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모의지원 의지하는 수험생들…공교육 자료 신뢰도는 ‘바닥’
사교육 모의지원 의지하는 수험생들…공교육 자료 신뢰도는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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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전략 기준점’ 0순위는 사교육 모의지원, 48.8% 수험생 선택
공교육 보유 입시결과 찾는 수험생 5.3% 불과
정시모집에 발 맞춰 더 커질 모의지원 영향력, 2022학년 '혼란상' 예고
수험생들은 정시모집 지원전략을 세울 때 모의지원을 가장 신뢰하는 반면, 공교육이 보유한 입시결과는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올해 대교협 주관 정시박람회에 참석해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수험생들은 정시모집 지원전략을 세울 때 모의지원을 가장 신뢰하는 반면, 공교육이 보유한 입시결과는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올해 대교협 주관 정시박람회에 참석해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매년 정시모집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사교육의 ‘모의지원’을 실제 수험생들도 가장 중요한 기준점으로 활용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면, 공교육이 보유한 입시결과는 수험생들의 신뢰를 가장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의 영향력이 정시모집 전반을 사로잡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오히려 정부가 주요대학에 정시모집 확대를 강제하는 등 ‘사교육 기살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 2022학년 수능이 대대적으로 바뀐다는 점을 볼 때 모의지원의 영향력은 향후 더욱 기세등등해질 전망이다. 

■모의지원에 의존하는 수험생들, 공교육 자료는 ‘뒷전’ = 입시기관인 유웨이는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 정시 지원 양상’ 설문조사 결과를 최근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유웨이닷컴 홈페이지 회원들을 대상으로 3일부터 5일까지 실시됐으며, 492명의 수험생이 참여했다. 

조사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수험생들이 ‘모의지원’을 통해 정시모집 지원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모집에서 지원 대학과 학과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48.8%의 수험생이 ‘온라인 모의지원 및 합격 진단 결과’를 선택했다.

수험생들은 모의지원을 신뢰하는 것과 달리 공교육이 보유한 입시결과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가장 적은 5.3%의 수험생이 ‘공교육 교사가 가지고 있는 전년도 입시 결과’를 지원전략 수립에 참고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수험생들은 원서접수 시기가 다가올수록 모의지원을 더욱 신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웨이가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되기 전 실시한 동일한 사전 설문조사에서는 모의지원을 중요한 기준점으로 삼겠다는 수험생 비율이 27%에 불과했지만, 원서접수가 끝난 후에는 48.8%로 크게 늘어났다. 

모의지원은 지원자들이 한 데 모여 가상의 원서접수를 실시해 당락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을 뜻한다. 실제 해당 대학 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수험생들이 모이면 ‘등수’가 형성되는데, 이를 모집인원과 비교함으로써 합격 가능성을 점쳐보는 것이 모의지원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다. 

정시모집에서 모의지원 외에도 수험생들이 참고할 수 있는 자료는 많다. 공교육이 보유한 입시결과 외에도 대학에서 발표한 입시 결과, 종이 배치표 등을 활용해 지원전략을 세울 수 있다. 

모의지원은 대부분 유료로 운영되는 데 반해 공교육이나 대학을 통해 확인 가능한 전년도 입시결과는 무료다. 종이 배치표도 조금의 수고로움을 들이면 비용을 들이지 않고 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시모집이 목전에 다가왔을 때 수험생들이 굳이 비용을 지불해가면서까지 모의지원을 의지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모의지원을 의지하는 이유로 단연 첫 손에 꼽히는 것은 ‘가변성’이다. 전년도 입시결과나 배치표 등은 이미 지나간 입시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변하지 않는 점수’다. 배치표는 올해 수능 난도 등을 반영해 만들어지기라도 하지만, 입시결과는 당해 수능 난도나 달라진 전형방법, N수생 비율 변화 등의 ‘변수’를 일체 반영하지 못한다. 

