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김영모 한국전통문화대 총장 “전통을 뛰어 넘어 새로운 가치 창출 위해 남과 다른 길 가겠다”
[파워인터뷰] 김영모 한국전통문화대 총장 “전통을 뛰어 넘어 새로운 가치 창출 위해 남과 다른 길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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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0주년…청년의 기세로 외연 확장 다짐
재정 안정성·독자성·전문성 갖춘 국립대 장점
도전정신 부족했지만 이제는 자신감 생겨
4차 산업혁명 시대, 전통문화에도 ‘융합’ 더한다
전통문화의 허브이자 문화재 플랫폼 역할 기대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스무 살은 비로소 성년이라 호명되는 나이다. 사람으로 치면 철부지 십대를 벗어나 가장 왕성한 청춘을 보내는 시기이기도 하다. 2020년, 딱 스무 해를 맞이하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이제 막 청년기에 접어들었다. 아직 대중에게 생소하지만 20년 동안 문화재와 전통의 가치를 찾는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 지금부터는 독자성을 넘어 융합을 통한 외연 확장을 고민하고 있다. 20년간 충남 부여에서 품었던 꿈을 세계무대로 키워나가려는 순간이다.

그러한 고민이 김영모 총장을 현재의 자리로 불러왔다. 지금까지 전문영역을 중시해 외부에서 총장을 임명했다면, 김 총장은 최초의 교내 출신 총장이다. 내부 인물이 대학을 이끌어야 한다는 구성원의 소망이 높았음을 방증한다. 그 때문일까. 김 총장은 대학 운영의 자부심에 부담감과 책임감은 물론 창학 20주년을 이끌어야 할 소명의식으로 가득차 있었다. 김 총장이 전하는 한국전통문화대의 청사진을 함께 들여다보기 위해 총장 집무실을 벗어나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영모 한국전통대 총장.[사진= 한명섭 기자]
김영모 한국전통문화대 총장

- 내년이면 20주년을 맞이한다. 대중에게 다소 생소하긴 하지만 20년 세월을 꾸준히 버틴 것은 그만큼 의미가 있다. 소회를 밝힌다면.
“자평하자면 ‘제2의 창학’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단순히 앞자리 숫자가 바뀐다는 의미도 있지만 학교의 성장과정이 사람과 비슷하다고 본다. 20년이면 약관의 나이다. 우리 대학도 청년기에 든 것이다. 10대가 자아를 확립해 가는 시기였다면 20대인 청년기는 자기 뜻을 펼치는 시기가 됐다. 과거에는 단순히 주어진 미션을 받아들여 왔다면 지금은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나가는 시점이다. 대학의 새로운 외연을 확장해야 하는 중대 시점이 20주년이다. 지나온 시간의 마무리와 함께 새로운 변화의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

- 청년의 기운으로 왕성한 활동을 계획한다는 표현이 인상 깊다. 20주년을 맞이해 대학이 변화되는 부분이 있나.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대학의 미션과 비전이 좀 더 새롭게 세팅돼야 한다. 그 중심은 교육 혁신이다. 학생을 잘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의 교육적 수요뿐 아니라 문화재와 전통이라는 영역에서 새로운 교육을 발굴하고 재편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컨설팅 회사와 협의하고 있다. 또한, 우리 대학의 기동성은 다른 대학에서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다. 가장 이상적인 계획은 우리만의 개성을 끊임없이 개발해 이를 실현하는 것이다. <한국대학신문>에서 소개했던 미국 올린공과대의 성공신화처럼 남이 가지 않았던 길을 가려고 한다. 한국전통문화대만의 방식을 찾는 것이 우리 대학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가장 필요하지 않겠는가.”

- 아무래도 일반대와 다르게 분류되면서 대학 운영의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양면성이 있다. 장점이자 단점은 새로운 교육적 영역을 개척할 때 교육부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제약이 따른다. 모든 정보와 교육, 연구사업들은 교육부 예산에 의해 제안된다. 특수목적대학은 지원 자격조차 없다. 반면, 역량평가에 따라 예산 확보에 대학이 올인하는 시스템이 아니란 점은 분명 장점이다. 재정 안정성은 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예산을 지원받거나 사업 기획을 하는 부분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다. 대학 전체 방향성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보니 안정적인 대학운영은 장점으로 작용하지만, 외부의 큰 변화에 대비해 새로운 시도를 하려면 능동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이를 개방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여긴다.”

- 재정 안정성은 큰 장점이다.
“그렇다. 재정적 안정성은 우리의 최대 장점이다. 국가에서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기본 영역에 대한 예산을 당연히 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나 정원 감축과 등록금 동결 등 이런 부분에 대한 걱정은 없다. 교육에 있어서도 방향성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나의 방향을 향해 뚜벅뚜벅 나갈 수 있다.”

