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문화협력단장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문화협력단장
​최연구 단장

얼마 전 교대 학생들의 단톡방 대화 내용이 알려져 사회적으로 크게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대학생들의 일탈이야 언제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들이 미래 교육현장에서 어린 학생들을 지도하는 예비교사들이었기에 더더욱 관심이 집중됐고,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소식을 접하며 생각을 많이 했다. 소수 학생들의 일탈이나 개인적 인성문제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근본적인 대학교육의 한계가 아닐까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왜냐하면 좋은 대학이라고 인성교육을 잘하는 건 아니며, 또한 대학교육에서 인성교육을 기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사회나 직장에서는 더더욱 인성교육을 기대할 수 없다.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텐데 그렇다면 도대체 인성교육은 누가,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밥상머리 교육을 비롯해 가정교육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가정교육은 의무교육도 아니거니와 모든 가정에 기대할 수도 없다.

보통 성공한 사람을 ‘난 사람’, 공부를 많이 해 지식이 많은 사람을 ‘든 사람’, 인간 됨됨이가 좋은 사람을 ‘된 사람’이라고 한다. 바람직한 교육은 ‘난 사람’, ‘든 사람’보다는 ‘된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다. 고등교육기관인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진정한 대학의 품격은 졸업생들이 학식은 물론 인성이 뛰어날 때 빛이 난다. 물론 고등교육기관이 ‘된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 설립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된 사람’을 많이 배출한 대학이 훌륭한 대학임에는 틀림이 없다.

교육의 역할과 기능은 다양하다. 지식과 기술 습득, 체험과 훈련 등 고유 기능이 중요하지만 교육외적인 기능도 매우 중요하다. 학교는 단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대학 또한 또래집단을 만나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장소다. 따라서 함께 어울리며 즐기는 대학축제나 자발적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등도 캠퍼스 생활에서는 중요하다. 만약 교육외적 기능을 등한시하고 대학이 지식과 기술만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기능에 역점을 둔다면, 대학 스스로 전문학원이 되겠다는 의미로밖에 달리 해석할 수가 없다.

대학의 구성요소로는 전문 커리큘럼, 학위나 학점 등 학사운영 제도, 기숙사, 강의실, 도서관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대학도 사람이 모인 사회집단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람이 없는 대학이란 존재할 수 없다. 사람 관점에서 보면 대학은 대학생과 교수, 교직원들이 모여 관계를 형성하는 사회다. 대학에서 대학생이 가장 중요한 주체다. 따라서 대학은 대학생을 위한, 대학생에 의한, 대학생의 대학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학생, 졸업생이야말로 대학의 가치와 품격을 결정한다. 대학의 품격은 재학생과 졸업생의 품격을 넘어설 수 없다. 대학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배우는가보다 대학을 다니고 졸업하면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4년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대학은 교육외적인 요소에 더욱 많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옳다고 믿는 것을 소신 있게 주장할 수 있는 용기, 도전과 실패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배우는 기업가정신, 동아리활동이나 사회봉사를 통해 체득하는 참여의식, 개인보다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품성 등을 대학생들이 체화할 수 있게 애써야 한다. 대학은 학원이 아니며 취업훈련소도 아니다. 사회를 생각하며 행동하는 지식인, 인류애를 지닌 지성인을 길러내는 인재의 산실이 돼야 한다.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춘 전문가를 길러내는 기능 못지않게 따뜻한 인간애와 인성을 겸비한 지식인을 길러내는 대학의 기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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