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열린 기회의 문’ 모집규모 확대, 수시이월 반영 시 재차 확대 예정
전형방법 및 수능 반영비율, 영어 반영방법 등 전형 변화 확인 필수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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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올해 대입 일정도 이제 변곡점을 지나간다. 수능과 이어지는 채점 결과 발표, 수시 합격자 발표 마무리와 미등록충원합격 등의 일정이 지나가면,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올해 정시모집 원서접수는 12월 26일부터 31일로 해를 넘기지 않는다. 28일 원서접수를 마치는 서울대 외 대다수 서울권 주요대학은 시간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31일 접수를 마감할 예정이다. 

지난해 공론화를 거쳐 발표된 대입 개편안에 따르면, 정시모집을 늘리기로 한 것은 2022학년이지만, 이미 대학들은 올해부터 정시 확대에 돌입했다. 개편안 발표 이전부터 정시모집을 늘리라는 교육부의 요구가 있었고, 이를 대학들이 거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당장 올해 서울권 주요 11개 대학 정시 모집인원은 정원 내·외 합산 1만1044명으로 1153명이나 늘어났다. N수생을 필두로 정시모집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수험생들에게는 ‘기회’의 문이 활짝 열린 것이다. 수험생들의 성공적 대입 준비를 위해 올해 서울권 주요대학 정시모집에서 나타난 변화는 무엇인지, 지원전략을 세우기 전 확인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한데 모았다. 

■주요대학 정시 모집규모 ‘확대’…해소되지 않은 정시 확대 논란 배경= 올해 서울권 주요대학의 정시 모집인원은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정원 내와 정원 외를 전부 합산한 11개 서울권 주요대학의 정시 모집인원은 1만1044명이다. 이는 지난해 대학들이 최초 선발하려던 9891명과 비교하면 1153명 많은 수치다. 

2020학년은 정시 모집인원이 늘어난 분기점이다. 본래 대학들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과 연계해 학생부 위주 전형을 늘리라는 교육부의 요구를 수용해 꾸준히 정시 모집인원을 줄여왔다. 1만276명 모집에서 9891명으로 정시 모집인원을 줄이며, 1만명 선이 무너졌던 것이 바로 한 해 전의 일이다. 

갑작스레 정시모집 규모가 확대된 배경에는 교육부가 있다. 대학들이 올해 정시 모집인원을 확정 발표한 것은 대입 전형 시행계획 발표 기한인 지난해 4월 말이었다. 실제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만들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절차를 고려하면 3월 말까지는 모집인원을 전부 확정해야 했다. 하지만, 3월 말 박춘란 당시 교육부 차관이 일부 서울권 주요대학에 “정시를 늘려달라”고 비공식적으로 주문했다. 대교협 심의 기한을 늦추면서까지 정시모집 확대를 사실상 ‘강제’하는 모습이었다. 직접적인 당국의 주문을 거절할 수 없던 대학들은 정시 모집인원을 부랴부랴 늘렸고, 결국 서울권 주요대학 정시 모집 규모는 이처럼 늘어나게 됐다. 

정시 모집인원 확대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히 화두다. 2020학년 대입 모집인원이 확정된 지난해 4월 말 이후로도 정시 규모에 대한 논란은 이어졌다. 지난해 8월에 발표된 ‘2022학년 대입 개편안’에 따라 정시 모집인원을 30% 이상 두도록 하는 방안이 채택됐지만, 여전히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학종 공정성’을 논하며 ‘정시 모집인원 확대’를 주장하면서 재차 정시 규모 확대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배경들로 인해 정시 모집인원은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대교협이 올해 4월 말 발표한 대입 전형 시행계획 현황에 따르면 이들 대학은 내년 정시모집에서 1만1775명을 선발할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는 올해 정시와 비교했을 때 731명 늘어난 수치다. 

2022학년에도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시모집 중에서도 수능위주전형 모집인원을 전체 인원 대비 30% 이상으로 둬야 해 모집인원이 한층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대학들이 모집 규모를 늘리지 않더라도 2021학년 수능위주전형이 30%를 채우지 못한 고려대·서울대·경희대·중앙대만 30%까지 수능위주전형을 확대하면, 정시 모집인원은 1100여 명 늘어나게 된다. 