- 해외에도 한국전통문화대와 같은 시스템을 갖춘 단설대학이 있나.
“엄격하게 구분하면 우리와 같은 시스템을 가진 대학은 전무하다. 한국전통문화대의 특징은 한 분야에 고유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을 ‘집약(Compact)’이라 표현하는데, 한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다. 문화재나 역사, 문화재 콘텐츠, 문화재 관련 과학기술 등 개별적으로 학부 단계에서 학과는 있다. 하지만 문화재 분야가 학부와 대학원에 올인하는 시스템은 유사 케이스를 찾기 힘들다. 해외 전문가들이 학교를 찾아오면 부러워하는 이유가 바로 그 지점이다. 집적화되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

- 그렇다면 문화재로 명성이 있는 유럽 등의 나라에서 한국전통문화대를 벤치마킹할 수도 있겠다. 한국전통문화대의 교수시스템과 교수법에 ICT가 뛰어난 대한민국의 강점을 결합해 새로운 시도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다만 한국전통문화대는 특수 인재만 갈 수 있는 곳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20주년을 기점으로 이런 부분을 탈피할 계획이 있다면 말해 달라.
“대학의 인지도는 분명 한계가 있다. 내부적인 이유로는 문화재청 직속 대학으로서 문화재 분야라는 주어진 역할에만 안주하려 한 부분이다. 대학이 위치한 입지적 한계도 있다. 문화를 다루는 학생들에게 ‘문화의 향유’라는 부분이 매우 중요한데 부여라는 위치는 그런 점에서 한계가 있다. 또 하나는 대학의 운영이나 구성원들이 우리 고유 영역에 대한 독자성을 강조하다 보니 외연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제는 외연을 확산하면서 대중문화 인지도를 높이는 등 적극적으로 대외 홍보를 실현해야 할 때다. 이 목표를 실현할 자신감도 생겼다.”

- 영역의 ‘고유성’, ‘독자성’이 대학의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이쯤 되니 한국전통문화대에는 어떤 학생들이 오는지 궁금해진다. 원하는 인재상은.
“우리가 초점을 두는 부분은 학력 수준보다는 이 분야에 대한 지속성과 열정이다. 학업성적은 탁월한데 부모나 선생의 권유에 의해 입학하는 학생은 재학 중이나 졸업 이후 탄력을 받지 못한다.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지속성을 갖고, 개인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일반적인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전통과 역사, 가치에 대한 관심을 갖고 들어온 학생은 성장 속도가 무섭다. 우리가 원하는 인재는 현장 실무형 인재다. 문화재는 한번 망가지면 극복될 수 없는 소중한 영역이다. 실제 현장 속에서 답을 찾는 게 우리가 하는 일이다. 더 나아가 문화재 영역뿐 아니라 미래지향적, 창의적인 인재를 원한다. 문화라는 것은 국가가 발전하는 데 영원히 필요한 콘텐츠 원동력이다. 이를 응용하고 해석해서 새로운 분야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려는 고민을 하고 있다. 대학이 단순한 인재 양성을 넘어 민족문화의 전통가치를 재생산하고, 확산할 수 있는 역할을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이다.”

- 최근 대학의 입시 제도를 두고 논란이 많다. 한국전통문화대는 학생들을 어떻게 선발하나.
“우리 대학에는 전통문화미래인재전형이 있다. 학생들의 열정에 초점을 맞췄다.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선발하지만 면접 비중이 높다. 현재 프로젝트전형도 고민하고 있다. 팀 그룹별로 문화재 관련 과제를 주고, 이를 해결할 때 열정을 보이는 학생들을 뽑으려고 한다. 그런 학생들이 문화재 산업을 잘 이끌어갈 수 있지 않을까.”

- 전통문화라고 하면 전통적 가치에만 갇혀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반대의 경우 글로벌라이징(Globalizing)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국전통문화대에도 그런 프로그램이 있는지 궁금하다.
“국제문화재교육센터를 역점을 두고 확보했다. 문화재는 융합에 근거한 종합학문이자, 국제적 공용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문화재 보존관리는 각 나라별로 고유한 영역도 있지만 세계 유산을 어떻게 같이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 공용어라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문화재 분야의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고자 하는 계획도 있다. 1차적으로는 우리 대학이 국제적인 문화재 교육 훈련기관으로 자리매김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외국인 학생들이 유학을 오도록 만드는 인바운드(In-bound), 우리 학생들이 해외 현장에서 경험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아웃바운드(Out-bound) 플랫폼을 만들려고 한다.”

