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희 기자

야심차게 준비한 대학혁신방안이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지난 11일 동국대에서 열린 대학혁신방안 공청회 말이다.

공청회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시작 30분 전 학생들은 대학 본관 앞에서 “학생을 배제한 공청회는 무효”라고 항의했다. 공청회는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결국 교수협의회의 주도로 공청회 주체인 교수들이 퇴장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강당에 남은 인원은 스무 명 남짓. 가장 활발하게 의견이 오갔어야 할 학사구조 개편안을 포함한 대학혁신방안은 설명은 질의도 없이 그렇게 끝나버렸다. 사실상 파행이다.

학생들은 1년 동안 ‘구성원이 함께하는 혁신방안’을 요구했다. 그동안 학교 측은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초대받지 못한 학생들이 강당으로 진입해 항의 시위를 이어가니 그때서야 윤성이 총장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는 18일”이라고 응답했다. 18일은 학생들의 방학기간이다. 이마저도 학생들이 현장에 없었다면 또 기약 없는 기다림을 지속했어야 할는지 모른다.

학교 구성원들은 밀실행정을 지적한다. 이날 공청회 참석 주체였던 교수들도 대학혁신방안 자료를 공청회 하루 전날에야 받았다고 한다. “형식적인 공청회”란 뒷말이 나오는 배경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기시감이 든다. 지난 10일 대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편람 시안 설명회가 무산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교수노조와 대학노조의 농성 때문이었지만 대학가에서는 교육부의 일방적인 정책 밀어붙이기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대학노조는 대학기본역량진단 폐기와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대교협도 “정부의 2021 진단은 획일적 평가로 건실한 대학도 탈락할 수밖에 없다”며 “대학의 다양성과 건강한 고등교육 생태계가 훼손될 것”이라 우려했다. 교수노조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지금 같은 속도라면 계속 문제룰 제기한 대학가의 의견이 반영될 여지가 없다는 데 반발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일단 일정을 강행했다. 결과는? 파행이었다.

부재는 결국 더 큰 진통을 낳는다. 그간 숱한 사례에서 보아온 결과물이다. 대학 본부든, 교육부든 정말로 대학의 구성원들을 고려했다면 무조건적인 밀어붙이기가 해답이 될 수 없다. 바뀐 정책은 한 번 시행되면 조직의 규모와 상관없이 되돌리기 쉽지 않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구성원의 목소리를 적극 들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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