■‘실제 모집인원’ 확대…수시 이월 인원 발생 때문 = 논란을 차치하고 보면, 정시 모집인원 확대는 N수생을 비롯해 정시에 무게를 두고 대입을 준비해 온 수험생들에게는 ‘기회’다. 정시 모집은 ‘규모’에 따라 점수가 요동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시 합격선은 모집 규모가 큰 경우 내려앉고, 모집 규모가 작은 경우 올라앉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너무 모집인원이 적으면 수험생들이 지원을 기피해 합격선이 내려앉는 경우도 있지만, 예외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정시모집에서 유독 극심한 눈치작전이 벌어지는 것도 이런 원리에 기반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에 더해 정시모집을 희망하는 수험생이라면 올해가 정시 모집인원 확대 ‘첫해’라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정시 모집인원 확대가 이미 뿌리를 내린 상황이라면, 기존 수시모집에서 ‘승부’를 봤던 우수 수험생들이 정시모집으로 눈을 돌리게 돼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정시모집이 확대되는 시발점이며, 확대 규모도 본격화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합격선을 좌우하는 모집 규모가 늘어난 상황에서 수험생들이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부분은 ‘수시 이월’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시 모집인원은 어디까지나 ‘최초 모집 계획’에 불과하며, 향후 정시 모집인원은 더욱 늘어난다는 점에서다. 

수시모집은 현재 계획된 인원을 전부 채울 수 없는 구조다. 6회까지 지원 가능한 수시모집의 특성상 여러 대학에 합격한 ‘중복 합격자’들이 나오게 되고, 이들이 최종 진학 대학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결원’이 발생한다. 해당 인원들을 채우기 위해 ‘추가합격’이라 불리는 미등록충원합격이 실시되고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결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수시모집에 합격한 경우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과기원 등 예외 사례가 존재하며, 재수험을 택해 등록하지 않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미등록충원합격 기간이 대학마다 큰 차이가 없다 보니 막판에 대학을 바꾸면서 결원이 나오기도 한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둔 전형에서는 해당 조건을 만족시킨 인원이 부족해지면서 결원이 나오는 경우가 빈번하다. 대학들은 이처럼 발생한 결원을 정시모집으로 이월 시켜 선발하는데 이를 ‘수시이월’이라 한다. 

수시 이월 규모는 절대 적지 않다. 정원 내 일반전형 기준 지난해 서울권 11개 주요대학에서는 1176명의 수시 이월 인원이 나왔다. 이에 따라 9204명을 모집하려던 정원내 일반전형 인원은 1만380명으로 늘어났다. 한 해 전인 2018학년에도 9402명이던 최초 모집인원이 1만936명으로 늘어난 바 있다. 이는 본래 선발하려던 인원과 비교하면 각각 12.8%, 16.3%나 된다. 

선호도가 특히 높은 대학에서도 수시 이월은 나오기 마련이다. 오히려 이월 규모가 상당히 큰 경향을 보이기까지 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서울대에서는 217명의 수시 이월이 발생했고, 연세대는 267명, 고려대는 251명을 기록했다. 이들 대학 합격자들은 의학계열 등 인기가 높은 모집단위에 중복으로 합격하면서 이탈하는 일이 잦고, 우수한 학업 역량을 기반으로 여러 대학에 합격해 추가 합격 막판까지도 이동하는 사례가 많다 보니 발생하는 일이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수시 이월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주요대학의 정원 내 정시 일반전형 규모는 1300여 명에서 1600여 명 늘어나게 된다. 물론 올해도 수시 이월이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속단할 수만은 없다. 수시모집 전형 방법 변화 등에 따라 수시 이월은 시시때때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한다거나 없애는 경우에는 수시모집에서 정해진 인원을 채우기 쉬워지기에 수시 이월 규모가 적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올해 수시모집 전반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앤 연세대 등은 상대적으로 수시 이월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규모에 다소 변화가 생기더라도 수험생들이 수시 이월을 주목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변하지 않는다. 

정시모집을 고려하는 수험생이라면, 전체 이월 인원뿐만 아니라 모집단위별 이월 인원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수시모집을 확대하면서, 일부 모집단위에는 정시모집 인원을 처음부터 두지 않는 대학이 많다. 하지만, 수시 이월이 발생하면, 이들 모집단위에서도 정시모집이 실시된다. 급작스레 정시모집이 실시되는 모집단위는 합격선이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초 모집 요강만 보면 선발 계획이 없는 것처럼 보이다 보니 수험생들이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매년 합격선이 다소 들쭉날쭉하게 형성되는 서울대 수의대다. 모집 규모가 매년 달라져 합격선 추정이 어렵긴 하지만, 수시 이월로 인해 정시모집이 실시되면 지원 여부를 고민해 볼 필요는 충분하다. 

올해 대학별 구체적인 수시 이월 인원은 내달 20일부터 발표될 예정이다. 수시 미등록충원합격 통보 일정이 19일 오후 9시까지로 정해져 있고, 해당 인원들의 등록 여부는 20일에야 결정되기에 아무리 빨라도 그전에는 ‘결원’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구조다. 

■‘합격선’ 예측 현재로서는 불가, 수능 반영비율 등 전형 방법 변화 확인 ‘우선’ = 정시모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합격선’이다. 합격선을 알아야 자신이 원하는 대학·모집단위에 지원했을 때 합격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합격선을 명확하게 추정하기 어렵다. 합격선은 수능 난도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다. 수능이 실시되고 향후 채점 결과까지 발표돼야 수험생들의 성적 분포를 알 수 있고, 합격선 추정도 가능해진다. 

