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노조 설립 가속화…영향과 남은 과제는?
교수노조 설립 가속화…영향과 남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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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교수노조·국교조 출범…7일 서울대도
대의 앞세운 대학 민주주의·공공성 강조
“교수가 노동자 인가” 비판적 시선도 있어
계류 법안 통과 등 넘어야 할 산 남아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대학교수들의 노조 설립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대학교수들의 노조 설립을 인정하지 않는 교원노조법이 사실상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도화선이 됐다.

지난해 8월 헌재는 대학교수의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교원노조법 2조 현행 교원노조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교원노조법은 노조 설립 주체인 교원을 초·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한 교원으로 한정해 대학교수는 제외하고 있다.

지난달 국공립대교수노조가 창립 총회를 열고 출범식을 가졌다. 사진= 국교조 제공
지난달 국공립대교수노조가 창립 총회를 열고 출범식을 가졌다. 사진= 국교조 제공

판결 이후 지난달 25일 사상 최초 국공립대학 교수 노조가 출범했다. 정확한 명칭은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조(국교조)다. 국교조는 출범식에서 “국공립대 교수도 헌법이 보장하는 지식노동자”라며 “교수의 기득권 추구보다 국공립대 교육 환경 개선과 대학 공공성 확대, 교육을 통한 공정한 사회 구축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6일 사립대에선 처음으로 원광대가 교수 노조를 설립하고 출발을 알렸다. 원광대 교수 노조는 출범선언문에서 교수들의 교육 여건 개선과 교권 확보 및 복지 증진 실현을 강조했다.

■국립대는 ‘공공성 확보’…사립대는 ‘대학 민주주의’= 대학가에서는 교수의 노조 설립과 가입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대학의 상황에 따라 교수노조의 방향성에 대해 약간의 입장차를 보였다.

국공립대는 대학의 공공성 확보와 교육 개혁 두 가지를 우선 과제로 삼았다. 사립대보다 정부의 입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국공립대의 입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대학이 휘둘리면서 대학 서열화는 강화되고 대학 부실화는 가속화됐다는 게 국공립대의 주장이다.

남중웅 국교조 위원장은 “재정 문제로 국공립대를 컨트롤하면서 연구와 교육의 자율성이 훼손됐다”며 “국공립대의 공공성을 확립하는 것이 국립대 교수의 사회적 책무”라고 밝혔다. 또 “국공립대는 중장기적인 정책으로 이끌어야 함에도 단기 실적만으로 평가하려 한다”며 “교육 개혁에도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립대 교수 단체는 대학 내 민주주의 개선을 목표로 뒀다. 한국은 대학의 80%가 사립대인데다 그만큼 법인과 이사회의 영향력이 강하다. 김용석 한국사립대교수연합(사교련) 이사장은 “대학 내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 곳이 없다. 교육과 연구에만 신경 써도 부족할 교수들이지만 대학 내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비판적 시선엔 “교수 이권 추구 않겠다”= 교수노조의 움직임을 불편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다른 노동자에 비해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노동 환경이 교수를 노동자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이미 여러 보수 매체들은 ‘교수가 노동자’인가를 두고 날 선 비판을 하기도 했다.

또 ‘교수노조가 설립되면 학생은 제쳐두고 월급을 올려달라는 시위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교수들이 학생을 볼모로 파업을 하거나 시위를 할 경우 학생의 수업권이 박탈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교수들은 “교수 개인의 이권을 위해 싸우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남중웅 위원장은 노조를 결성해도 연구와 교육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남 위원장은 “(노조가 설립돼도)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며 “노조 내에서도 학생을 볼모로 강의를 하지 않는 등의 행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김용석 이사장은 “대학교수는 모두 고연봉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있는 줄 알지만, 지방 사립대에는 탄압받는 교수들도 너무나 많다”며 “그렇다고 교수 개인의 이권을 챙기려고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로 가는 길’ 어떤 영향 끼칠까= 교원노조법의 개정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노조의 설립 단위와 교섭 구조를 규정하고, 교원으로 임용됐다가 퇴직한 교원의 자격을 노조의 규약으로 정하도록 했다. 또 개별 대학의 교수들이 노조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한 내용도 담고 있다.

헌재가 내년 3월 31일까지 법 개정을 명령하면서 정부도 교원노조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지난달 1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교원노조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대학들의 노조 설립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영섭 서울대 교수(국제학)는 두 차례에 걸쳐 2200명의 서울대 교협 회원을 대상으로 한 교수노조 설립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38.9%의 응답률을 보인 설문 결과 응답자의 63.5%가 노조설립의 필요성에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7일 교수노동조합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그 밖의 서울·수도권 지역을 비롯한 지역 사립대에서도 교수노조 설립 논의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학 관계자는 “서울 지역을 포함해 지역의 몇몇 대학들도 간담회를 하는 등 노조 설립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노조 설립은 가능한데…남은 과제는= 교수들의 노조 설립은 가시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남은 과제들이 존재한다.

교수들이 가장 빠르게 설립할 수 있는 노조 형태는 개별단위 노조다. 이미 대학 내 교수협의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의견을 모으기도 쉽고, 대학 내 문제 해결에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이미 전국교수노동조합에는 국공립대 교수, 사립대 교수가 포함돼 있어 소속 대학 내에서 개별단위 노조가 설립될 경우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또 개별단위 노조는 산별노조보다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학내 이슈에만 집중하다 보면 교수 단체들이 앞세우는 대학 민주주의나 공공성 확립에 대의를 모으는 일도 어렵게 된다.

비정년트랙 교수를 노조에 포함하는 문제도 있다. 교원노조법에는 전임교수라면 정년트랙 교수와 비정년트랙 교수 모두 해당하지만 일부 대학에서는 이를 구별하거나 서로 배척하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다. 교수 사회 내 계급 구분은 향후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는 문제다.

홍성학 전국 교수노조(교수노조) 위원장은 “노조는 단결에서 힘이 나오기 때문에 대학들이 하나로 단결하는 것이 좋은데 자기 대학의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비정년트랙 교수 문제에 대해서도 “약자 우선주의를 강조하면서 정년트랙 교수든 비정년트랙 교수든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의 원칙과 가치를 공유해 협력을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교수노조 내 테스크포스팀을 꾸려서 국교련 관계자 2명, 사교련 관계자 2명을 포함해 (노조 구성)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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