 찾아 자신만의 지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나와 함께 일했던 근로 장학생들 역시 도서관 근로를 계기로 지속적으로 도서관과 자료를 이용하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며 졸업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렇듯 대학도서관은 대학 소속 모든 전공의 학생들과 교수 및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자료와 정보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대학 도서관은 모두를 위한 혜택이자 공간이다.

연간 우리나라의 국가 R&D 예산은 20조원이며, 내년 예산은 24조원이 넘는다. 이는 GDP 대비 OECD 1위이다. 그러나 연구개발 결과물의 사업화 성공률은 20%에 불과하다. 영국이 70.7%, 미국은 69.3%인 것과 비교된다. 과학 분야의 노벨상은 나오질 않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대학도서관 자료구입비 총액은 약 24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국가 R&D 예산의 10%를 대학도서관에 투자한다면 대학의 모든 구성원이 연구와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 결과로 우리나라 전체 대학의 연구역량과 교육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이로 인해 국가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며,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가을 단풍과 더불어 예산의 계절이 돌아왔다. 국가 R&D 예산의 방향 전환을 기대해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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