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복지본부장

산들은 고운 단풍잎을 떨어뜨리고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산을 오르다 보면 등산과 교육정책, 특히 대입제도 개편이 공통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첫째,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높든 낮든, 험하든 아니든 산을 무사히 오르내리려면 최선을 다해야 하고 조심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기존 대입제도를 바꾸는 것은 교육계 안팎은 물론 온 나라가 시끄러워 과정이 쉽지 않다.

둘째, 철저한 준비와 방향이 필요하다. 북한산의 경우 공식 탐방코스만 14개에 달한다. 어느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거리, 시간, 난이도, 준비물, 안전 모두가 달라진다. 무사히 산행을 마치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 대입제도도 예측성과 실현 가능성, 현장 적합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방향을 정하는 등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갑작스럽고 이상적인 대입제도 개편은 실패하기 때문이다.

셋째, 목소리 큰 소수보다 말 없는 다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길을 몰라 등산객들에게 물어 보면 많은 이들이 알려주는 길과 확신에 찬 큰 목소리로 알려주는 길이 갈릴 때가 있다. 워낙 자신감 있게 알려준 길이라 가다 보면 멀리 돌아가거나 엉뚱한 길이 나타나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마찬가지로 대입제도 개편은 소수의 목소리 큰 이들의 주장보다는 말 없는 다수의 의견을 어떻게 끌어내 제도화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넷째, 같이 가야 덜 힘들고 안전하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코사족(Xhosa)의 속담이 있다. 등산도 예외는 아니다. 혼자만의 등산은 사색의 기회와 자유로움이라는 기쁨이 있다. 그러나 안전사고 위험이 있고 행여 조난을 당할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없다. 힘든 길을 만났을 때 서로 응원하고 도와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으면 훨씬 덜 힘들다. 마찬가지로 대입제도 개편은 교육부 등 정부만이 일방적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듣고 또 들어야 “함께 간다, 함께 개편한다”라는 생각을 교육계와 국민이 갖는다. 교육정책과 대입제도 개편 성패는 결국 수용성과 현장성에 달려 있다.

다섯째, 너무 잦으면 피로감이 생긴다. 등산이 가진 매력으로 주말마다 이산 저산을 찾게 한다. 그러나 나이와 건강, 특히 무릎 등 관절 등을 생각하면 횟수나 난이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너무 잦은 대입제도 개편도 피로감을 준다. 오죽하면 ‘교육법정주의’ 준수 촉구와 ‘대입제도변경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겠는가? 정치적 판단에 의한 교육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물론 등산과 대입제도 개편을 동일 선상에서 바라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 문제로 촉발돼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비중 확대 발언, 13개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 발표, 고교서열화 해소와 일반고 역량 강화방안 발표 등 숨가쁜 과정을 지켜보면서 교육 당국과 정치권이 산이 가진 포용력과 베풂의 모습을 닮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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