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임교수에 그쳤던 삼성 출신 인사, 최근 ‘센터장’ ‘대표’ ‘총장’직 자리해
산학연 협력 중요성 확대…4차 산업혁명 新기술 ‘연구-산업화’ 연결 확대 복안

(왼쪽부터) 강상기 한양대 한양AI솔루션센터장, 장재수 고려대 기술지주회사 대표, 국양 DGIST 총장
(왼쪽부터) 강상기 한양대 한양AI솔루션센터장, 장재수 고려대 기술지주회사 대표, 국양 DGIST 총장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삼성 임원 출신이 대학의 중요 직책을 맡으며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4월 삼성 내 재단 이사장으로 있던 국양 전 서울대 교수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으로 취임한데 이어 최근에는 삼성그룹 임원 출신이 각각 한양대와 고려대에서 대학 내 센터장과 기술지주회사 대표를 맡게 됐다.

과거에는 교육이나 연구에서 주를 이뤘던 대학의 기능이 산업계와의 교류나 기술협력도 주요한 역할로 떠오르며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국내외 주요 대학들이 이공계 전공 교수들을 총장에 선임한데 이어 학내 주요 직책에 산업계 인사들을 끌어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인재 육성을 위한 채비에 적극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양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인공지능(AI) 솔루션센터인 ‘한양AI솔루션센터’를 열면서 삼성그룹에서 AI 서비스 개발을 이끌었던 강상기 삼성전자 AI개발그룹장을 영입했다. 강상기 한양AI솔루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휴대폰·TV·냉장고 등에 적용되는 ‘S Voice’ 개발을 총괄하고 관련 기술을 모두 국산화해 상용화를 성공시킨 주인공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개발한 AI 적용 음성인식 플랫폼인 빅스비(Bixby) 개발을 이끌었다.

한양AI솔루션센터는 제조공정·스마트IT·머신러닝·AI플랫폼 분야 등 산업체에 도움이 되는 실용연구로 기업 대상 기술 자문, 솔루션 개발, 임직원 대상 AI 교육을 할 예정이다.

장재수 고려대 기술지주회사 대표도 올해 초까지 삼성그룹 미래기술육성센터장 겸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사무국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기술지주회사란 대학이 보유한 기술 및 연구 성과의 사업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산학협력단이 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지적재산권을 이용해 만든 회사다. 기술지주회사에서 창출된 수익은 대학에 재투자된다.

고려대의 산업계 인사 영입은, 최근 연구 결과나 창업 아이템을 사업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대학 움직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고려대는 올해 2학기부터 ‘기술창업융합전공(Technology Entrepreneurship)’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는 ‘기술창업융합전공’이 대학 내 연구실이나 실험실에서 구현되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바로 생활 속 제품이나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체의 대학 재정 지원 방식이 최근에는 가능성 있는 교수에게 집중적으로 전폭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이같은 흐름을 재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의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그 대표적인 예다. 삼성은 이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기초과학 분야 187개 △소재기술 분야 182개 △ICT 창의과제 분야 191개 등 총 560개 연구과제에 7182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주도하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이 대학 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양 전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이 DGIST 제4대 총장으로 선임된 것.

장재수 대표와 국양 총장이 몸담았던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삼성전자가 2013년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재단으로 동시에 설립된 미래기술육성센터와 함께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펼치고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질 과학 기술 분야 연구자를 10년 간 선정하고 지원한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기초과학분야를, 미래기술육성센터는 소재기술·ICT 창의과제를 맡고 있다.

그동안에는 대기업 인사가 대학에서 산학협력 증진을 위해 교육·연구와 창업·취업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산학협력교수’나 특정 직업과 교수 활동을 겸하는 ‘겸임교수’로 활동하는데 그쳐왔지만 최근에는 이들의 역할이 커지는 모양새다.

강상기 한양대 한양AI솔루션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정보·지식 산업의 진전에 따라 산업의 축이 실질적 학문인 공학에 초점이 맞춰지는 추세”라면서 “연구 결과나 아이디어가 이론으로 끝나지 않고, 이를 기반으로 한 결과물이나 서비스를 만들어가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대학과 기업과의 연결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재수 고려대 기술지주회사 대표도 “연구 성과를 사업화로 연결하는 게 최근 대학들이 추구하는 과제”라면서 “연구나 교육에 집중돼 있던 대학에 기업가적 마인드로 변화나 혁신을 도모하는 다른 시각을 가진 인재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업에서도 대학가 인재 영입이 과거에 비해 활발해지고 있다는 게 장 대표의 말이다. 장 대표는 “대학과 산업계는 앞으로도 자신의 역할을 지키면서도 서로의 전문성을 연계해나가는 관계가 심화될 것”이라며 “최근 삼성그룹도 서울대·고려대·포스텍 등의 주요 대학 우수 교원을 주요 직책으로 속속 영입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삼성AI포럼. (삼성전자 뉴스룸 홈페이지 캡쳐)
삼성AI포럼. (삼성전자 뉴스룸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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