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위 전체회의에선 '일반고 전환' 얘기 뿐
예결위 예산심사에서도 '정시 확대' 비판만 나와
가뭄에 콩나듯 언급된 고등교육 예산안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한국대학신문 DB.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 체제로 돌입했지만, ‘정시 확대 및 고교서열화’가 정쟁 이슈로 부각되면서 고등교육 예산안 심사는 뒤로 밀리는 모양새다. 2020년 고등교육 예산안이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돼 어느 때보다 꼼꼼한 심사가 요구됐으나 국회의 관심 사안이 아니었다.

예산결산특별위는 4일 부별 심사를 시작으로 7일 종합정책질의를 위한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날 심사에서 교육부가 5일 발표한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에 대한 공세가 집중됐다. 교육위도 8일 전체회의를 열고 예산안을 상정했지만, 전날 발표된 ‘2025년까지 자사고ㆍ외고ㆍ국제고, 일반고 전환’ 이슈에 덮였다. 

■ 일반고 전환에 1조…“고교서열화보다 대학서열화가 문제” =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여당ㆍ야당 구분 없이 ‘일반고 전환’을 놓고 접전을 펼쳤다. 이찬열 교육위원장은 “예산 심사를 하는 자리니 예산과 관련된 논의를 심도 있게 해야 한다”며 “잘한 것은 증액으로, 잘못된 것은 감액하면 될 것”이라고 수차례 얘기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이날 회의에서 일반고 전환 비용으로 1조500억원이 소요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내년에 일괄 전환하면 7700억원이 든다”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답변에 “엉뚱한 대답이다. 이는 43개 자사고 폐지를 상정했을 때 비용”이라며 “비용추계도 제대로 하지 않고 정부 정책을 발표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유 부총리는 “자사고 43개교를 전환하면 7700억원이며, 외고 국제고까지 포함한 59개교를 일괄 전환하면 1조500억원이 들어간다. 사립학교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당의 김한표 의원은 교육부의 발표를 놓고 “대학서열화가 문제인데 이를 그대로 두고 고교서열화를 없애자고 하는 것은 몸통을 두고 꼬리를 흔드는 격”이라며 “전체 고교의 5%도 안 되는 자사고ㆍ외고가 문제라고 하는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현아 의원은 교육부가 국회를 패싱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국회법을 보니 중앙행정기관이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시행령으로 재ㆍ개정할 경우 10일 내 소관 상임위에 제출하게 돼 있다”며 “국회는 사전에 검토할 권한이 있지만, 교육부는 국회를 패싱해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언론 보도를 보고 이러한 내용을 전달받고 있다”고 항의했다. 

이학재 의원은 “인적 자원이 큰 우리나라에서 기회를 뺏는 것은 문제”라며 “이번 결정을 보면 나라가 망하든지 말든지 정치적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미친선택”이라며 “국가의 미래를 팔아서 정치적으로 이득을 보려는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자사고ㆍ외고가 애초의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지 않고, 사교육비를 부추긴다고 맞받아쳤다. 박찬대 의원은 “공정한 사다리가 될 입시과정이 제도화됐다 하더라도 제도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국민 의견”이라며 “교육부 발표가 교육 공정성 요구에 대한 수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두둔했다. 

또한 “외고와 국제고의 어문계열 진학이 40%와 19.2%에 불과하다”면서 “자사고도 46개교 중 26개교가 국영수를 권장 이상으로 편성해 입시 학원화가 됐다”고 덧붙였다.  

조승래 의원도 “고등학교가 선발 경쟁을 통해 우수한 아이를 선점해놓고 상위 대학에 보내왔는데, 이제는 선발 경쟁이 아니라 교육 경쟁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유 부총리도 “2025년도까지 일괄전환하는 것은 그때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하기 때문이다. 내년 마이스터고, 2022년 특성화고, 2025년 일반고에 고교학점제를 시행한다”며 “일반고에서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심화학습도 가능하도록 교사 지원이나 학교 간의 교류 프로그램을 만들어 맞춤식 교육으로 갈 것”이라며 일반고의 경쟁력을 높일 것을 강조했다. 

