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돈석 포항 오천고등학교 교장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이제는 어떤 학교에 다니느냐보다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느냐가 더욱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등학교와 대학 간 연계도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그렇다면 고등학교에서는 어떤 인재를 양성하는가. 고등학교 현장에서 바라본 입시는 어떤 방향인가. 또한 대학과 어떤 방향의 연계를 필요로 하는가. 본지가 이 궁금증에 대해 고등학교 교장을 만나 직접 들어 본다.<편집자 주>

오천고등학교(교장 최돈석)는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 위치한 남녀 공학의 일반계 사립 고등학교다. 2013년부터 학교법인 천주교대구대교구 해은학원에서 인수, 운영하고 있다. 각 학년 8개 학급, 총 24개 학급이 있으며 특수학급 2개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학생 수는 602명, 교원 수는 51명이다. 현재는 △선진형교과교실제 △유네스코 학교 △상호방문형 국제교류 운영(영국) 학교 △진로교육 선도학교 △학교예술교육 활성화 사업 학교(연극) △학교 간 어울림 공동교육과정 운영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오천고를 이끌고 있는 최돈석 교장은 명확한 교육철학 위에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인성을 갖춘 인재를 갖추겠다는 중심은 오천고의 교육프로그램 근간이 되고 있다.

최돈석 오천고 교장.
최돈석 오천고 교장.

-오천고의 인재상은.
“우리 학교는 공동체의 약속을 잘 지키고, 가톨릭 정신에 따른 사랑과 봉사를 실천할 줄 알며, 절제와 노력을 통해 성장하는 심신이 건강한 학생이라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Learn Together!’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육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면.
“오천고의 교육과정은 크게 정규교육과정과 방과 후 교육과정으로 나뉘어 있다. 정규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2015 개정교육과정의 정신에 부합하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 확대와 창의적 체험활동의 내실화다.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철학과 심리학, 논술 등의 교양과목은 물론 다양한 진로선택 과목을 개설했다. 인근 학교와의 공동교육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수학여행도 학생 주도적으로 진행한다. 총 55개 조로 편성해 스스로 활동을 계획하도록 한다. 학년말 예술제를 통해 연간 활동을 정리·발표하는 진로 연계형 60여 개의 동아리도 운영되고 있다. 교과와 진로, 자율 활동을 연계한 인문학 프로그램인 ‘도서관에서 보물 캐기’ ‘북콘서트-서(書)로 나눔’ ‘책이 빛나는 밤에’ 등이 창의적 체험활동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방과 후 교육과정은 어떤 것이 있나.
“방과 후 교육과정에는 과목은 물론 수업 교사까지 완전한 학생 선택형으로 운영되는 주중 방과후 수업이 있다. 수능 고득점을 목표로 하는 심화학습 프로그램 ‘Level Up’, 주제 탐구형 방과 후 수업 ‘O-CRU(Ochenn Research Union, 오천 연구 공동체)’도 있다. 사회적 문제를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 학생들의 생각을 나눠 보는 현실참여형 계기교육 프로그램 ‘앙가주망(Engagement)’도 운영하고 있다. 2019학년도에 앙가주망으로 운영한 주제로는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 저항시 낭송회, 선거연령 하향 조정 관련 토론회, 탈원전 신재생 에너지 정책 토론, 미세먼지 관련 토론 등이 있다. 함께 배우고 서로 나눈다는 슬로건을 실천하기 위한 또래 멘토링, 조별로 이뤄지는 각종 학술제 등도 주요 프로그램의 하나다.”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는데.
“우리 학교의 각종 교육과정 최상위에는 인성교육이라는 과제가 있다. 모든 교육과정에 이 가치가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철학을 전공한 교목 신부님이 정규교사로 배치돼 철학 수업을 통해 인간됨의 의미를 가르친다. 그리고 1박2일 동안 약 60km 이상을 함께 걷는 프로그램이나 교사들의 버스킹, 시험기간 학생 격려 행사, 모든 학생 생일 축하해 주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또한 학력이 매우 높은 학생들을 위한 수월성 교육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위해 다른 학생들을 희생시키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시대회를 분산시키고 종목을 다양화하는 등의 노력과 멘토링, 조별협력 학습, 스포츠클럽 참여 지원 등에 힘쓰고 있는 것이 그 일환이다.”

최돈석 교장은 "교육과정의 최상위에는 인성교육이라는 과제가 있다. 모든 교육과정에 이 가치가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오천고)
최돈석 교장은 "교육과정의 최상위에는 인성교육이라는 과제가 있다. 모든 교육과정에 이 가치가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오천고)

-방학 중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나.
“방학 중 프로그램에서 ‘상호방문형 국제교류’가 특별하다. 올해 5년째 이어오고 있으며 경상북도교육청의 국제교류 운영비를 지원받아 시행된다. 우리 학교는 매년 15~20여 명의 학생들이 여름방학 동안 영국 런던 외곽에 있는 크랜포드 커뮤니티 칼리지(Cranford Community College)를 방문해 함께 수업에 참여하고 영국의 문화를 경험한다. 참여를 원하는 학생들은 학기 초에 선발하고, 동아리활동을 통해 사전 준비를 하도록 한다. 10월에는 영국 학생들이 반대로 우리 학교를 방문해 홈스테이를 하며 학교 교육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진로교육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진로에 적합한 이수 교과목을 선택하기 위해 1학년 1학기에 진로교육 집중학기제를 운영한다. 이 시기를 통해 진로교사의 지도 아래 ‘자기이해-직업탐색-학과탐색-진로설계’의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과목 선택, 동아리 가입 선택, 각종 교내대회 참여 등을 한다. 또한 입학 후 2박 3일의 진로 캠프를 비롯해 '대입정보포털, 전문대학포털' 등의 온라인 도구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울러 모든 교과에서 진로와 연계한 수업모형을 개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의 각 프로그램도 진로와 연계되도록 설계, 운영하고 있다.”

-대학 진학 성과는.
“2019년 우리 학교 졸업자의 대학 합격 현황을 보면, 서울대에 2명이 진학했다. 또한 한양대에 1명, 성균관대 1명, 경희대 5명, 중앙대 3명, 교대 6명, 경북대 9명 등의 성과가 있었다.”

-대학과의 연계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나.
“같은 재단에서 운영하는 대학에 대구가톨릭대학교가 있다. 대학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 보다 유리한 환경이다. 이를 바탕으로 1학년 학생들이 대학을 직접 방문해 전공 학과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2019학년도에는 경상북도교육청 지원 사업으로 미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 인근 대학으로부터 지도교수를 초빙하고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일반계 고등학교의 교육활동은 대학 진학과 무관하게 운영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교의 모든 교육을 대입에만 초점을 맞춰서도 안 되는 것은 물론이다. 교육철학 없이 수시로 변하는 대입 제도만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학교는 입시학원처럼 될 것이다. 우리 학교는 가톨릭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설치, 운영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을 가톨릭 신자들로 만들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고 사회를 위해 봉사할 줄 아는 마음을 길러주겠다는 뜻이다. 그 바탕 위에서 모든 교육활동을 해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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