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노조가 10월 1일 청와대 분수대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학위기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며 총파업 총력투쟁을 결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대학노조가 10월 1일 청와대 분수대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학위기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며 총파업 총력투쟁을 결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현진·이지희·이하은 기자]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의 등록금 인상 결의로 사립대들의 등록금 인상 실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사립대들은 등록금 인상이 절실하다는 입장. 하지만 교육부의 국가장학금Ⅱ유형 연계 정책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특히 교육부의 감사 카드를 우려하고 있다. 결국 교육부 눈치 보기에 등록금 인상이 ‘그림이 떡’이라는 것. 만일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을 자율에 맡기면, 사립대들은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를 통해 합리적인 등록금 인상방안을 적극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원중 가천대 기획처장 겸 기획부총장은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대학이 ‘국가장학금’ ‘대학평가’ 등의 불이익을 무릅쓰고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1년에 60억원 가량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대학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기조와 반대로 결정한다는 건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우리 대학도 아직 인상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종 광주대 기획처장은 “지역대학은 재정적으로 힘든 상황이기에 등록금 인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는 정책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본다. 정권 교체기에 교육 당국은 (등록금 인상을) 고려해 보겠다고 얘기하지만, 정권 교체 이후 긍정적으로 논의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올릴 테면 올려봐라. 대신 평가,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겠다’는 일종의 위협을 모든 대학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철 한양대 기획처장은 “이대로 가다간 대학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는 차원에서 인상 요구가 당연하다”면서 “그러나 지금처럼 국가장학금Ⅱ유형과 연계되면 등록금을 올리는 순간 학생들은 장학금을 받지 못한다. 그 때문에 현실적으로 올릴 수 없다”고 토로했다.

사총협의 결의 이후 교육부의 대학적립금 감사 착수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사립대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김현종 기획처장은 “대학이 일제히 (등록금을) 올린다면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한 대학에 종합감사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어느 대학이 올릴 수 있겠나. 종합감사를 받으면 두 달 간 학교가 마비된다”고 밝혔다.

또한 A 사립대 기획처장은 “사총협 결의안 발표 후에 교육부가 당장 감사 카드를 꺼냈는데 과연 등록금 인상이 가능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B 사립대 기획처장도 “등록금 인상 계획은 없다고 봐야 한다. 교육부가 감사 등으로 강력하게 불이익을 준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등록금 인상이 불거질 때마다 적립금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다. 등록금 인상을 추진하지 말고, 적립금을 투자하는 것이 여론의 주문이다. 그러나 사립대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주문이라고 지적한다. A 사립대 기획처장은 “대학이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몇몇 대학을 제외하면 서울, 지방할 것 없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B 사립대 기획처장은 “사립대는 적정규모를 유지하고 발전계획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일반 가정에서 저축하는 이유가 뭔가. 똑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현재 사립대들은 등심위를 통해 등록금 수준을 결정한다. 등심위에는 학생 대표들도 참가한다. 이에 사립대들은 교육부가 대학에 자율권을 주면 등심위, 특히 학생들과 등록금 인상 수준과 인상분 사용을 적극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상 수준은 2~3%대다. 실제 일부 대학들은 이미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 대학 기획처장은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평의원회나 등심위가 공감하고 있다. 등심위 내 학생위원조차도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등심위에서도 학생위원을 포함, 구성원들이 2% 인상 수준에서 공감했다”면서 “우리 대학의 스탠스는 등록금을 인상하면 인상분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장학금으로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교비회계로 들어오는 등록금회계가 늘어나면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장학금도 같이 늘릴 것이다. 인상분을 대학 행정에 쓰는 게 아니라 교육 환경에 쓰겠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D 대학 기획처장 역시 “교육부가 자율을 준다면 인상할 의사는 충분히 있다. 교육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 학생들과 논의해 2019년 법정 가이드 수준인 2.2%는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