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별 특성화 영역 집중 지원으로 대학의 서열화 타파
규제 혁파 위해 교육부 공무원의 용기와 결단 필요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이른바 고등교육 혁신 골든타임이다. 고등교육혁신을 통해 대한민국 대학이 위기를 넘어 기회로, 현재를 넘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올바른 고등교육 혁신의 청사진과 비전이 무엇일까? 황홍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사무총장은 ‘자율성’을 키워드로 강조했다. 황 사무총장은 “대학 혁신은 대학 스스로에 의해 일어나야 한다. 대학이 혁신의 영역, 내용, 방법, 수단 등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자율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황 사무총장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구조조정의 해결책도 자율성에서 찾았다. 황 사무총장은 “대입 학령인구 급감으로 학령기 위주 입학정원 감축은 불가피하다. 대학구조조정은 대학이 아닌 학령인구 부족에 의해, 학생들의 선택에 의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고 밝혔다. 황 사무총장을 만나 대입제도 논란부터 고등교육 혁신 방향까지 들어봤다.

- 현재 대입제도가 최대 관심사다. 대교협은 대입 업무를 총괄하고 대학을 대표한다. 대교협 사무총장으로서 대입제도 논란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특히 대입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논의되고,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대학의 서열구조가 공고하면 어떤 입시제도 개혁도 일면적으로 타당할 뿐 성공하기 어렵다. 따라서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대학의 서열구조 완화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오늘날 미국의 성공 원인은 대학 투자에 있었다. 미국에 하버드대 등 명문 사립대들이 많다. 하지만 UC버클리 등 명문 주립대가 더 많다. 미국은 1862년 링컨 대통령 시절 ‘모릴법(Morrill Act)’을 제정했다. 모릴법은 각 주정부에 3만 에이커(서울 면적 5분의 1 크기)의 연방 토지를 주고, 매각자금 등으로 누구에게나 농업·공과대학 설립을 허용한 것이다. 모릴법 지원 대학을 토지기부대학(Land-grant colleges)이라고 한다. 대부분 명문 주립대들이 해당한다. 사립인 MIT와 코넬대도 모릴법의 지원을 받았다.

또한 미국은 1944년 제대군인원호법(GI Bill)을 제정, 780만명 제대 군인들이 학비 걱정 없이 대학에서 로스쿨까지 다닐 수 있었다. 피터 드러커는 미국이 지식사회로 전환할 수 있었던 기반이 제대군인원호법(GI Bill)에 있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제대 군인들이 법의 혜택을 받은 뒤 탄탄한 중산층으로 자리를 잡았고 미국 번영과 미국 대학 발전을 이끌었다.

우리나라는 1981년부터 대학 졸업정원제 실시와 본고사 폐지로 지방 거점국립대 위상이 급격히 하락했고, 서울 주요 사립대 선호도가 급상승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Morrill Act 차원의 지방대학 육성 정책이 없었다. 사업도 단기에 그쳤다.

또 한 가지 생각할 문제가 있다. 대입제도 개혁 대상이 소위 상위권 학생들에게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정시확대,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문제도 상위권에 해당된다. 그러나 레스터 써로우는 지식 기반 글로벌 사회에서 진정으로 경쟁력 있는 국가가 되기 위해 모든 계층의 경쟁력이 중요한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중하위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대학 입학 세대들은 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의 초저출산 세대라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한 명, 한 명이 너무나 소중하다. 모두에게 양질의 유초중등교육은 물론 양질의 고등교육과 계속교육 기회를 주는 것이 지속가능한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너무 중요하다. 이제 고등교육 전체 경쟁력 제고를 위해 획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대학별 특성화 영역을 집중적이고 장기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대학의 서열화를 타파하고, 지방대학에 혁신도시 건설처럼 특단의 정책을 지원함으로써 청년들이 지방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이 여유 건물과 토지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세제 특례도 부여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 대학은 위기의 시대를 맞고 있다. 대한민국 대학의 현주소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대한민국 대학의 현주소는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등 대학 재정 여건 악화, 규제와 통제 위주의 행·재정 지원 정책, 대졸자 취업난, 대학에 대한 불신, 교직원 중심의 대학 운영 구조 등으로 볼 수 있다.” 

- 하지만 위기는 바꿔 말하면 기회다. 정부도, 대학도 지금을 고등교육 혁신 골든타임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대학혁신지원방안은 대학가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데. 
“세계와 경쟁하는 시대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대학이 스스로 혁신할 수밖에 없다. 정부 규제와 관여는 당사자 보호와 기본체계 수립 등 최소한의 기본사항에 그쳐야 한다. 헌법도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교육제도와 운영 등에 관한 기본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세세한 것까지 개입·관여하면 대학은 책임을 정부에 떠넘긴다.