합격선 추정이 가능해지는 시점 전까지 수험생들이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부분은 전형 방법 변화다. 수능위주전형에서 학생부 반영 여부 등 기본적인 전형 방법은 물론이고,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 등의 변화를 필히 확인해야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인문·자연계열 일반전형 기준 올해 전형 방법 자체에 변화를 준 서울권 주요대학으로는 서강대가 있다. 서강대는 지난해 정시까지만 하더라도 수능 90%와 학생부 10%를 합산했지만, 올해부터 학생부를 반영하지 않고 수능만 반영하기로 했다. 학생부 반영 비율을 없애면, 수능 합격선은 다소 오르는 결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서강대가 학생부를 반영하지 않기로 하면서 서울권 주요대학 중 정시모집에서 학생부를 반영하는 곳은 나군에 한해 학생부 교과성적 10%를 반영하는 한양대만 남았다.

여기에 더해 서강대는 지난해부터 ‘계열 구분’을 일체 없앤 상태다. 2018학년까지만 하더라도 인문계열 수험생은 수학(나)를 필히 선택해야 하고, 자연계열 수험생은 수학(가)와 과탐에 응시해야 했지만, 지난해부터는 계열 구분 없이 수학·탐구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해도 지원 가능하다. 

계열 구분이 없다지만, 기본적으로 서강대 지원 시에는 수학(가)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수학(가)를 선택하면 표준점수 10% 규모의 가산점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서강대는 국어 34.4%, 탐구 18.7%에 비해 수학 반영비율이 46.9%로 매우 크다. 10%의 가산점이 갖는 영향력 또한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수능에서 수학(가) 선택자들의 유리함이 상당했다. 수학(가) 1등급 컷은 표준점수 126점으로 10% 가산점을 더하면 수학(나) 만점인 139점에 육박했다. 수학(나) 1등급인 130점은 수학(가) 118점과 비슷한 수치인데, 지난해 수능 수학(가) 3등급 컷이 117점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수학(나) 1등급과 수학(나) 3등급의 위상이 비슷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수능 수학 출제 경향이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면, 나형 선택자는 수학에서 상당히 좋은 점수를 받아야 서강대 지원이 가능할 전망이다. 

서울권 주요대학 의대 정시모집에서 ‘면접’을 실시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본래 면접을 하던 서울대와 고려대 외에도 올해는 연세대와 성균관대 의대가 정시 면접을 하기로 했다. 고려대는 의대에 더해 간호대에서도 면접을 할 예정이다. 별도 배점이 없고 ‘결격 여부’를 판단하는 데만 활용하는 ‘적성·인성 면접’이라지만, 지원자들은 사전에 이를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양대와 한국외대는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에 변화를 줬다. 기존 인문계열과 상경계열 모두 국어·수학·사탐 각 30%, 영어 10%를 반영하던 한양대는 상경계열 기준 수학 반영비율을 30%에서 40%로 높이고, 사탐 비율을 30%에서 20%로 낮췄다. 

한국외대는 영어의 비중을 전반적으로 축소했다. 대신 서울캠과 글로벌캠 인문계열은 국어, 글로벌캠 자연계열은 수학의 비중이 높아졌다. 영어가 20%에서 15%로 줄어든 반면, 서울캠과 글로벌캠 인문계열 국어와 글로벌캠 자연계열 수학 반영 비율은 30%에서 35%로 늘어났다. 

영역별 반영비율 변화는 정시모집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전년도 입시결과와 사뭇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수험생들은 ‘배치표’로 불리는 입시기관의 자료나 ‘어디가’ 사이트 등에 수록된 전년도 입시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데, 반영 영역이 달라지면 수험생들의 지원 경향이 달라지면서 입시 결과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가산점제나 감점제로 주로 반영되고 있는 영어 반영방법을 달리한 사례들도 있다. 한국외대는 영어 만점을 140점에서 105점, 이화여대는 영어 만점을 250점에서 100점으로 각각 조정했다. 반대로 중앙대는 20점이던 영어 만점을 100점으로 높였다. 국어·수학·탐구만을 보면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합격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가 있는 것이다. 

주의할 것은 영어 점수 규모가 커지면 영향력 증가, 규모가 작아지면 영향력 감소가 일반적인 흐름이지만, 이에 반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국외대는 영어 만점을 낮췄지만, 자연계의 경우 1등급과 2등급 격차가 2.8점에서 5점, 2등급과 3등급 격차가 2.8점에서 8점으로 크게 늘어났다. 영어가 지닌 영향력은 절대 작아지지 않은 것이다. 영어에서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이라면 고민할 이유가 없겠지만, 2등급이나 3등급을 받은 경우라면 대학들의 세부 반영 방법을 잘 살펴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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