- 현재 어떤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나.
“학생들은 유럽 기관으로 많이 나가고 있다. 이탈리아에 있는 고등보존복원연구소(ISCR)나 독일의 연구 기관 및 대학에서도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다. 러시아, 일본, 중국 등 세계적 기관과 대학에도 많이 나가 있다. 반대로 올해가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데, 중국의 대학이나 동남아 지역의 대학에서 우리 대학으로 (유학을) 오고 있다. 최근에는 ODA(공적개발원조)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와 ODA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재재단과 함께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기술자들을 한국에 데려와 역량강화 차원에서 교육 훈련을 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에 학생들이 참여하면서 현지인들과 교감하고, 국제적 안목을 키우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향후 문화재 분야 일자리 전망은 어떻게 예측하나.
“기존 문화재 시장은 학생 교육의 방향을 문화재 보존관리와 활용에 방점을 뒀다. 이제는 그 영역을 넘어서 문화재와 전통문화가 생산과 창출까지 가능하도록 영역을 확장하려고 한다. 새로운 사업적 영역으로 키워 미래에 대한 수요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한다. 생산과 창출이 돼야 미래 지향적 영역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문화재를 통한 관광 사업 연계, 문화재와 ICT가 결합된 체험형 콘텐츠 개발, 문화재 재난 사전 방지 시스템 개발 등 기존의 영역을 융합시키면 문화를 활용해 나갈 방향이 무궁무진하게 열리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 20년간 한국전통문화대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가장 큰 성과는 대학의 설립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에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나라 문화재를 효율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했다는 점이다. 그런 인재를 잘 교육시켜 현장에 내보냈다는 성과가 있다. 대표적으로 문화재 수리복원은 기술자나 기능 자격을 가진 사람만 가능하다. 문화재 보수 현장에 우리 대학 출신 학생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 이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세계적인 교육 훈련기관으로 인정받는 단계에 자리매김을 하지 않았나 평가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대학의 미래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대학의 청사진은 우리 대학이 전통문화재 창출의 허브이자 과거와 미래를 잇는 문화재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전통 무형문화재나 장인들이 함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협력)을 통해 지속성, 생산성을 갖고 대학이 중심에서 이를 창출하는 플랫폼 공간이 되길 바란다. 학생 교육을 뛰어 넘어 전통문화에 있어 허브이자, 문화재에 있어서는 플랫폼이 되는 공간을 꿈꾼다. 이 목표가 실현되면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최용섭 본지 발행인과 김영모 총장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사진= 한명섭 기자]
최용섭 본지 발행인(왼쪽)과 김영모 총장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 김영모 총장은…
서울시립대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학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2004년 한국전통문화대에 합류했다. 2009년부터 학과장, 교학처장, 총장직무대리, 문화유산전문대학원장 등을 차례로 역임한 뒤 2018년 6월 총장으로 선임됐다. 저서로는 《동양조경문화사》, 《한국의 전통적 미의식을 찾아서》 등이 있다.

[BOX] 한국전통문화대는 어떤 곳?

한국전통문화대는 2000년 문화재청이 설립한 최초의 ‘전통문화 및 문화재 분야 특성화 대학교’다. 문화재의 발굴과 보존, 복원과 관리부터 이를 활용한 문화 콘텐츠의 재창조는 물론 응용분야 R&D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인재 양성 기관이다.

전통문화 분야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체계적 교육시스템을 보유한 학과별·전공별 소수정예 교육을 통해 전통문화 현장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1대 1 지도방식을 통해 △그룹별 토론 △전공별 워크숍 △공동제작 △현장실습 등 현장 연계 교육을 진행한다. 여기에 학업과 실무교육을 병행하면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학부 과정은 2개의 단과대학(기술과학대학, 문화유산대학)에 △전통건축학과 △전통조경학과 △문화재보존과학과 △전통미술공예학과 △무형유산학과 △문화재관리학과 △융합고고학과 등 7개 학과가 운영되고 있다. 또 대학원 5개 학과를 통해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의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2013년부터 대학원을 개원, 석사과정을 운영했고2015학년도에는 박사과정까지 신설했다.

기숙형 대학 레지덴셜칼리지(RC, Residential College)를 운영해 학생 전원 기숙사 입소가 가능하다. 학습과 생활이 결합된 레지덴셜칼리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창의·융합형 전인교육과 대학생활 적응, 진로설계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대는 국립대이지만 특수대학으로 분류돼 일반대와 다른 입시를 진행한다. 전형일정도 다르고, 자체 필기시험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수능은 보지 않으며 각종 대입 제한사항도 적용받지 않는다. 수시 6회 제한, 정시 모집군 제한 등에서 자유롭다.

최근에는 내년 설립 20주년을 맞아 세계적인 문화유산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하고자 일본, 중국을 비롯한 총 12개 국가 29개 기관과 교류협정(MOU)을 체결했다.

한국전통문화대 전경.[사진= 한국전통문화대]
한국전통문화대 전경

<대담=최용섭 발행인 / 사진=한명섭 부국장 겸 사진부장 / 정리=이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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