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한양대 사회봉사단 사회혁신센터 차장

김은정 한양대 사회봉사단 사회혁신센터 차장
김은정 한양대 사회봉사단 사회혁신센터 차장

대학의 이름은 맥락에 따라 많은 설명을 함축한 대명사로 쓰이곤 한다. 학생이 ‘○○대학, ○○학과’에 재학한다고 하면 두 가지 정보만으로도 학생의 학창시절 뿐 아니라 개인의 면면을 짐작할 수 있게 하고, 직장이 ‘○○대학’이라고 하면 또 그 나름의 일상을 가늠할 수 있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대학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주소지를 설명할 때 ‘○○대학 근처’라고 간단하게 정리할 수도 있고 나아가 주변 환경까지 예측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잠시 이 지점에서 지역사회에 있어서 대학은 물리적인 환경이나 위치 이외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1990년대 후반부터 21세기 대학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돼 왔다. 고대의 대학들은 사회로부터 유리된 고고한 상아탑적 모형을 추구했고 근대를 거치면서 대학의 사회적 책임은 대학의 3대 사명인 교육·연구·봉사라는 3대 요소를 중심으로 정의됐다. 21세기 들어 대학을 사회적 구성 주체로 인식하게 되면서 대학의 사회적 사명 중 특히 봉사와 밀접한 논의가 활발해졌는데 이는 대학의 사명이 사회 변화와 적절한 균형을 이루도록 끊임없이 정제되어야 한다는 신념에 의거한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봉사활동을 담당하는 행정조직이나 인력을 갖추고 있다. 그 담당 직원들이 지자체나 산하 교육기관, 복지 기관 등과 학생들의 활동을 연계함으로써 학생들은 다양한 형태의 봉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학생들은 방과 후 학습 지도, 연탄 배달, 김장 봉사 등의 활동을 하면서 “우리 학교 근처에 이런 곳이 있었어?”하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때로 그 질문에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뿌듯함을 넘어 다양한 문제의식이 내포돼 있기도 하다. 가령 “여기에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장치가 있으면 안전할 거 같아요”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위한 학습도우미 어플을 만들어보면 좋겠어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라는 질문과 의견들 말이다. 

학생들이 이런 현장 경험을 통해 왜 공부하는지, 무엇을 공부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되는 순간 그들은 감동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자료조사를 하고 다양한 전공의 친구들과 함께 실제 지역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골목길을 다니고 지역아동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을 다니기도 한다. 학생들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이런 과정을 통해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게 되고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과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발견하며 공동체 의식도 배우게 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 지역사회에서 대학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대학의 연구 성과나 교육보다는 봉사를 통해 만나는 대학 구성원이 때로는 지역사회에서 대학 그 자체로 인식될 수도 있다. 지역사회와 대학구성원이 봉사를 계기로 만나면서 서로를 알게 되고 공감하는 과정을 거쳐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한 지속가능한 파트너로 발전할 수도 있다. 지역의 문제를 교실이나 연구실에서 모델링해보는 과정에서 지역민들이 패널로 참여하기도 하고 그 결과를 지역에 재적용해보는 PBL(Problem Based Learning) 형태의 수업도 가능하다. 즉, 배움터를 나눌 경계가 없어지는 셈이다. 

대학은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자원을 가지고 있고 지역은 교실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거대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서로의 강점을 존중하고 지역 생태계 속에서 상생할 수 있는 주체로서 대학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아갈 때 대학의 사회적 책임뿐 아니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의 위기를 벗어날 출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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