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몇 년 전 우리나라 직업에서 대학 졸업자가 필요한 일자리는 약 30~40만 개 정도였다. 그런데 대학 진학률이 높아 대학 졸업자가 필요한 일자리보다 많은 사람이 대학에 가는 실정이었다. 그것은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실업자가 되기를 예약하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대학에만 가려고 할 것이 아니라, 자신에 맞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학자들의 말이었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모 신문사에 실린 기사는 이런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기사 제목은 <‘취업 절벽’ 내몰린 청년들... SKY 나와도 30전 30패>였다. 그 기사에 의하면, 올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는 작년과 비교해 5.8% 감소했고, 중소기업은 48.6% 감소했다. 또 통계청 자료를 인용한 내용을 보면 2017년 8월 20대 정규직 일자리는 234만1000개였는데 2019년에는 219만4000개로 줄었다. 작년의 15~24세 청년실업률은 10.5%이고, 청년 고용률은 26.2%로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30위였다.

앞으로 실업률은 증가할 것이고, 취업률은 감소할 것이며, 취업의 질은 점점 나빠질 것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통신에서는 이미 5G 시대가 열렸으며, 자동차는 자율자동차 시대가 됐다. 구독경제와 공유경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SNS와 빅데이터를 이용한 독점 기업이 거대화되면서 부의 편중이 심해지고, 양극화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인공지능을 갖춘 기기(device)들이 우리 생활의 모든 면에서 활용되면서 사람들의 일자리는 줄어드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그런 사회 경제적인 변화에 맞게 학생들을 가르치지 못한다. 고등학교에서는 대학에 가기 위한 점수만을, 대학에서는 취업 조건만을 채우면 된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 팽배하다. 최근 대입 수시 전형인 학생부 종합전형이 공정성에 휘말리면서 수능시험을 통한 학생선발이 확대된다. 그러니 학생들은 점수와 조건만 채우면 된다고 믿게 될 뿐, 정작 미래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이제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취업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한때는 명문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이 보장되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도 명문대를 졸업하면 유리한 점은 많다. 그렇다고 해서, 소위 최고의 명문대학 졸업자가 모두 취업한 후에 다른 명문대학 졸업자가 취업하고, 이어서 다른 대학 졸업자가 취업하는 사회 구조가 아니다. 기업에 필요한 인재는 대학의 여부보다 개인의 능력과 역량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렇기에 대학에서 개인의 능력과 역량을 키워 자기만의 직무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내년에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진학하는 대학이 단순히 취업을 위한 것만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대학은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깊게 공부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공부하는 가운데 세상과 미래를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 단순히 교재의 내용과 교수가 가르치는 지식은 점점 쓸모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자신이 선택한 전공을 깊게 공부하자. 그리고 전공과 관련된 한 두 가지 분야를 함께 깊이 공부해 그에 관련된 직무 능력을 키우자. 그렇게 키운 자신의 직무 능력 2~3가지를 시대의 흐름을 생각하면서 연결시켜 보자. 그러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융합적인 직무 능력이 될 것이고, 자신에게 새로운 직업이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하면 자신의 직업을 설계할 수 있는 것이다.

직무 능력이 시대의 흐름을 따르거나 앞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면 틈새시장은 얼마든지 있다. 과거처럼 하나의 전공으로 일하기는 쉽지 않고, 하나의 일이 평생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자기가 공부하고 싶은 것을 깊게 공부하고 다른 분야를 어떻게 연결해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을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자. 그렇게 자신을 설계한 사람이 환영받는 시대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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