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진 기자

애리조나주립대(ASU)가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으로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건 5년 전부터다. 미국 연방정부의 지원 절감을 시작으로 위기를 직감한 ASU가 2002년 혁신을 위한 시작종을 울린 지 12년 만의 일이다.

총 17년간 ASU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17년 전 5만여 명이던 학생 수는 최근 온라인 등록생을 포함해 24만명을 기록했다. 연 운영비의 90%를 정부 보조금에 기대고 있던 대학의 경제 사정은 더 놀라운 변화를 이뤘다. 현재 ASU 연간 예산 6000여억원 중 정부 지원금은 9%에 그친다.

ASU가 한국 대학에 위기감을 주는 이야기를 던졌다. 지난달 말 이틀간의 ASU 혁신사례 집중 연수를 마친 뒤 ASU 정책 총괄자이자 총장 고문과의 미팅 자리에서다. “ASU도 애리조나 내 학령인구만 대상으로 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 등 전 세계로 학생 모집 활동을 활발히 펼칠 계획이다”.

경쟁 상대가 추가된 셈이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국내 대학의 상황은 심각하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게 될 수 있다는 시쳇말이 대학가에서는 정설(定說)로 느낄 정도다. 인구가 적은 남쪽 지역 지방대학부터 쓰러진다는 의미다.

더욱이 교육부가 201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대학 구조개혁은 국내 대학의 ‘우물 안 물고기’ 신세를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시장 원리’에 입각한 구조개혁을 표방하고 있지만 결국은 ‘빈익빈’ 문제의 해답은 요원하다. 정부는 당장 3년 뒤 38개 대학이 사라진다는 전망을 내 놓으며 “손님이 없으니 가게 문 닫으라”는 식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쉬운 점은 한국 사회 전체에 파고든 무한경쟁 이념이 대학 간 경쟁에서만큼은 국내에 머물러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더욱 아쉬운 건 이 같은 움직임을 주도하는 게 바로 정부다.

‘절벽에 매달린 지방대’에 불과했던 ASU가 미국 최고 혁신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세계로 눈을 돌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실제로 대대적으로 온라인 강의를 펼치고 있는 ASU의 24만명 학생 중 절반가량은 해외 거주 유학생이다. 학생들에게만 기업가정신을 가르칠 게 아니라 대학 자체가 ‘기업’이 돼야 한다는 ASU의 혁신마인드도 국내 대학 존립에 있어서 힌트다. 한국 대학은 과연 ASU처럼 세계적인 ‘대학’이자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세계를 무대로 학생을 끌어모으는 ASU에게 미국은 어떤 정책을 펼쳤을까. ASU 혁신사례 연수 경험은 대학이 아닌 정부에게 더 시급해 보인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