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검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

박검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
박검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

우리나라의 연구개발예산은 2019년 기준으로 20조5328억원이다.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2017년 기준으로 GDP 대비 정부연구개발예산은 1.13%로 OECD국가 중 최고였다. 독일 0.92%, 핀란드 0.84%, 미국 0.65%보다도 높았다. 그만큼 정부의 연구개발 의지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2019년 부처별 정부연구개발예산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34.1%로 가장 높았고 방위사업청 15.7%, 산업통상자원부 15.6%, 교육부 9.4% 순으로 상위를 차지했다. 주요기술별 R&D투자로는 생명·보건의료 12.3%, ICT·SW 11.9%, 우주·항공·해양 10.6% 그리고 에너지·자원 8.2% 순이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정부 의지와 비례해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기업도 열의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대부분 기업이 제품 상용화에 기업의 운명을 걸고 있다는 것을 재론할 필요도 없다. 특히 영세 중소기업일수록 제품상용화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그 기업들은 연구 인력이 부족한 것을 대학이나 공공연구기관을 통해 그들의 암묵적 지식을 처절하고도 간절하게 습득하고 있었다.

반면에 일부 기업들은 모럴헤저드에 빠져있었다. 가령, 중소기업 A는 여러 정부연구개발과제를 대학 등과 컨소시엄으로 수주하고, 공동연구를 수행했다. 대학의 경우는 소프트웨어 부분을 담당하고, 기업은 하드웨어를 주로 담당한다. 중소기업 A는 다른 기업들과 공모해 실제 연구개발비보다 적은 비용으로 하드웨어를 개발했음에도 전자세금계산서에는 더 많은 비용을 청구했다. 담당 회계사도 속을 정도로 정교하게 일을 도모했다. 결국, 그 기업에서 퇴사한 사람의 신고로 덜미가 잡히긴 했으나 모럴헤저드의 늪을 보여준 사례였다.

다른 예로는 필자가 H기업의 특허분쟁 자문을 한 경우인데 총 10회를 5개월 동안 진행했다. 특허소송보다는 평화적 분쟁 해결에 초점을 맞춰 자문했다. 그러나 자문 과정에서  기업의 핵심연구원이 퇴사하면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기업대표는 더 이상 협상을 진행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전략적으로 접근했으면 일정액의 특허 실시 로열티를 받을 기회도 있었으나 기업대표의 안일한 대응으로 골든타임을 놓쳤다.

문제는 정부사업에서 지원하는 자문비용의 20%를 H기업이 부담해야 했으나 그것을 지불하지 않으려고 했다. 아마도 그 대표는 자기가 필자에게 자문을 허락했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기업부담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왜 정부사업에서 기업부담금을 요청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이런 기업들에는 자문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또 다른 예는 많은 연구개발비를 수주하고도 모두 사용하지 못하고 사업비를 반납한 경우다. E기업의 대표는 충분히 사업비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직원의 해외출장을 허락하지 않았다. 기업이 바쁘다는 이유였지만 몹시 안타까웠다. 어렵게 수주하고 얻은 사업비를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 사업을 수주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가져야 할 일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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