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애들아. 이제 대입 수능 시험일이 다가왔구나. 수능 결과에 따라 너희들의 선택이 달라지겠지만 너희 모든 운명을 결정하지는 못한다. 그러니 수능 시험이 두려워도, 너희가 경험하는 인생의 한 모험일 뿐이라 생각하면서 편한 마음으로 시험을 봤으면 좋겠구나.

수능 시험은 5지 선다형 문제로 출제자가 원하는 답을 골라야 한다. 문제를 제대로 풀었어도 답안지에 잘못 표기하면, 그 문제를 모르는 것으로 평가한다. 또 한 문제당 주어진 시간이 매우 짧아서 문제를 읽고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기계적으로 답을 찾아야 하는 시험이다. 그렇기에 5지 선다형인 수능 시험이 너희의 모든 능력을 측정할 수 없고, 그 결과가 너희 모든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5지 선다형의 기계적인 시험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도 많다. 암기하거나 이해한 지식을 꺼내어 주어진 문제를 읽고 정해진 답에서 정답을 고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 그리고 과거 사람들의 생각을 알고 문제에서 고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기 생각을 말하고, 어떤 주제를 토론하고 설명하고 발표하는 평가를 수능 시험보다 더 잘 풀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수능 시험 결과가 나빠도 인생을 살아갈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인생에서 실패한 것도 아니다. 이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이 너희에게 적합하고, 이런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이 너희에게 적합한 것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만약 너희가 수능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다면, 이 시험에 맞는 공부를 제대로 한 결과라고 생각하라. 그리고 운도 따라주는 행운아라고 생각하고 더욱 노력하거라.

이솝 우화에 토끼와 거북이 경주 이야기가 있다. 거북이가 육지에서 토끼와 경주를 했다. 이 이야기에서 거북이는 매우 느림보로 토끼에게 놀림을 당하고 무시당하고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거북이가 육지에서 토끼와 경주를 하면서 느림보라고 놀림을 당하는 것이 마땅치 않다. 왜냐하면 거북이는 당연히 육지에서는 느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다에서는 매우 빠른 동물이다. 그런데 토끼가 유리한 환경에서 경주하면서 거북이를 느림보라고 판단하는 것은 엄청난 오류이고 죄악에 가까운 평가라고 본다.

토끼에게는 육지가 가장 적합한 삶의 장소이지만 거북이에게는 가장 어려운 삶의 장소다. 마찬가지로 어떤 이에게는 수능 시험이 가장 적합한 시험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가장 어려운 시험이다. 사람마다 다른 가치와 역량을 가졌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수능 시험 결과가 나쁘다고 모두 실패자는 아니듯, 수능 시험 결과가 좋다고 모두 성공한 사람은 아니다. 선생님은 이제까지 살면서 그런 경우를 많이 봐왔다.

이제 너희가 수능 시험장에서 어떻게 시험을 치를지 눈에 선하다. 그 모든 순간순간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으며 정답을 찾을 것이다. 아니, 교묘하게 숨겨진 정답이 아닌 것을 골라내려고 애를 쓸 것이다. 그렇게 찾은 답이 맞든 틀리든 그것은 너희 손을 떠났다가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 그 결과를 걱정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네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의 최선을 말이다. 그러나 그 이상을 생각하고 실망하거나 좌절하지는 말아라.

인생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수능과 같은 시험에서 점수를 잘 받아 살아가는 인생이 있고, 점수가 아닌 다른 것을 잘해 살아가는 인생도 있다. 모든 인생은 하나의 게임이나 하나의 시험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여러 가지 복합요소가 작용한다. 수능 시험과 같은 점수도 한 요소이고, 다른 역량과 능력, 배짱도 하나의 요소이다. 그런 요소를 잘 고려해 선택하고 조합할 때 새로운 인생을 개척할 수 있단다.

얘들아. 수능 시험이 아무리 중요하다 할지라도 너희 자신보다 중요하지 않음을 기억하자. 너희가 있어야 수능 시험도 있는 것이다. 수능 시험을 너희가 즐기는 하나의 점수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시험에 임하면 어떨까? 수능 시험은 너희 인생에서 경험하는 모험 중 하나로 점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단다. 점수 게임은 실력이 있어야겠지만 운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수능 시험이 인생의 성패를 결정하는 단 하나가 아니라고 다시 말해주고 싶구나. 그동안 고생 많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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