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 불구 높아진 경쟁률, 모집인원 감소, 의대 선호 원인

학령인구 감소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의대 경쟁률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사진은 올해 가군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경희대 의대의 실습 모습. (사진=경희대 제공)
학령인구 감소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의대 경쟁률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사진은 올해 가군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경희대 의대의 실습 모습. (사진=경희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학령인구 감소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의대를 향한 수험생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주요대학마저 경쟁률 하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의대는 달랐다. 전국 37개 의대는 전년보다 한층 높아진 6.23대 1의 경쟁률 기록했다. 모집인원이 다소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전문직 선호와 취업난이 맞물리며 빚어진 ‘의대 열풍’이 여전히 뜨거웠기에 가능했던 일로 보인다. 

■의대 경쟁률 ‘소폭상승’ 6.23대 1, 나군 경쟁률 상승 이끌어 = 지난달 31일 끝난 정시모집 원서접수 현황을 본지가 자체 취합한 결과 전국 37개 의대의 경쟁률이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늦게 지원현황을 공개한 원광대의 최종 경쟁률까지 모두 포함한 결과다. 

2020학년 기준 현재 고졸 신입생을 대상으로 학부모집을 실시하는 의대는 전국 37개교다. 41개교에 달했던 전국 의대·의학전문대학원은 2018학년 모집정지 처분을 받은 서남대가 2019학년부터 폐교돼 40개교로 조정된 상황. 이 중 강원대·건국대(글로컬)·차의과학대는 의대 모집을 실시하지 않는다. 건국대(글로컬)와 차의과학대는 의학전문대학원 체제이기에 학부생을 별도로 모집하지 않는다. 강원대는 내년부터 의대로 체제를 바꿔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37개 의대의 정원내 전형을 기준으로 집계한 2020학년 정시모집 경쟁률은 6.23대 1이다. 1255명을 모집하는 전국 의대에 총 7816명의 수험생이 도전장을 던졌다. 전년에는 1306명을 모집하는데 8070명이 지원하며 6.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모집군별로 보면 가군과 다군의 경쟁률 하락세를 나군이 앞장서 막아낸 모양새다. 가군 경쟁률은 4.02대 1에서 3.9대 1로 낮아졌고, 다군 경쟁률도 13.82대 1에서 13.29대 1로 떨어졌지만, 나군은 달랐다. 나군은 4.82대 1에서 5.12대 1로 경쟁률이 오르며, 의대 전반의 경쟁률 상승을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가군에서 가장 경쟁률이 높은 대학은 6.45대 1을 기록한 경희대다. 이어 일반전형과 지역인재전형을 모두 선발하는 경상대와 동아대가 합산 경쟁률 기준 차례대로 5.5대 1과 4.96대 1을 기록했다. 수도권에서 선호도가 높은 아주대 의대도 4.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워낙 높은 선호도로 인해 경쟁률이 매년 낮은 편인 서울대 의대는 올해도 2.77대 1로 전 모집군 통틀어 가장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 해 전 기록한 3.53대 1과 비교하더라도 편차가 상당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과탐Ⅱ 선택자가 지난해 대비 3136명 줄었지만, 서울대 자연과학대와 공과대학의 경쟁률은 올랐다. 수험생들이 소신지원에 나섰다는 것”이라며 “다만, 의예과와 수의예과는 경쟁률이 하락하는 양상을 보여 다른 모집군에 있는 의학계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나군에서는 충북대의 경쟁률이 일반전형과 지역인재 합산 기준 9.2대 1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전년도 경쟁률 6.29대 1과 비교하면 상당한 상승폭이다. 특히, 일반전형은 11.05대 1로 다른 모집군 대비 경쟁률이 높은 다군을 제외할 시 가장 높은 지원열기를 보이기도 했다. 한 해 전에는 가군에서 나군으로 모집군을 옮긴 첫 해였기에 수험생들이 지원을 망설이는 양상이 나타났지만, 올해는 나군 모집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충북대에 이어서는 원광대(9대 1)의 경쟁률이 높았고, 을지대(6.94대 1), 영남대(6.46대 1) 등도 비교적 지원 열기가 뜨거운 곳이었다. 가천대는 5대 1, 한림대는 4.64대 1의 경쟁률을 각각 기록했다. 

나군은 ‘빅5’로 불리는 최고 선호도 의대들 가운데 서울대를 제외한 가톨릭대·성균관대·연세대·울산대가 모두 몰려있는 모집군이다. 다만, 이들 의대의 경쟁률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높지 않은 편이었다. 가톨릭대는 2.9대 1로 서울대에 비견될 만큼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울산대는 3.1대 1, 성균관대는 4.2대 1, 연세대는 4.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워낙 선호도가 높아 합격을 담보하기 어려운 곳이기에 매년 경쟁률이 높게 나타나지 않는 양상이다. 

다군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다른 모집군에 비해 경쟁률이 높은 편이었다. 인하대가 25.22대 1로 전체 의대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을 필두로 순천향대 17.03대 1, 동국대(경주) 14.76대 1 등 다군 모집을 실시한 9개 의대 모두 10대 1을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제주대 지역인재전형이 2.57대 1의 경쟁률을 보이긴 했지만, 지역 내 수험생만을 모집하는 곳이기에 경쟁률이 높을 수 없는 구조였다. 

전형별로 나눠 보면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전형은 가톨릭관동대 인문계열 선발 전형이었다. 2명을 모집하는 이 전형에는 79명이 몰려 39.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의대 중 인문계열을 모집하는 곳은 이화여대와 가톨릭관동대 뿐이다. 다군 모집을 실시하는 곳은 가톨릭관동대밖에 없어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예상 뛰어넘은 경쟁률 상승…‘학령인구 감소’에도 의대 인기는 ‘활활’ = 올해 의대 경쟁률이 오른 것은 다소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의대 역시 경쟁률이 하락할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같은날 모집을 마감한 15개 서울권 주요대학의 경우 경쟁률 하락 양상을 내비친 바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에 지원할 수험생이 줄어들었음에도 의대 경쟁률이 도리어 오른 것은 먼저 모집인원 감소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의 ‘강권’으로 대대적인 정시 모집인원 확대에 나선 주요대학과 달리 의대는 직접적인 타겟이 되지 않아 정시 모집규모를 줄인 곳이 많았다. 지난해 1306명이던 의대 정시모집 인원은 올해 1255명으로 축소됐지만, 지원자는 250여 명 줄어드는 데 그치면서 경쟁률이 오르게 됐다.

물론 모집인원 축소라는 ‘호재’가 있었지만, 학령인구 감소라는 ‘악재’를 고려하면, 의대 경쟁률이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일정 수준의 지원자가 유지될 수 있는 원동력이었던 의대를 향한 높은 지원열기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한 고교 교장은“전문직을 선호하는 경향과 취업난이 맞물리면서 의대는 최근 십수년간 치러진 대입에서 자연계열 부동의 최고 선호도 모집단위로 자리잡아 있다. 학령인구가 줄어든다 하더라도 의대를 향한 열망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에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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