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인구통계학적 접근, 경제논리 맞지 않다”
교육의 질 제고·다양성 확대는 다른 차원의 문제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열린 지난 6일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범부처 인구정책TF는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을 내놓으면서 교육 분야에서는 교원수급기준을 조정해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원 수를 감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교육부 측이 “교원 감소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즉각 해명했지만 교육계는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부처 간 다른 목소리에 현장에는 혼란 가중= 인구정책TF의 정책은 심각한 학령인구 감소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이다. 그 중에서도 교육 분야에서는 지역별 학령인구 감소와 미래교육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교원수급기준 조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곧 현장의 교원 수를 감소한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정책 발표 이후 교육계가 즉각 반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엽합회(교총)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은 필요하지만 단순히 학생이 줄어 교사도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교육현장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오히려 학령인구 감소를 학급 규모 감축과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계의 반발을 의식한 듯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미래 교육 환경 변화에 대응한 교육의 질 제고 등 다양한 변인을 고려해 교원수급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2031년부터 교사 수를 줄인다는 보도는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교육계는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에 교총 관계자는 “부처 간 정제되지 않은 의견들이 엇박자로 나오게 되면 혼란만 가중시킬 뿐 아니라 마치 현장에 교원이 남아돈다는 식의 왜곡된 인식만 심어줄 수 있다”며 “교육부가 중심을 잡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교육계 “애초에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 입 모아= 당장 초등 교원 수급을 담당하고 있는 교대에서는 인구정책TF가 발표한 정책이 애초에 분석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원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라도 각자가 처한 상황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수도권 지역에 위치한 교대와 지방에 있는 대학의 입장은 분명히 다르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경기지역을 제외한 도지역 교육청은 2015년에서 2019년까지 5년간 모집인원 총 1만3313명 대비 응시인원이 1만1970명으로 평균경쟁률이 0.9대 1 수준을 보였다. 특히 강원, 경북, 전남지역은 5년 내내 임용시험 응시자 미달사태를 기록했다. 최종 합격인원은 78% 수준으로 초등 교원수급은 어려운 상황이다.

학급 당 학생 수도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 차이가 크다. 서울시내 초등학교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22.6명이지만 이는 OECD 평균 15명을 훌쩍 넘어선다. 반면 도서산간 지역은 학생 수가 10여명이 불과한 곳도 많다.

교대 관계자들은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교원수급조절을 감행하는 게 올바르지 않다고 입을 모다. A 교대 교수는 “교사 양성은 여유 인력이 있어야 기간제도 채워지고, 미달이 되는 부분도 해결할 수 있다”며 “그마저도 경쟁률 차이가 커 교원을 무조건 늘이거나 줄이겠다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B교대 교수는 “기재부가 주축이 된 TF에서는 경제 논리에 맞춰 교육에 접근하다보니 인구통계학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지만 교육부 입장에서는 마냥 이 부분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문제에 대한 진단이 나오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려야 한다”고 일갈했다.

■디테일 실종…촘촘한 정책 필요=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교원의 질을 높이고 다양한 학교 운영 모델을 제시한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정책의 구체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교육계에서는 도시와 지역의 양극화는 놔둔 채 일방적인 수급정책을 조정하게 되면 오히려 교육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의 질은 당연히 높여야 할 부분이고, 이를 핑계로 교원 수를 조정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교육부 내에 인구정책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TF팀을 구성 중인데 구성이 미뤄지면서 교육부가 제대로 교원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교육부 교원정책과 관계자는 “TF 구성을 위해 정책 연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TF구성이 늦어진다고 현장의 의견을 전달 못하는 것은 결코 아니고, 논의는 계속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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