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강세 N수생, 상대적 불리함 재학생들 ‘아우성’
연이은 학령인구 감소와 정시 확대 등 N수 당위성 내년에도 여전

(사진=한국대학신문DB)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수험생들로부터 2020학년 수능 ‘체감 난도’가 유독 높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은 늘어난 졸업생 비율과 관계가 깊어 보인다. 학령인구 감소와 의대 모집인원 확대, 교육부 강권에 따른 주요대학의 정시 모집인원 확대 등 ‘N수’에 뛰어들 당위성이 충분히 마련되면서 상대적으로 난도 대비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받아든 사례가 많아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수능은 영어·한국사 등을 제외하면 모두 상대평가 체제이기에 상대적인 강점을 보이는 N수생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재학생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구도를 놓고 일각에서는 신조어를 활용, ‘고인물 수능’이라는 명칭까지 등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내년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는 데 있다.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큰 폭의 학령인구 감소가 예정돼 있고, 의대와 주요대학 정시 모집인원 확대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같은 점에 비춰볼 때 ‘고인물 수능’에 대한 재학생들의 불만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채점결과 발표 이후 엿보이는 ‘체감 난도’ 관련 불만들 = 3일 발표된 ‘2020학년 수능 채점결과’에 따르면, 올해 수능은 상당한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수학(나)는 ‘역대급’으로 불릴 만큼 높은 난도를 보였으며, 지난해 대비 쉬워진 국어도 절대적인 난도는 결코 낮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영어도 지난해보다는 쉬워졌지만, 그보다 한 해 전에 비해서는 어려운 수준이며, 탐구영역도 사탐과 과탐 모두 일부 과목을 제외하면 결코 쉽지 않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수험생들의 불만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수험생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채점결과를 놓고 ‘믿을 수 없다’는 반응들이 다수 관측되고 있다. 시험 난도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성적표상 찍힌 백분위나 등급이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불만은 매년 수능이 끝나면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수능에서 극적인 점수 상승을 이뤄내는 사례보다 점수가 다소 하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9월 모평까지 등장하지 않던 반수생 등이 수능에 뛰어들면서 상위권을 차지, 꾸준히 시험에 참여해 온 재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성적을 받아드는 경우가 빈번하다. 

다만, 올해는 예년보다 한층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매년 발생하는 현상이라고만 치부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대비 난도가 높아진 탐구영역을 비롯해 수학 가형 등은 문제 난도만 놓고 보면, 등급컷 등이 보다 낮게 형성됐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만점을 받아야만 1등급을 받을 수 있고, 여기에 더해 등급 블랭크까지 생긴 윤리와 사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윤리와 사상은 만점자가 14.88%로 나와 한 문제라도 틀리면 3등급으로 내려앉게 된 상황이다. 이토록 많은 만점자가 나올 만큼 매우 쉽게 출제된 것이 아님에도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수험생들이 불만을 가지는 대목이다. 

■ 왜 이런 일 생기나? 늘어난 졸업생 비율 원인 추정 = 이토록 수험생들의 인식과 실제 결과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것은 늘어난 졸업생 비율 때문으로 추정된다. 

올해 수능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재수험에 뛰어든 ‘N수생’, 즉 재학생이 아닌 졸업생의 비율이 예년 대비 높았다는 점이다. 올해 수능 응시생 48만4737명 중 재학생은 34만7765명으로 71.7%에 그친 반면, 졸업생은 13만6972명으로 28.3%나 됐다. 

졸업생이 이토록 큰 비율을 차지한 것은 최근 수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졸업생 비율은 24.6%에 불과했고, 2014학년에는 21.3%까지 졸업생 비율이 낮아진 적도 있다. 

현재와 비슷한 방식의 수능이 처음 시작된 2005학년 이후로 보더라도 올해 졸업생 비율은 단연 눈에 띈다. 6차에서 7차로 교육과정이 막 바뀐 2005학년 28.4%, 2006학년 28.9%의 비율이 나온 것을 제외하면, 올해 나온 28.3%의 졸업생 비율은 최근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유독 수험생들로부터 수능 난도 관련 많은 불만이 나오는 것은 이처럼 늘어난 졸업생들로부터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졸업생이 늘어나면 재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수능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졸업생들은 재학생보다 수능에 강점을 가진다. 재학생보다 최소 1년 이상 더 시간을 들여 시험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물론 최상위권에는 재학생들이 세 배 가까이 많은 인원을 바탕으로 졸업생보다 더 많이 포진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지만, 이는 최상위권에 국한된 얘기다. 만점에 가까운 사례들을 제외하면, 졸업생이 재학생보다는 수능에서 우위에 선다. 자연계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서울대 의대만 놓고 보더라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졸업생이 정시모집 합격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일이 허다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험생들로부터는 올해 수능이 ‘고인물 수능’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고인물’은 특정 게임 등을 오랫동안 즐겨 실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경우를 뜻하는 단어로 최근에는 게임 외의 영역에도 활발히 쓰이는 신조어다. 재학생 대비 월등한 실력을 갖춘 N수생들이 수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현 상황을 나타낸다. 

