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오늘은 무엇을 얻고 가느냐.” 마산대학교 설립자 청강 이형규 선생의 교육철학이다. 지난해 4월 향년 94세로 작고한 청강 선생이 생전에 항상 강조했던 이 말은 현재 마산대학교 후문 교훈석에 새겨져 있다. 청강의 가르침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배웠고, 이를 앞으로도 잘 이어갈 수 있을 셋째 아들 이학은 총장이 지난 3월 마산대학교 제8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지난 6일 마산대학교 총장 집무실에서 만난 이학은 총장은 하루의 대부분을 학생과 직원 입장에서 생각한다고 했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어려운 문제까지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며 결과로 다가가는 과정이야말로, 전 구성원 스스로가 마산대학교를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가장 빠른 길임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신임 총장이라 취임 전 들을 수밖에 없던 ‘임중도원(任重道遠)’을 ‘동주공제(同舟共濟)’로 극복해 보이는 지혜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투박하고 더딜지라도, 인간미가 넘치는 이학은 총장의 ‘유지경성(有志竟成)’의 자세를 들어본다. ‘마산대학교의 오늘’은 또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 취임한 지 반년이 지났다. 스스로 현재까지를 평가한다면.
“하나하나 이해하고 배우고 있다. 전문대학의 교육 방법, 행정이 지금까지 경험한 것과는 다른 점이 많아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가고 있다. 그래서 특별히 내세울 것은 아직 없다. 하지만 제대로 파악한 뒤 변화를 시도해 볼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고려대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또 개인 연구에 노력해 왔다. 자신만을 걱정하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더욱 많은 가족들과 같이 가야하는 책임자이기에 더욱더 신중해지고 있다.”

-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취임사에서 밝혔다. 우선 총장이 정의하는 ‘창의적 인재’란.
“창의적인 인재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일 것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수행해야 하는 과업에서도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추구하고 또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려 하는 그런 인재를 창의적인 인재라 할 것이다. 이러한 능력 배양을 위해 어떠한 교육과정이 도입돼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교육은 ‘창의적 인재’ 양성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일까.
“한국에서의 교육은 언제부터인가 ‘전문성’을 중시하는 방향이었다. 물론 ‘전문성’을 갖춘 인재는 한 분야에서는 주어진 일에 숙달된 우수한 인력일 수 있다. 분업 사회에서는 정말 필요한 인재였던 것이 맞다. 그래서 교육도 이러한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고 생각한다. 객관식에 익숙하고 단답형식의 사고를 하도록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사회는 지금 엄청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융합의 형태로 변모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사회구조의 변화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다. 이제는 ‘창의적 인재’를 위한 교육과정이 도입돼야 한다.”

- 창의적 능력 배양을 실현할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발표 능력 배양과 토론 능력이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그리고 찾아서 학습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올바르게 유도하기 위해 한 가지 쉬운 방법은 ‘공동생활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공통적인 문제로 좁혀지는 과정에서, 서로의 의견 제시는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이를 통해 의견 일치에 더욱 쉽게 도달하게 된다. 관계도 더욱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동아리 모임’을 적극 활성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우리 학생들도 이제 선진 외국의 젊은이와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화’라는 벽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마산대학교에서는 해마다 많은 학생을 선발해 호주에 장기 어학연수를 보내고 있다. 해외실습도 보낸다. 해외 취업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물론이다. 마침 ‘영어카페’도 개소했다. 현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다.”

