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정보관리사’ 법 적용...오락가락 정책에 혼선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법 적용...오락가락 정책에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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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정보관리사 지금부터 응시하고 싶어” 희망대학 늘어
보건복지부 “2018년 12월 이전 개설학과까지는 직접 인증 절차 진행하겠다”
안 된다고 하더니 강력 항의에 바뀐 입장...‘오락가락’ 행정에 대학가 일대 혼선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보건의료정보관리사 관련법이 개정돼 ‘인증 공백’이 생긴 가운데, 학과는 과거부터 운영했지만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시험 응시자격이 없었던 곳들은 구제받을 길이 열렸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 전에 설치한 학과에는 개정 전 법대로 인증 절차를 직접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일전에는 복지부가 해당 학과의 인증을 거절한 바 있어 혼선을 야기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2017년 12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이 일부 개정됐다. ‘의무기록사’ 명칭을 ‘보건의료정보관리사’로 변경하고,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시험 응시 자격을 보건복지부가 인정한 학과의 졸업자에서 ‘인정기관’의 인증을 받은 대학 졸업자로 바꾼 것이 개정법의 골자다. 이 법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 12월 20일부터 시행됐다.

다만 ‘예비 인정기관’이라 할 수 있는 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산하 ‘한국보건의료정보관리교육평가원’은 아직 교육부의 인정기관 지정을 받지 못했다. 현재로서는 인증을 시행할 주체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건의료정보관리사 관련 학과를 신설한 대학들이 인증 ‘공백’을 해소해 달라고 요구했다.

신설학과뿐 아니라, 과거 학과를 설치해 운영해왔으나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시험 응시자격을 인정해달라고 신청하지 않던 학과들 역시 새롭게 응시자격을 취득하고 싶어도 인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었다. 개정법 시행 이후 인정기관이 인증을 실시하기 전까지 새로 인증을 받고자 하는 대학에 대한 처리 절차가 ‘경과규정’에 빠져 있어서다.

‘경과조치에 대한 규정’을 뜻하는 ‘경과규정’은 법의 제정 또는 개정으로 인해 법질서가 바뀌는 경우, 새로운 법질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줄이기 위해 마련하는 과도적 조치다. 그 때문에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개정법을 시행하는 당국에서 반드시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인증 공백 사태’에 복지부의 책임이 무거운 이유다.

이와 관련해 새로이 인증을 획득하길 원하는 대학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복지부는 개정법이 시행된 2018년 12월 이전에 학과를 설치한 곳에 한해 개정 전 법을 적용해 보건복지부령으로 인증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법을 소급적용하는 유권해석을 통해 구제에 나선 것이다. 2018년 12월 이전 학과를 개설하고, 2020학년도부터 인증을 획득하기를 희망하는 대학들에 대해서도 역시 예전 법을 소급 적용해 복지부가 인증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조미영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주무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개정 전 법이기는 하지만, 예전 법이 시행 중일 때 학과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었던 곳에 한해서는 대학 입장을 고려해 이전 법을 소급적용하기로 복지부의 입장을 세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지부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우선 법 개정 후 인정기관이 인증을 실시하기 전까지의 과도기간 동안 새롭게 인증을 신청할 대학들에 대한 조처를 경과규정으로 미리 마련하지 않은 문제가 명확히 드러난 셈이기 때문이다.

이병규 동의과학대학교 교수(경찰경호행정계열)는 “기존 법 적용 당시에 학과를 운영하고 있던 곳 중 인증을 추가로 받을 대학에 대한 경과규정이 분명 필요했다”며 법 개정 과정에서 이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복지부의 잘못을 지적했다.

이에 더해 복지부가 법 집행에 있어 사전에 적용 기준을 정하지 않고 ‘오락가락’ 행정을 편 문제도 드러났다. 법 개정 전 학과를 개설하고, 개정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8년 12월 10일 인증을 신청했던 A 대학에 대해 과거 복지부가 인증을 거절한 바 있었던 것이다. 또 그 사이 비슷한 사례의 B대학에는 인증을 허가해준 사실도 확인됐다. B 대학은 2018년 이전 학과를 설치해 운영해오다가 법 개정 후 인증을 신청했지만, 복지부는 2019년 9월 B 대학의 응시자격을 인증해줬다. 심지어 B 대학이 인증을 신청한 시점은 A 대학보다 늦은 2019년 8월이었다. 기준 없는 복지부의 행정 처리 때문에 대학가에 혼란만 가중됐다.

A 대학 관계자는 “2018년 10월 인증을 신청하자 서류가 미비하다고 해 다시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서류를 다시 제출했다. 답을 기다리던 중, 12월 즈음에야 갑자기 복지부로부터 ‘개정법이 시행에 들어가 이제는 인증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B 대학 관계자는 “우리도 처음 인증을 신청할 당시에는 복지부가 인증해줄 수 없다고 했었다. 이 말을 듣고 ‘경과규정이 없어서 생긴 문제’라는 이유를 들어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복지부 관계자가 서류를 제출하면 (인증을) 검토하겠다고 했고, 이어 인증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B 대학의 사례가 알려진 후, A 대학이 재차 복지부에 항의하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에 복지부는 뒤늦게 A 대학을 포함한 유사 사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이번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이병규 교수는 이에 대해 “행정의 '신뢰보호의 원칙'상 복지부가 대학 현장에 개정법에 의해서도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고, 국가는 그에 따라 대학이 학과를 설립한 데 대한 보호를 해주어야 한다”며 행정당국의 입장이 기준 없이 번복돼 행정 혼란을 야기한 점을 비판했다.

조미영 주무관은 “2018년 A 대학의 인증 신청이 거절된 후 업무 담당자가 바뀌었다. A 대학이 이의제기를 해 관련 내용을 알게 됐다. 이후 이전 담당자를 통해 당시 상황을 파악했다”며 “과거 담당자는 법 시행 후에는 인증을 해줄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번 이의제기 후 법령을 다시 검토한 결과 이번 조치를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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