■ N수생 왜 늘어나나…정시 확대, 학령인구·재학생 감소, 대입정원 유지 = N수생들이 이처럼 늘어나는 현상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정시가 확대되는 최근의 대입 구조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재학생 대입자원 축소, 반면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는 대입정원 등이 N수생을 늘리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N수생들이 늘어나는 것은 대입 구조와 관계가 깊다. 주요대학으로 분류되는 서울권 상위대학 등의 정시 모집인원이 늘어나면, N수생은 자연스레 늘어난다. 올해 진행 중인 2020학년 대입은 2018년 4월 나온 ‘2020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시행계획이 나오기 한 달 전인 2018년 3월 교육부는 차관이 직접 나서 대학들에 정시확대를 독려했고, 이에 서울권 주요대학 상당수가 정시 확대에 나선 것이 올해부터다. 그간 수시모집이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좁아졌던 정시모집의 문이 넓어지자 수능을 통해 ‘일발역전’을 노리는 N수생들 역시 늘어나게 된 것이다. 

최근 들어 의대 모집인원이 연일 늘어나는 추세인 것도 N수생 증가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본래 대학원생을 모집하는 의학전문대학원과 학부생을 모집하는 의과대학으로 체제가 이원화돼 있던 의대는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의대로 수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전원 모집에 따른 이득이 크게 없기 때문이다. 올해도 강원대가 의전원 체제를 포기하기로 결정하면서 남은 의전원은 건국대(글로컬)와 차의과학대 2개교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처럼 대학들이 의전원을 포기하면서 해당 인원들이 학부 모집으로 환원, 전반적인 의대 모집인원이 커지게 되자 자연계열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의대 진학을 노리고 ‘반수’ 등을 노리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것이 교육계의 증언이다. 

여기에 학령인구 감소도 영향을 미친다. 올해 수능 응시인원은 48만4737명으로 지난해 대비 4만5483명이나 줄었다. 졸업생은 지난해보다 6662명 늘어났지만, 재학생이 5만2145명이나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매년 엇비슷한 규모의 N수생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재학생이 줄어들면 졸업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물며 올해는 졸업생 수가 도리어 늘어나 졸업생의 비중이 한층 더 커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고3 재학생이 이처럼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근간이 되는 출생자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입을 치른 고3들은 2000년생으로 당시 출생자는 통계청에 따르면 63만4501명이었다. 하지만, 올해 대입을 치른 2001년생 출생자는 55만4895명으로 7만9606명이나 줄었다. 출생 단계에서부터 인구 감소가 이뤄진 탓에 ‘학령인구’ 감소를 피할 방법은 없었다. 

이처럼 재학생이 큰 폭으로 줄고 있지만, 대입 정원은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서는 대학의 입학정원을 줄일 유일한 방법인 대학구조개혁평가(현 대학기본역량진단)가 다소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대학구조개혁평가 등을 통해 일부 대학의 정원이 줄고, 폐교 사례도 있었다고는 하지만, 서울권 주요대학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 

재학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입 정원이 그대로 유지되면 N수에 뛰어드는 사례는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시가 그대로 유지된다 하더라도 재학생 감소로 인해 N수생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인데, 정시가 늘어나기까지 하고 있으니 반수생들마저 몰리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지난해 수능이 유독 어려운 ‘불수능’이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수능은 국어 표점 최고점이 150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어려웠다. 국어에서 예상치 못한 낮은 성적을 받아들며 선택의 여지 없이 재수를 택한사례도 상당한 것으로 풀이된다. 

■ 내년에도 반복될 ‘고인물 수능’ 학령인구 감소 등 요인 ‘즐비’ = 문제는 내년에도 이같은 ‘고인물 수능’이 반복될 것이라는 데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정시 모집인원 증가 등 ‘N수생 유입’을 이끌 요인들이 즐비하다는 점에서다. 

먼저 정시모집은 내년에도 또 확대된다. 2022학년 수능위주전형을 30% 이상으로 늘리도록 한 ‘2022학년 대입 개편안’에 따라 2021학년부터 정시모집을 늘리라는 압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고려대가 ‘예외 항목’인 학생부교과전형 30% 확대로 이를 우회하려다가 교육부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사례가 존재하는 등 서울권 주요대학을 향한 정시모집 요구가 거셌다. 결국 이에 따라 대부분의 서울권 주요대학은 내년에도 정시모집을 확대하는 추세다.

의대 모집인원도 다소나마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강원대가 의전원 체제를 포기, 학부모집을 실시하는 의대가 한 곳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N수생들에게는 의대를 갈 수 있는 길이 한층 넓어지는 것이다.

또 다른 N수 유도 요인인 ‘학령인구 감소’도 내년에 여전하다. 내년 대입을 치를 2002년생 출생자는 49만2111명으로 올해 고3인 2001년생과 비교하면 6만2784명이나 적다. 반면, 대입정원은 줄어들 기미가 딱히 없다. 여기에 올해 수능도 상당한 변별력을 지니고 있어 예상보다 낮은 성적을 받은 사례들이 많았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인식과 현실의 괴리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고교 진학교사는 “수험생들은 중3 내지 고1 때 상황을 기반으로 입시를 준비한다. 현재 고2가 고교에 입학하던 당시에는 학생부위주전형들이 크게 확대되던 시절이었다. 정시가 갑작스레 늘어났기에 기존 학생부위주전형을 준비하던 학생들은 이를 빠르게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현재 확인 가능한 그리고 지금까지 드러난 지표와 상황들을 보면, 내년에도 N수생이 득세하는 ‘고인물 수능’은 고스란히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정시모집이 늘어난다는 점에 매몰돼 수시모집을 등한시하는 경우 대입에서 낭패를 볼 확률이 클 수 있다는 것을 현 고2 수험생들은 생각해 봐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