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송년기획]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입개편’…‘혼란상만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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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결과 큰 문제 없던 학종’…대통령까지 나서 ‘정시확대’ 주문
(사진=청와대)
(사진=청와대)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올해는 말 많고 탈 많은 대입제도 개편史 중에서도 특히 기념비적인 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한 해 전 내놓은 개편안이 시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방향을 지시해 가며 또 다른 대입 개편안을 내놓는 유례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올 한해 대학가를 뜨겁게 달궜던 대입제도 개편의 역사와 그로 인한 혼란상을 한 데 정리했다. 

당초 올해는 대입정책에 큰 변화가 없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불과 지난해 큰 틀의 대입 개편안이 나왔기 때문이다. 본래 정부는 2021학년 대입을 목표로 재작년에 대입 개편안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졸속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정부는 1년간 더 시간을 들여 지난해 8월 2022학년 대입에 적용되는 대입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개편안을 놓고 공론화 절차를 거치는 등 상당한 ‘품’이 들었던 탓에 당분간은 대입 개편 논의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잠잠했던 상황을 일순간 뒤바꾼 시발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취임 과정에서 벌어진 논란들이었다. 조 전 장관이 내정된 직후인 8월 말 내정자의 자녀가 고교 재학 시절 대학 인턴십 프로그램을 수행했고, 이 과정에서 쓴 논문을 기반으로 고려대 수시모집에 합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불법’으로 보긴 어려웠지만,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탓에 수시모집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여론이 확산됐다.

정부는 비판 여론 확산을 잠재우기보다는 ‘대입제도 개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먼저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1일 아세안 3개국 순방 출국 전 당정청 고위관계자들과 가진 환담 자리에서 당시 조 후보자 관련 논란이 있다며 ‘대입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주문했다. 입시제도가 공평·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고, 기회에 접근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깊은 상처가 되고 있다며, 이상론에 치우치지 말고 현실에 기초한 실행 가능 방안을 강구하라는 구체적인 주문이었다. 조 전 장관의 임명을 강행하기 전 꺼내든 국면 전환용 카드가 아니냐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정작 문제는 다른 데서 터졌다. 대통령 발언에 따라 대입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이미 2022학년 대입 개편안에 따라 30%로 확대할 것이 강제된 정시모집 수능위주전형이 대통령 발언에 따라 한층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주요대학 입시에서 ‘대세’를 이룬 가운데 대입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것은 수능위주전형 확대를 염두에 뒀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그 결과 사교육 업체들의 주가부터 크게 치솟았다. N수생으로 불리는 졸업생들이 강세를 보이는 수능위주전형 확대는 곧 사교육의 영향력 또한 확장된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대학가와 교육감협의회, 교사단체 등은 일제히 대통령이 대입 안정성을 도리어 훼손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교육부는 ‘정시확대’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대통령 발언으로부터 3일 지나 열린 모 심포지엄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시·정시 비율 조정으로 불평등과 특권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며 수시·정시 비율을 즉각 조정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오해이자 확대 해석이라는 말을 남겼다. 중장기 대입제도와 관련해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교육부가 정시확대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조 전 장관을 둘러싼 논란들이 현 대입제도와는 큰 관련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의 자녀가 대입을 치른 것은 2010학년의 일로 당시에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없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전신’으로 볼 수 있는 입학사정관전형이 있었지만, 현 학생부종합전형과는 차이가 컸다. 논란의 핵심 소재 중 하나였던 ‘논문’은 이미 과도한 외부스펙 경쟁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아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활용하지 못하도록 조치가 돼 있는 상태였다. 

대신 교육부는 학생부종합전형을 개선하는 등 대입제도의 공정성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발 빠르게 움직인 여당과 함께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교육부 내 학생부종합전형 조사단을 꾸려 대학들의 학생부종합전형 실태를 조사하는 등의 행동에 나섰다. 학생부종합전형을 불신하는 사회적 여론들을 잠재우기 위해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점들을 파악, 개선에 착수하겠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의 대입재도 전면 재검토 발언이 나온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9월말의 일이었다. 

