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학습센터장

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학습센터장
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학습센터장

대전에 출장을 갔다가 저녁 시간에 혼자 ‘82년생 김지영’을 봤다. 2년 전 출간된 영화의 원작인 소설부터 상당히 화제가 된 작품이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영화를 보고 난 후 성별 갈등이 커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해 더 무거운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서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결혼 후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 김지영의 이야기다. 몇 장면을 제외하곤 김지영이라는 한 평범한 여성이 엄마가 돼가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쯤으로 보일 만큼 사실적인 영화다. 영화 속 김지영 부부의 삶과 우리 부부의 삶이 어찌나 비슷한지 여러 감정이 뒤섞여 눈물이 났다. 물론 내 아내에게 영화 속 김지영의 남편 역할인 공유처럼 속 깊고 자상한 남편은 없다.

영화를 보고 난 지 며칠 후 내 연구실에 놀러 온 몇몇 여학생들에게 ‘82년생 김지영’을 봤냐고 물었다. 학생들의 절반 정도가 봤다고 대답했다. 영화 본 감상을 물어보자 다들 한목소리로 ‘결혼 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한다.

작년 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69세 이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저출산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 '동의한다'는 의견이 41.0%,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59.0%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10년 전 응답과는 거의 반대의 응답을 보인 것으로, 10년 전에는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이 정반대의 비율로 더 우세했다. 모 리서치 업체에서 조사한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설문 참여 응답자 중 80%가 '혼자 살아도 별 지장이 없는 시대'라고 답했다. 동시에 비혼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고 한다.

통계청의 올해 인구동향 보고서를 살펴보면 혼인 건수의 증감률이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2019년 6월 기준 혼인 건수는 1만 7946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64건(-12.9%)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젊은이들의 결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이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 현 상황을 진단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나와도 취업이 어려운 시대다. 부모의 배경 없이는 취업은커녕 스펙 쌓기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시대에 대학 졸업장이 갖는 가치는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학령인구감소로 인한 대학의 위기야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지만 대학 위기의 본질은 학령인구감소가 아닐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2008년 83.8%에서 10년 사이 68.9%로 15% 가까이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진학률 감소는 쭉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만약 지금처럼 진학률이 감소된다면 10년 후인 2028년의 대학진학률은 50%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저출산 문제와 마찬가지로 대학은 가도 되고 가지 않아도 되는 곳, 즉 대학 무용론이 급속히 퍼지고 있는 것이 위기의 본질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진학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현 추세로 볼 때 이를 견뎌낼 수 있는 대학은 얼마나 될까? 특히 일반대학에 비해 전문대학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은 자명하다. 대학 폐교 신청이 일상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있는가? 내 생각에는 1년 학위과정을 대거 만드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년 학위과정은 자연스레 정말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르치고 배우게 할 것이다. 실무중심 교육이라는 전문대학의 정체성에도 부합된다.

우리나라에서 유튜브 시청은 모든 세대에서 계속 늘고 있다. 특히 50대의 이용시간이 가장 높다고 한다. 가령 1인 미디어 콘텐츠 관련 1년 학위과정이 만들어지고 유튜버들에 의해 이 과정이 가성비가 뛰어난 교육서비스라는 점이 널리 알려진다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작년에 발간된 국회예산정책처의 '청년층의 첫 직장 입직 연령과 결혼'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이 1년 일찍 취직하면 초혼 시기가 3개월 앞당겨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존 학령인구를 포함해 만학도와 경력 단절자를 위한 1년 학위과정 운영은 저출산 문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기존 규제 장벽을 철폐하고 전문대학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가성비 높은 전공이 신설될 때 혁신이란 이름에 걸맞은 성과를 거뒀다고 훗날 평가받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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