- 학생들이 자랑스러워하고 재미있는 캠퍼스를 만들겠다고 한 것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름방학에 치위생과에서 주관한 ‘영어 스피치 경연대회’를 몰래 참관했던 일이 있다. 원래는 외부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경연대회에 참여할 수 없었는데, 시간이 생기게 돼 참관했다. 그런데 학생들이 영어를 정말 잘해서 감탄했다. 단순히 외워서 하는 것이 아니었다. 발표 학생이 즉석에서 객석에 앉은 학생들과 쉽게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감이 생겼다. ‘영어카페’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고, 원어민을 초빙해 학생들이 영어를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 청강 선생이 지난해 작고했다. 부친이자 마산대학교 설립자인 청강 선생은 마산과 경남 지역에 ‘배움만이 살길’이라는 점을 뿌리내리게 한 장본인이다. 특히 ‘여성교육’의 중요성을 일찍이 안 선각자이기도 했다.
“교육의 뜻을 이루기 위해 온 평생 혼신의 노력을 보였던 분이다. 항상 곧은 성품으로, 또 실패는 없다는 신념으로, 세운 뜻은 꼭 이루려 했던 지역의 큰 어른이었다. 교육이 구국의 첫 번째라는 아버님의 정신이 빛바래지 않도록 하겠다. 아버님의 근처도 따라가지 못하겠지만 최선을 다해 보려 한다. 내 눈에 항상 머무른 ‘오늘은 무엇을 얻고 가느냐’ 하는 겸손함으로 마음을 다스려 볼까 한다. 문화교육원을 설립하셨을 때 당신의 희생은 남달랐다. 주변의 많은 이들에게 삶의 터전을 적극 마련해 주셨던 그런 분이다. 함부로 따라할 수도 없는 당신의 멋이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마련된 농장이 이런 멋있는 교정으로 바뀌게 된 것도 절대 우연이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모든 교직원이 애정을 들이고 노력해 만들어진 멋진 캠퍼스다. 설립자의 뜻이 그러했듯이 모두 같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사명으로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교직원과 학생들의 애교심이 남다른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스며들어서라고 확신한다. 우리 학생들의 밝은 표정도 아마 다른 대학에서는 느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아들로서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라면.
“어릴 때 가끔 동네 목욕탕을 따라갔을 때, 항상 가시던 시장 골목 길거리 음식점에서 국수를 한 그릇 사주시던 기억이 먼저 난다. 아침 일찍 교내에 신문 배달하는 내 또래 어린 학생들과 한참을 계단에 앉아서 말씀을 나누시고 용기를 주고, 또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모습도 눈에 선하다. 선친은 매우 엄격하신 분이었다. 어릴 적부터 우리 4형제는 식사 때 밥풀 하나 흘리지도, 반찬 하나 남기지도 못하도록 했다. 구두 한 켤레를 사면 다 떨어질 때까지 계속 신고 다녔다. 셋째인 나는, 한 번도 새 옷을 받아본 적이 없다. 항상 큰 형과 둘째 형이 입던 옷을 물려받아 입었다. 그런데 딱 나까지 입으면 옷이 해져서 못 입게 돼, 막내는 새 옷을 사 입었다(웃음). 그런 부모님을 한 번도 원망해본 적이 없다. 호의호식 하지 않으신 분이었고, 항상 아끼는 생활을 몸소 보여줬기 때문이다. 당시 주변 친구들도 어려운 생활을 했다. 그래도 우리는 그나마 밥 굶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웠다고 생각했다.”

- 구조공학 전문가다. 사람으로 치면 ‘뼈와 근육’을 어떻게 하면 튼튼하게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평소 생활할 때에도 이런 학문적 성향처럼 ‘기초’와 ‘기본’을 강조하는지 궁금하다.
“당연하다. 구조공학은 물체를 안전하게 떠받치는 골격을 구성하는 것이다. ‘기초’와 ‘기본’은 안전을 절대적으로 담보한다. 기본적인 골격에다 추가적인 변화를 주어서 다양한 모양으로 구성할 수도 있다. 얼마 전 한국대학신문에서 주관한 ‘2019 프레지던트 서밋’에 참여해 대만을 방문했다. 타이완과학기술대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그룹으로 실험을 하는 것을 참관했다. 탑을 높게 짓는 경연인데 재료는 파스타와 실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교육과정이다. 구조 계산은 할 수 없지만, 공학적인 감각으로 여러 형태를 시도해 보는 실험이다. 기본적인 골격은 근본적인 안전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필수적이다. 거기에다가 다양한 변형을 시도해 보고, 또 사용의 범위를 넓히고자 할 때는 어떠한 형태가 최적일 것이냐에 대해 스스로 습득하는 학습이다. 이처럼 ‘기본’에서 시작돼야 모든 것이 안정적으로 응용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 그런데 기초나 기본만 강조하다 보면, 보수적이고 빠른 변화에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충실한 기초를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마산대학교는 어떤 부분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보는지.
“고령화 사회와 정보화 사회, 산업의 융합화 등은 지금도 현실로 닥쳐오고 있다. 변화에 좀 더 빠르게 그리고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할 것으로 본다. 현재 대학 교육과정에서 많이들 걱정하는 것은 문제해결 능력을 어떻게 배양할지에 관한 것이다. 단순하고 선택적으로 답을 찾는 과정으로 교육된 학생들은 조그마한 변화에도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 다양한 해답도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 능력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찾는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지방대’와 ‘전문대’에게는 참 힘든 시기를 넘어가고 있다. 특별히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모든 대학과 마찬가지로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모집에 다소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 지역 산업의 침체가 더욱 위축되게 한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대학에서는 인력 운영에 훨씬 어려운 한계가 있다. 해마다 늘어나는 평가와 기관마다 요청하는 자료 준비에 모든 직원이 매달려 있다. 피로도가 굉장히 높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싶어도 인력이 여의치 않다. 정부에서 이러한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배려하는 정책을 개발하는 데 힘을 써줬으면 좋겠다.”