이어 “특목고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일반고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내년부터 5년간 일반고에 단계적으로 2조원을 지원해서 집중 강화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 유은혜 “특별감사 시사…정시 확대 대학 명단도 발표할 것” = 4일과 7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고등교육 예산에 대한 심사보다는 정시 확대ㆍ학종 실태조사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정시 확대 수준과 관련해서 11월 말 대상 대학 명단과 함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유 부총리는 “학종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11월 말까지 정시 비중을 상향 조정할 일부 대학과 그 시기와 범위에 대해서 함께 발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특별감사가 진행될 수도 있는 점을 시사했다. 유 부총리는 “학생부 기재과정에서 부정이 확인됐고, 의혹도 있다.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할 경우 특정감사로 전환하고, 조사해 결과를 말해겠다”며 “해당 대학을 말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정시 확대’를 놓고 유 부총리를 향해 질타했다.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처음 주재한 교육관계장관회의에서 현행 정시 입학 30%에서 약 40%로 비중 확대를 주장했다”며 “지난해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특위, 공론화 위원회 등 1년간에 걸쳐 정시 30% 이상 확대한다는 2022년도 개편안을 마련했는데 또 바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유 부총리는 “정시 비율을 30% 이상 확대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서울 일부 대학의 정시 비중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방향을 바꾸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덕흠 의원도 “연기하거나 백지화한 교육정책이 10여 개에 달하는 등 현 정부는 추구하는 교육 철학도 없는 것 같다. 3개월에 한번꼴로 교육 정책이 바뀌는 것 같아서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은 상당히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 부총리는 “오해와 확대 해석들이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 대통령께서 시정 연설을 통해서 말씀하신 사항은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라는 것”이라며 “정시 비중을 올려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대단히 큰 것은 학종이 매우 불공정하다는 불신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종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말해 왔다”고 답했다.

■ 학자금대출 저금리 전환 16억원 반영…지역혁신사업 예산증액 시 권역 확대 = 내년도 예산안에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위한 예산을 비롯해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이 8035억원으로 대폭 확대됐고 지역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지역혁신사업도 신설됐지만, 간략히 언급되거나 논의 테이블 위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그 와중에 학자금 저금리 대출전환 예산이 편성돼 눈길을 끌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번에 16억원이 반영됐다”며 “교육위에서 증액하겠다. 예결위에서도 본예산이 빠지지 않도록 하겠다. 교육부가 관련 근거법 마련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지난 국감에서 김현아 의원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을 갚기 시작할 때까지 3년 이상 걸린 사람 비율은 2014년 8%에서 2018년 31%로 늘었다”며 “안심전환대출은 1%대 저금리로 바꾸어줬는데 집을 사서 대출받는 사람과 공부하려고 학자금 대출받는 사람, 누가 더 약자인가”라며 대출 전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005~2009년 10년 상환에 7% 이자로 정부 보조 학자금대출을 받은 사람이 7만4000명이다. 현재 보증부대출로 인한 신용유의자가 7509명”이라며 “이번에 전환대출을 통해 금리를 인하하는 게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지역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부의 ‘(가칭)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교육부는 2020년도 예산안에 1080억원을 책정하고 3개 권역에서 지역혁신형 대상 대학을 선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권역을 지정했냐는 이후삼 의원의 질의에 유 부총리는 “예산이 통과되면 내년 상반기에 각 광역 단위별로 준비 정도나 실행 계획들을 반영해서 권역을 결정하려고 한다”며 “광역 단위로 세 개를 정해 내년에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역의 균형 발전 전략이나 지역의 특색에 맞게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고, 유 부총리는 “세 개 권역 사업을 하면서 확대될 수 있도록 사전에 이러한 모델들을 계속 홍보도 하고 강화해 나가겠다”면서 “예산이 증액이 될 수 있다면 한두 개 정도는 동시에 시작해 보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예결위 회의에서는 교육부가 6월 발표 이후 진행하고 있는 16개 대학에 대한 종합감사와 관련한 질의도 나왔다.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조직법 8조에 따르면 각 행정기관에 배치할 공무원의 종류와 정원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돼 있고 교육부령에 따르면 감사원은 고위공무원에 속하는 일반직 공무원으로 보완하도록 돼 있다”며 “15명의 시민 감사관을 두는 것은 법률 위반이다.  그런 측면에서 3억9300만원 전액 삭감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시민 감사관 제도는 ‘공공 감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서 구성하고 운영하고 있다”며 “3억9300만원은 시민 감사관에게 지급되는 경비가 아니고, 사립대학에 회계 감사를 나갈 때 투입되는 회계 전문가들 인력의 경비로 지원되는 금액이다. 시민 감사관들에게는 최소한의 회의비, 교통비 정도만 지급한다”고 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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