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실태조사 결과 불공정성 입증 못해…대학에선 “입시 손질 해법 아냐”
오락가락 대입제도 논란에 국가교육위 설립은 난망

연세대 종합감사 당시 감사장 모습(한국대학신문 DB)
연세대 종합감사 당시 감사장 모습(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교육 공정성을 세우기 위한 첫걸음으로 교육부가 진행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에서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했지만, 종합감사 및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 등 평가가 남아 있어 대학들은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 실태조사 결과 ‘빈껍데기’…현장에선 “대입개편 만능 아냐” = 교육부는 5일 ‘2016~2019학년도 13개 대학 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의 학종이 부모의 경제력과 지위가 자녀의 입시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사회적 불신이 큰 만큼 학종에 대한 과감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애초 목적인 ‘학종의 불공정성 규명’ 및 ‘교수 자녀 입시부정 적발’ 등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쳤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종 합격률은 △과학고・영재고 26.1% △외고・국제고 13.9% △자사고 10.2% △일반고 9.1%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학생부종합전형 전 과정에 걸쳐 지원자・합격자의 평균 내신등급이 ‘일반고>자사고>외고・국제고>과학고’ 순으로 나타나 서열화된 고교체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특정한 고교 유형이 우대받을 수 있는 ‘정황’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종과 마찬가지로 수능 합격률 역시 △과학고・영재고 24.3% △외고・국제고 20.2% △자사고 18.4% △일반고 16.3% 순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도 조사・분석의 한계로 “평가과정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므로, 일부 분석 내용으로 합격 결과와의 특정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추진 배경이 된 ‘부모의 지위가 자녀 입시에 미치는 영향’은 밝혀내지 못했다. 조국 전 장관 사태에서 시작된 실태조사 결과 조 전 장관과 같은 입시비리 의혹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교육부는 "교직원 자녀가 해당 대학 또는 부모 소속 학과에 합격한 경우가 있으나 회피·제척은 규정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애초에 24명의 조사단이 2주 동안 202만 건의 지원자 자료를 분석했던 것이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사단 1명이 하루에 6000여 건의 자료를 분석한 셈이다. 이 때문에 정시 확대를 위한 보여주기식 조사에 그쳤단 비판이다. 

대학에선 “수시 평가에 매달려야 하는 시기에 실태 조사를 하면 수시 평가를 하지 말란 것인가” “전형 일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선정 기준이 납득되지 않는다” 등 볼멘소리가 나왔다. 

전국대학교입학처장협의회는 "공론화를 통해 2022학년도 수능 위주 30% 이상 등이 권고된 상황에서 시행도 해보기 전에 재논의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수도권 주요대학 정시 확대 방안은 오히려 지역 간 대학의 불균형을 심화하고 현행 수시전형이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크다”고 입장문을 낸 바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대입제도, 더 나아가 교육 공정성을 위해서 정시 확대가 능사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이범 교육평론가(前 민주연구원 부원장)는 “한국의 대입 경쟁이 극심한 것은 진학하는 대학에 따른 격차가 크기 때문”이라며 “경쟁의 규칙을 바꾸는 것으로는 대입 경쟁 자체를 완화할 수 없다”면서 대학 공동 입학 등 대학 서열화 타파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주명 민교협 민주주의교육혁신센터장도 “조국 사태로 드러난 교육 불평등 문제를 ‘입시 방식의 변화’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은 일부의 증상에 대한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며 “가장 핵심적인 영역인 고등교육의 캐슬을 해체해야 한다. 서열화된 대학 체제 개혁안에 대한 사회적 담론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입시방식의 부분적 개선이 아니라 특권 대물림 교육 체제를 없애야 한다”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관련 공약에 따라, 대학 서열을 타파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제도 도입에 나서길 바란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 교육부, 종합감사와 고교기여대학사업 활용 가능성도 = 그러나 여전히 교육부는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정시 확대를 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전망이다. 사학비리 척결이란 기조 아래 진행중인 종합감사라는 두 번째 수가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그간 한 번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16개 대학을 대상으로 종합감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연세대가 첫 타자였고 홍익대는 지난달에 종합감사를 받았으며, 고려대 등 나머지 대학에 감사 태풍이 언제 닥칠지 모른다. 

실태조사를 받은 한 대학 관계자는 “누가 누구를 감사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첫 종합감사 발표 당시만 해도 누구나 수긍할만한 명분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교육부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하는 감사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지 않나”고 전했다. 

학종 확대를 위해 활용된 고교기여대학지원사업이 정시 확대를 위한 압박수단으로 쓰일 가능성도 크다. 교육부는 등록금 동결에 국가장학금을 연계하는 등 새로운 정책에 재정 지원 카드를 사용해 왔다. 지난해에도 대입제도를 개편 당시 정시 확대 권고를 이행토록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을 재설계한다고 한 바 있다.

이 사업으로 대학에 지원하는 금액은 연 559억원이다. 한 대학당 8억원이며, 재학생 1만명 이상 대학에는 10억원 이상이 투입된다. 서울대의 경우 18억원이 지원된다. 등록금 동결로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교육부의 정시 확대 요구를 자발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국가교육위 설치 요원, 국가교육회의도 있으나 마나 = 교육정책이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자 흔들리지 않는 교육 컨트롤타워를 세우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약속을 스스로 깬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국가교육회의라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독립적・초정파적으로 운영한다던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은 요원한 상황이다. 정부・여당은 연내 출범을 목표로 했으나 패스트트랙 등 여야 갈등으로 논의가 중단됐다. 조국 사태 이후 오히려 대입개편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모양새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전 단계인 국가교육회의도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대입제도 개선에 대해 아무런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박순준 사교련 명예이사장은 “국가교육회의는 지난달 열린 ‘한-OECD 교육 콘퍼런스’에 2학기 내내 매달렸고, 현재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파장 분위기”라며 “교육과 관련한 문제를 거시적으로 짚어내고 공론화하는 것을 못 하는 것 같다. 초중등위와 고등교육전문위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하는데 서로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는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8월에 발표한 2022 대입제도 개편안을 시행하기도 전에 이를 다시 고치겠다는 것은,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장기적 교육정책을 수립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을 스스로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며, 학교 현장의 혼란은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라며 “커다란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미 선발 인원을 발표한 대학도 또다시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교학점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2025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2028 대입제도 마련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고교-대학을 중심으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고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대입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정시 30%보다 조금 상향조정 될 수 있는데 모든 대학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제도가 아니라 학종의 쏠림이 심한 서울지역 대학들을 중심으로 정시・수시의 비율을 적정하게 균형을 맞추겠다는 취지"라면서 "어느 시기에 몇 퍼센트까지 올릴지 대학과 시도 교육청 등 당사자들과의 협의를 통해서 결정해 11월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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