- 故 김상협 고려대 총장을 롤모델이라 말한 적이 있다. 김상협 총장의 어떤 모습에서 그를 롤모델로 삼게 됐는지 궁금하다.
“대학 재학 중에 뵙던 인상이 너무 강렬했다. 절대 흔들림이 없을 것 같은 든든한 모습. 말씀 하나하나도 그냥 듣고 흘릴 수 없었던 믿음직스러운 인상. 그리고 항상 깔끔한 차림도 좋게 보였다.”

- 좌우명이 있다면 무엇인가.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말자. 내가 노력 없이 취하는 이득은 나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도 그냥 이뤄지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 마산 출신이다. 고향인 마산에 돌아오니 어떻나.
“고등학교 졸업 후 줄곧 고향을 떠나 있었다. 가끔 고향을 찾았지만 대부분 시간을 부모님과 형제들과 보냈던 것 같다. 몇몇 친구와 교류는 있었지만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지는 못했다. 마산으로 내려온 직후 무학산을 올라갔었다. 서울의 청계산보다 더 높은 750m 정도의 산이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고향 모습은 이은상 선생의 ‘가고파’ 가사에서도 시작되는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이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바다’처럼 그대로인듯 싶다가도, 상상하던 옛날 모습은 찾을 수 없고 대단위 아파트촌과 멀리 봉암교 근처의 공단들로 가득 메워져 있는 복잡한 도시로 변모해 있었다. 그런 모습이 조금은 낯설기도 했다.”

- 끝으로 ‘이학은’ 개인으로서 앞으로의 인생 계획을 듣고 싶다.
“몸 건강이 허락하면 좀 더 여행을 해볼까 한다. 2000년 1월 1일 한밤중 쏟아지는 별빛을 보면서 밀레니엄 일출을 보려고 등반했던 중국 쪽 백두산 천지도, 또 2001년에 가봤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도, 가는 도중 아름다웠던 마을 간두릉도 또 가보고 싶다. 케냐로의 가족여행, 킬리만자로도 기억이 많이 난다. 1년 가까이 머물렀던 뉴질랜드 남섬도 다시 가보고 싶다. 건강과 경제적 여유가 주어진다면 좀 더 많은 여행을 하고 싶다. 그러다가 지치면 그때는 손주들 뒷바라지를 해야겠다.(웃음)”

[TIP] 이학은 총장 “학생 스스로가 국가대표 자부심”…올해 말 ‘종합강의동’ 착공 계획

마산대학교 학생들은 자신을 국가대표라고 생각하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학과 학생들이 국내 대회에서 셀 수 없을 정도의 수상 경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로 선발돼 국제대회에서도 큰 상을 받고 있다. 마산대학교 학생들의 실습복에 태극기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은 이러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 자격시험에서 여러 차례 전국수석을 차지한 63년 전통의 마산대학교 간호학과뿐 아니라 보건계열 학과 역시 잘 갖춰진 최신 실습 장비들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내실 있는 교육을 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학은 마산대학교 총장은 “올해 초 호주 그리피스대학에서 우리 대학을 방문했다”며 “그들이 우리 마산대학교 실습시설을 보고 놀라워하더라. 최선을 다해 교육하는 대학이라는 평을 해외 대학으로부터 듣게 돼 더욱 뿌듯한 기억”이라고 설명했다.

마산대학교 졸업생들의 높은 성과와 평판은 입학생 모집에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마산대학교 모집 지원율을 보면, 계속해서 높아지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2015학년도에 2225명을 모집하는데 1만284명이 지원해 4.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후로도 해마다 2100명 내외로 모집하면서 △2016학년도 5.2 대 1 △2017학년도 8.3 대 1 △2018학년도 8.2 대 1 등으로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11.9 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용섭 본지 발행인(오른쪽)이 이 총장과 간호학과 실습실에서 실습중인 학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최용섭 본지 발행인(오른쪽)이 이 총장과 치위생과 실습실에서 실습중인 학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학은 총장은 이제 이러한 대학의 강점을 더욱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홍보’에 주력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그는 “‘취업이 쉬운 좋은 대학’이라는 점을 좀 더 알려주는 홍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교훈이 ‘믿음받는 전문인’이다.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고 국가와 산업에 모두 훌륭히 역할을 할 수 있는 필요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마산대학교는 더욱 나은 교육환경을 갖추기 위해 올해 말 연건평 1만 평 규모의 다목적 종합강의동도 착공한다. 이 총장은 “쾌적한 공간에서 학습과 실습, 전공동아리 등 다양한 학생활동 공간을 지원하겠다”며 “국제어학센터 활성화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학은 총장은…
고려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구조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 피츠버그대 엔지니어링연구원 연구교수를 거쳐 1993년 고려대 공과대학 건축사회환경공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정년인 올해까지 후학을 양성한 뒤, 고려대 명예교수가 됐다. 지난 3월 마산대학교 제8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방재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담=최용섭 발행인 / 사진=한명섭 부국장 / 정리=김의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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