이대로 한 숨 돌리나 싶던 국면을 또 다시 뒤흔든 건 대통령이었다. 10월 22일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에 나선 문 대통령은 국민들이 교육 불공정을 가장 가슴 아파한다며, 학생부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하게 추진하고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잠잠해져 가던 정시확대 논란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불을 지핀 셈이었다. 

대통령 지시에 교육부도 한달만에 방향을 급선회했다. 같은달 25일 열린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수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시가 공정하다는 입시 당사자들과 학부모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요대학을 중심으로 수시·정시 비중의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유 부총리는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진행되던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이후 발표할 대입공정성 강화 방안에 정시 확대 계획을 포함시키겠다고 대통령 지시에 화답했다. 조사 결과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결론부터 정하고 보는 ‘답정너’식 정책결정이 이뤄진 것이다.

대통령과 부총리까지 정시확대를 공언한 상황이었지만, 정작 나온 실태조사 결과는 엇박자였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불공정성을 입증할 결정적인 근거는 전무했다. 특목고나 자사고가 일반고 대비 합격한 사례가 많고, 편법기재나 금지사항 기재 사례 등이 일부 적발됐을 뿐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에 치명타를 줄 만한 흠결은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끝내 11월말 정시확대 내용이 담긴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의 비중이 전체 모집인원의 45%를 넘긴 서울 소재 16개 대학의 정시모집 수능위주전형을 2023학년 4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2024학년 대입부터 자기소개서를 폐지하고, 학생부 기재 금지사항과 대입 활용 불허 항목을 대폭 늘리는 등의 조치도 취하겠다고 했다. 지역균형선발전형을 늘리고, 정원외 특별전형 가운데 사회통합전형 10% 이상 선발 법제화 등의 후속조치들도 예고됐다. 

결정은 내려졌고, 이제 해당 연도에 따라 바뀐 대입제도를 시행하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대입제도를 바꿔 혼란을 유발한 정부에 대한 비판은 유효하다. 당초 ‘백년지대계’를 운운하며,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의사를 밝혀 왔던 정부가 정작 매년 대입제도를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다. 

연속적인 대입개편의 흐름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사정이 확연히 다르다. 지난해에는 대입 개편안 발표를 피할 수 없는 구조였다. 바뀐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대입제도도 달라져야만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2021학년부터 바뀌었어야 할 대입제도가 개편안 마련을 못하면서 한 해 더 미뤄졌기에 또 다시 대입개편을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교육과정 변화처럼 대입제도를 꼭 바꿔야 할 이유가 없었다. 교육부의 해명처럼 조 전 장관 자녀 입시 논란에서 불거졌던 논문 활용 등의 문제점은 이미 과거의 일들이었다.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에서도 일부 개선점은 발견됐지만, 이는 정시를 늘려야 할 근거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입제도 개편 강행으로 2024학년까지 매년 다른 대입제도가 시행돼 혼란상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당장 내년 시행되는 2021학년 대입은 바뀐 교육과정에 따라 수능 출제범위가 달라지며, 그 다음해인 2022학년에는 수능위주전형 30% 이상으로 확대 방안에 더불어 선택형 수능이 실시되는 상황이다. 2023학년에는 서울권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수능위주전형 확대 추세가 한층 가속화되며, 2024학년에는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 체제가 크게 달라진다. 이 과정에서 그간 학생부 성적이 다소 좋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역전의 기회를 제공했던 논술전형은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매년 상황이 달라지면서 전년도 입시결과를 기반으로 대입을 준비하는 것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당장 발표돼 있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의 문제점들도 만만치 않다. 내년부터 학생부종합전형을 비롯한 정성평가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인 블라인드 서류평가가 적용되는데,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조차 없어 대학마다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향후 적용될 사회통합전형 도입과 지역균형선발전형 확대 방안도 학령인구 감소라는 교육계 상황과 맞물릴 시 어떤 효과를 내게 될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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