학생 평가와 교육과정 편성·운영 등 학사 운영은 전적으로 대학의 자율 영역이다. 고등교육법에 학생 평가 규정 자체가 없다. 교육과정 운영도 학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학기, 수업일수, 휴업일, 외국대학과의 교육과정 공동운영, 교과 학점당 필수 이수시간, 방송·통신에 의한 수업 방법과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수업방법 등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있다.

그런데 각종 재정지원과 연계, 통제하고 있다. 대학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법령 정비가 필요한 것들이 있지만, 고등교육법 등 교육관계법은 대통령령이나 교육부 장관 위임사항이 많다. 따라서 교육부 공무원들이 의지만 있으면 바로 개선할 수 있는 것들, 법령 해석과 적용 관점만 바꿔도 되는 것들, 지침만 바꿔도 되는 것들이 많다. 교육부의 대학혁신지원방안은 이런 관점 변화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 전적으로 공감한다. 고등교육 혁신을 위해 규제 개선이 시급한데.
“국무총리실은 4월 9일 ‘네거티브 규제 전환 본격적으로 확산합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규제를 positive 방식에서 negative 방식으로 전환, ‘금지가 없으면 허용되는 것으로 본다’는 대원칙을 선언하고 규제 혁파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부 공무원들의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또한 재정지원에 있어 1년 단위 회계제도의 틀을 뛰어넘어야 한다. 국립대학 기본운영경비 지원을 제외하고 모든 고등교육예산을 기금으로 편입, 중장기적으로 자금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사후평가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재정을 지원하면, 대학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혁신을 이끌어내는 데 유용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는 고등교육예산을 기금으로 운용하면 가능하다.” 

-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이하 2021 진단)’이 뜨거운 감자다. 교육부는 인위적으로 정원을 감축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충원율 배점을 높임으로써, 사실상 정원감축을 유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해 교육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올바른 대학구조조정 목적과 방향이 무엇이라고 보나.
“문제는 학령인구 위주의 충원율을 진단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아 충원율이 낮으면, 부실대학으로 낙인을 찍어 사실상 퇴출 학교로 공표한다는 것이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 책임을 대학에 돌리는 것이다. 준칙주의 이후 설립된 후발대학, 중소규모대학, 비대도시권대학, 사립대학들에도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단히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1996년 대학 설립 준칙주의를 실시했다. 그러나 불과 6년 후 2002년부터 출생자 수가 40만명대로 급감하리라 누가 예측할 수 있었겠나. 1999년 당시 교육부의 위탁을 받아 ‘사립대학 구조조정 방안 연구’를 수행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파산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연구였다. 출생자 수가 100만명대까지 갔지만 1984년부터 60만명대로 급감, 대책이 필요했다. 그런데 연구를 수행한 지 불과 3년 만에 40만명대 출생으로 떨어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한편으로 다른 측면에서 보면 학령기 인구는 급감하고 있지만 성인 학습자 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평생학습이 필요하다. 이제 대학의 입학자원을 학령인구에서 모든 연령대로 확장해야 한다. 대학의 인적·물적 자원을 평생교육에, 사회 공익활동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 대교협이 교육부에 2021 진단 확정 발표 연기를 요청했는데.
“2021년 진단은 폐지돼야 한다. 정말 대학답지 못한 대학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모든 대학에 재학생 기준으로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 획일적 기준에 의한 상대평가를 통해 건전·건실 대학들을 폐교로 몰고, 일부 충원율이 낮은 학과로 대학 전체를 부실대학으로 낙인을 찍는 일이 없어야 한다. 거기에도 사람이 있다. 교원과 직원들이 있다.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으며 장래의 희망을 키우고 있다.”

