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택 코리아텍 홍보담당관(대전충청대학홍보협의회장)

지난 맑은 가을 어느 날 충남 부여. 백제의 향기 곱게 흐르는 금강에 이웃한 리조트 연회장엔 40명 넘는 대학 홍보담당자들이 모여들었다. 한국대학홍보협의회 대전충청지회와 호남지회의 합동 추계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에는 필자와 송양희 호남지회장(전북대 홍보팀장)을 비롯해 40여 명의 대전·충청지역, 호남지역 대학 홍보부서장과 담당자들이 참가했다. 개회식에 이어 ‘학령인구 감소시대 대학홍보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Ⅰ(학령인구 감소 시대 대학홍보 협력 방안) △세미나Ⅱ(외국 유학생 유치 홍보 전략) △세미나Ⅲ(홍보 감정노동의 치유와 극복) △세미나Ⅳ(지역혁신과 대학홍보 대응 전략) 등 총 4개의 특강이 진행됐다. 

나뭇가지 단풍잎들이 짙게 물들어갔다. 선하고 푸근한 인상의 홍보담당자들은 시나브로 단풍 빛깔처럼 서로를 물들였다. 두 지역의 만남은 부여의 밤을 환하게 밝혔다.

합동 세미나는 호남지회가 원동력이 됐다. 호남지회는 2년여 전 부산울산경남제주지회, 그리고 대구경북지회와 각각 공동 세미나를 치렀다. 학령인구 급감 시대에 지역 대학이 서로 뭉쳐야 한다는 선견지명을 앞서 실천했다.

홍보담당자들이 쉽게 융화되고 화합하는 건 직무 특성상 관계 지향적이고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강하기도 하지만 ‘동병상련’ 때문일 터다. 실상 대부분 대학은 입학자원 감소로 재정의 어려움을 겪는 데다가 홍보업무 역시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고군분투한다. 보도자료 발굴과 언론사 관계 유지, 광고 압박, 대학 고유 미션 수행, 위기관리 등 대응 과제가 많다. 그러니 말은 안 해도 서로의 마음을 금세 읽어내고 동지애를 느낀다.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다. 아쉽게도 재정난에 문을 닫는 대학도 생겨나고 있다. 재단을 상대로 싸우다 복직 투쟁에 힘든 날을 보내는 홍보담당자가 있다. 삼겹살집에서 만난 그는 매우 홀쭉해져 있었다. 시간이 많아 운동을 하니 날씬해졌다며 해맑게 웃던 그는 헤어진 후 ‘형님, 동생 도와주십시오’란 문자를 보내왔다. 협의회 임원들의 동의를 얻어 회원들에게 보내는 명절 선물로 위로를 전달하는 것밖에 해줄 게 없었다. 언젠가 밝은 자리로 컴백할 거란 믿음을 잃지 않을 뿐이다.

홍보뿐 아니라 많은 행정부서별 대학 협의회가 운영되고 있다. 경쟁력을 가지려면 여타의 행정부서도 지역 간 연대가 활성화되면 좋을 듯싶다. 업무 역량을 키우고, 정보를 공유하고, 공통 이슈에 함께 대응한다면 험난한 파고를 어느 정도는 이겨내고 상생도 가속화될 것이다.

생뚱맞은 소리지만, 바람직한 행동과 연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이는 어떤 행동을 하면 나에게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거란 이기심이 아니라,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려는 자발적인 태도를 말한다.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힌 세상사에서도 대학 홍보맨들은 자발적으로 서로 용기를 주고, 필요한 정보를 나누고, 사회에 도움이 되려 공익활동에도 애쓰는 순수함과 선의지로 가득 차 있음을 안다. 지역 대학 홍보협의회의 합동 세미나는 작은 결실 중 하나다. 선의지가 곳곳에서 많이 실현될수록 우리나라 대학의 미래는 부여의 밤처럼 밝게 빛나지 않을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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