반면, 모의지원은 수험생 표본이 일정 수준 이상 확보되기만 하면 그때부터 살아 움직인다. 한번 제시된 합격선이 그대로인 배치표나 더 이상 바뀌지 않는 입시결과와 달리 모의지원에 나선 수험생 성적에 따라 합격선이 달라진다. 실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이 지원하기에 수능 난도 등의 ‘변수’는 더 이상 변수로 작용하지 못한다. 원서접수가 다가올수록 수험생들이 몰리면서 결과 예측은 한층 정교해진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최종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자 수험생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는 양상”이라며 “실 지원이 가까울수록 가변적인 온라인 합격진단 결과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수험생들이 한 눈에 볼 수 있는 데이터와 과학적인 예측이 가미돼 있다는 것도 수험생들의 눈길을 끄는 요소다. 휘문고 교장을 지낸 신동원 한국진로진학정보원(한진원) 이사는 수험생들이 모의지원을 선호하는 것에 대해 “수요자들 입장에서 보면 정시모집은 불안과 의문이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학적인 예측을 내놓는 모의지원을 찾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른 자료들에 비해 장점이 많다 보니 수험생들은 모의지원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수험생 가운데 절반이 넘는 66.7%가 모의지원 결과를 보고 처음 의도한 대학·학과를 다른 곳으로 변경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모의지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사교육의 주된 ‘상품’이던 유료 대면 상담 내지 컨설팅의 입지는 줄어드는 추세다. 유료 대면 컨설팅을 받았냐는 질문에 69.9^의 수험생이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소장은 “입시 전략을 세울 때 대면상담보다는 온라인 합격진단의 역할이 점점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더 커질 모의지원 영향력 어쩌나…늘어나는 정시모집에 수능 변화까지 = 물론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100% 신뢰할 수는 없다. 조사 주체가 사교육기관이라는 점에서다. 한 고교 진학교사는 “사교육 기관에서 실시하는 설문조사에 응한 수험생은 사교육을 이용하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공교육을 주로 이용하는 수험생들은 답변을 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사교육의 영향력이 실제보다 더 과장되게 나타났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다만, 다소 과장됐다 하더라도 모의지원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은 반박하기 어렵다. 진학사를 비롯해 메가스터디, 이투스 등 사교육기관이 주체가 돼 실시하는 모의지원이 정시모집에서 영향력이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시모집의 성패는 모의지원 결과를 얼마나 잘 해석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공교육에서 잔뼈가 굵은 진학지도 교사들조차도 학생들을 상담할 때 모의지원 결과부터 살필 정도다. 

문제는 모의지원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방법이 전무하다는 데 있다. 모의지원을 바탕으로 사교육이 내놓는 분석과 해석에 따라 대학들의 입시결과가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다. 모의지원 결과가 곧 입시결과가 되는 것을 본 수험생들은 더욱 모의지원에 의존하게 된다. 

공교육 주도로 모의지원을 만드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도 존재하지만, 서열화 논란으로 인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모의지원을 만들 만한 역량을 보유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도 대학들의 서열을 가르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모의지원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수능 성적 공개 방식을 바꾸는 것이 거론된다. 수시모집 합격생을 제외하고 실제 정시모집에 뛰어들 수험생들만을 기준으로 한 채점 데이터를 공개한다거나 수험생들이 자신의 위치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성적을 공개한다면, 모의지원에 의존하는 수험생은 줄어들 수 있다. 

공교육계에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모의지원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모의지원의 영향력이 큰 정시모집이 늘어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재작년 8월 발표한 2022학년 대입 개편안을 통해 정시모집을 30% 이상으로 늘리도록 권고한 정부는 지난해 또 다시 대입제도를 개선하겠다며 대입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놨다. 이 방안에는 2023학년까지 서울권 주요대학 대다수인 16개 대학의 정시모집을 40%까지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대학들의 선택이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대입 지형도를 고려하면, 다른 대학들도 정시모집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더 영향력을 키우면 키웠지, 모의지원의 영향력이 축소될 것이란 기대를 가지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수능이 대대적으로 바뀐다는 것도 모의지원 영향력 확대를 짐작케 만드는 부분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에 따라 2021학년 일부 영역의 출제범위가 변경되는 수능은 2022학년 국어와 수학에 선택과목을 도입하고, 탐구영역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며, 제2외국어/한문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등 큰 틀의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수능이 큰 폭으로 바뀌면, 전년도 입시결과는 의미가 없어지기에 수험생들은 더욱 모의지원에 매달리게 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지금은 모의지원에 이어 대학이 발표한 입시결과를 찾는 수험생들이 많지만, 2022학년에는 모의지원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각에서는 모의지원의 영향력이 자연스레 감소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수험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서로 점수를 비교하던 점수공개카페(점공카페)가 모의지원이 대두되며 사라진 것처럼 다른 유용한 수단의 등장으로 모의지원도 사양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서는 유튜브로 대표되는 동영상 등 대입 자료를 얻는 방법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배치표의 시대가 가고 모의지원의 시대가 온 것처럼 언젠가는 모의지원도 지금의 인기를 누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2000년대 유행하던 점공카페처럼 모의지원 대신 다른 수단이 떠오르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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