- 대학가의 최대 숙원을 꼽으라면 재정난 해소다. 하지만 반값등록금정책이 정치 이슈화되면서,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은 요원하다. 반값등록금정책이 단기간에 해소될 여지가 없다면 재정난 해소를 위해 어떤 대안이 있겠나.
“우선, 규제 위주 재정지원을 대학의 자율성 보장 방식으로 바꾸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다음으로 대학들이 국가장학금 2유형의 혜택을 받으려면 교내장학금 규모를 전년도 수준 이상으로 유지, 확충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오해의 소지가 있겠지만 이제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로 분리된 사립대학 회계를 하나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본은 통합회계다. 수익사업만 따로 계리한다. 법령상 교육용 기본재산과 수익용 기본재산이 분리되지 않고 모두 학교법인 재산이다. 학교법인 재산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수익용 기본재산을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를 교육용재산으로 통합, 하나의 재산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으면 사립대학의 재산 운용 탄력성이 확대될 것이다. 이미 교육부가 법정 수익용 재산 확보율 초과 재산에 대해 교비회계 전출을 전제로 처분 허용 방침을 밝혔는데 이것도 재정 운영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또한 학생 수 감소로 여유 교사(학교 건물)가 발생하고 있다. 임대수입 전부를 대학의 교비회계로 전입하는 것을 전제로, 여유 교사를 산업체 등에 임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국가, 지방자치단체, 산업체 등이 대학과 R&D를 포함한 산학협력계약을 할 때 대학에 간접비를 정당하게 지불하는 것이다. 미국은 간접비가 50%에 달한다. 그러니 대학 입장에서 교수들이 외부자금에 의한 R&D를 수행할수록 재정 수입에 도움이 된다. 우리의 경우 간접비 인정율이 낮다 보니 원가계산을 하면 대학이 손해다. 이런 부분이 해결되면 연구성과 등 외부사업 성과도 올라가고 대학의 재정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 다행히 대학혁신지원사업이 일반재정지원사업으로 도입, 대학들의 숨통이 다소 트였다. 그러나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당초 취지가 퇴색되고 있는데.
“교육부는 2018년 3월 22일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 계획을 확정 발표하면서 기존의 △ACE+(자율역량강화) △CK(특성화) △PRIME(산업연계) △CORE(인문) △WE-UP(여성공학) 사업을 ‘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통합했다. 대학의 기본역량 제고를 위해 일반재정으로 지원한다. 사업비도 정규 교직원 인건비, 토지 매입비, 업무추진비, 공공요금 사용 제한을 제외하고 대학이 스스로 수립한 ‘중장기 발전계획’에 부합, 자율집행을 허용했다.

그러나 세부 사업비 집행 계획을 별도로 수립하도록 하고, 이를 점검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종전과 같은 특수목적사업비가 되고 말았다. 더구나 3년 계속지원사업임에도 1년마다 평가하고 미흡 대학의 사업비 일부를 삭감, 우수대학에 추가 지원한다. 이에 대학으로서는 기본역량 제고를 위해 중장기 투자를 하지 못하고 당해 연도에 돈을 쓰는 사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교육부는 책무성을 말한다. 하지만 대학혁신지원사업비는 장기간 등록금 동결과 입학금 폐지에 따른 대학의 수입 결손을 보존하는 일반재정지원이 돼야 한다고 본다. 당연히 1년 단위 평가는 물론 사용처 제한도 폐지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3년 후 사업비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대학 활동에 대한 성과 평가를 해야 한다. 세부 사업비 집행계획에 따라 평가하면 대학의 자율성이 침해된다. 예산 투자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교육부 관료를 지냈다. 교육부 관료로서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과 대교협 사무총장으로서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다를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부 관료들이 대학 발전을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교육행정의 특징은 교육, 학습, 연구를 조장·지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교육기회 확대를 공공재원이 아니라 사적 재원에 많이 의존하면서, 규제적 요소가 많이 생겨났다. 교육 본래 목적에 천착, 조장과 지원 관점에서 제도를 설정·운영하는 데 더욱 노력하면 좋겠다. 또 항상 현장의 목소리, 특히 힘없는 소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면 좋겠다.”

- 대교협은 대학협의체 기구로 대학의 입장을 발 빠르게 대변하고, 전달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안이 발생하면, 예를 들어 정시확대 문제가 불거지면 대교협이 입장을 즉각 발표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은데.
“당연히 그러해야 하겠지만 쉽지만은 않다. 협의회이기 때문에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 회장이나 사무총장 개인 의사로 할 수 없다. 대학마다 여건과 상황이 있기 때문에 단일의견을 내기도 쉽지 않다. 사무총장인 제가 더욱 열심히 뛰어야 한다. 앞으로 적극 노력하겠다.”

- 마지막으로 향후 임기 동안 어떤 각오와 심정으로 사무총장직을 수행할 것인가.
“대교협이 대학과 대학 구성원의 목소리를 교육부 등 정부와 국회, 언론 등에 전달하는 역할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학교육협의회답게 대학 총장은 물론이고 대학 구성원 모두의 협의체로서 거듭나야 하며, 회원대학을 위해 철저히 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10여년 사이 대교협이 몇 가지 사업 등을 위탁받거나, 지정받아 수행하면서 대학 위에 군림하는 조직이 됐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겸허히 경청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또한 대교협이 비영리기관으로서, 대학과 정부·기업·사회를 연계하는 중간 매개자로서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런 분야에서도 적극적으로 일해 나갈 각오다.”

■ 황홍규 사무총장은...
한양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교육학석사학위와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통령비서실 교육비서관실 행정관, 교육인적자원부 기획홍보관리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역혁신국장,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연구기관지원정책관,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초빙교수, 전북대 사무국장, 대한민국학술원 사무국장, 광주광역시교육청 부교육감, 전라북도교육청 부교육감 등을 역임했으며 2018년 8월 13일 대교협 사무총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2021년 8월 12일까지 3년이다. 

<대담=최용섭 발행인 / 사진=한명섭 기자 / 정리=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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