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재 센터장은 15일 열린 전문대교협 연수의 강연자로 참석해 교양교과를 편성할 때는 반드시 대학이 설정한 핵심 역량을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진=허지은 기자)
주현재 센터장은 15일 열린 전문대교협 연수의 강연자로 참석해 교양교과를 편성할 때는 반드시 대학이 설정한 핵심 역량을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진=허지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만약 필라테스나 볼링을 교양과목으로 설치한다면 어떨까? 모두 학생들이 선호할 만한 수업이다. 그렇다면 보건의료계열 전문대에서 교양수업으로 코딩이나 드론, 디자인을 다룬다면 어떨까? 학점은 제한돼 있다. 그렇다면 어떤 교양과목을 설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핵심 역량을 기준으로 교양교과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해야 한다.”

15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직무대행 남성희, 대구보건대학교 총장)가 개최한 ‘전문대학 역량기반 교육과정 개발 운영과 평가 및 환류체계 수립 방안 과정’ 연수에서 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학습센터장은 이같이 말했다.

이번 연수는 전문대교협의 2019년 전문대학 교직원 동계 연수의 일환으로 열렸다. 역량기반 교육과정 운영 프로그램은 15일부터 16일까지 대전 인터시티호텔에서 진행된다. 이 연수에는 총 80여 명이 참여한다.

이날 역량기반 교육과정 연수 프로그램의 첫 강연을 맡은 주현재 센터장은 전문대에서 교양교과를 설계할 때는 핵심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삼육보건대학교가 핵심 역량을 도출한 과정과 학생의 역량 수준을 파악할 진단도구를 개발한 과정을 설명했다.

■핵심 역량 중심으로 교양교과목 설계 = 주 센터장은 “간호학과든 치위생과든 기초 코딩 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직업교육에 있어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과 코딩은 관련이 깊고, 우리 학교 학생들이 코딩을 배우면 융합 능력도 기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고 말했다.

공학계열이 아닌 보건계열 학과를 갖고 있는 삼육보건대학교가 이러한 판단을 내리게 된 기준은 대학이 설정한 핵심 역량이었다. 삼육보건대학교는 △글로벌 역량 △공동체 역량 △인성 역량 △사회 역량 △창의융합역량 △직업기초역량 등을 핵심 역량으로 설정했다. 창의융합역량과 직업기초역량을 기르기 위해 ‘SW코딩과 드론 활용’이라는 교양과목을 설치했다.

주 센터장은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교양과정 역시 마찬가지”라며 “핵심 역량뿐 아니라 그 하위역량과 연계되는 교과목을 설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사례를 들며 주 센터장은 교양교과를 주먹구구식으로 설계하는 것이 아닌, 핵심 역량을 근거로 활용해 체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더 이상 교수가 ‘학점이 모자라니 개설해달라’는 이유로 교양교과목을 개설해선 안 된다. 삼육보건대학교에서는 교양과목을 개설하려면 반드시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핵심 역량은 그 판단에서 가장 중요하게 활용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그는 두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는 교양교육을 설치하는 데는 환경적 제약이 있다는 것이었다. 주 센터장은 “교양 이수 학점에 제한이 있다. 2년제 학과에서는 보통 8학점 정도가 배정돼 있다. 많지 않은 숫자이기에 어떤 과목이 더욱 우선돼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역량을 요구하고 있어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도 이유로 들었다. 그는 “미래사회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지식으로는 새로운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특히 직업교육을 하고 있는 전문대에서는 산업의 변화가 요구하는 역량에 맞춰 모든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핵심 역량 교육모델 수립 과정은 = 삼육보건대학교가 6가지 핵심 역량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고려한 사항들과 핵심 역량 진단도구를 개발한 과정을 통해 역량 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참고할 시사점들도 제공됐다.

먼저 주 센터장은 역량에 대해 정의하며 “역량의 3요소는 지식, 기술, 능력이다. 역량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속성을 말한다. 이는 드러나지는 않지만 분명 존재한다. 그것이 얼마나 단단히 갖춰져 있는가에 따라 지식과 기술이 형성된다”고 전했다.

핵심 역량을 도출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사례로는 기업가 정신, 세계경제포럼에서 제시된 21세기의 핵심기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데세코(DeSeCo) 프로젝트’의 4C 역량 등을 들었다. 또 2018년 8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인재상을 분석한 결과도 안내했다. 이 조사 결과, 100대 기업들이 가장 많이 꼽은 인재상은 ‘소통’과 ‘협력’이었다.

이와 관련해 주 센터장은 “미래인재의 역량으로 소통 능력과 협업 능력, 감성 능력을 꼽은 사례들이 눈에 띈다”며 “특히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은 그 자체로 기업이 원하는 바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육보건대학교가 이처럼 역량에 대한 문헌조사와 대학의 환경, 교육 수요자들의 요구를 조사하는 과정을 거쳐 핵심 역량을 도출했다는 것이 주 센터장의 설명이다. 또한 핵심 역량은 대학의 인재상에도 부합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도출한 핵심 역량의 타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델파이 조사와 같은 의견수렴 절차도 실시했다.

이를 통해 대학이 그리는 인재상을 설정하고 관련한 역량을 도출했다. 삼육보건대학교의 첫 번째 인재상인 ‘도전적 세계인’에서는 글로벌 역량과 공동체 역량을 키워드로 꼽았다. 또한 ‘창의적 전문인’과 관련해서는 창의융합역량과 직업기초역량을 뽑아냈다. 또 이 과정에는 대학의 특성도 반영됐다. 건학이념에 녹아있는 기독교적 철학을 구현하기 위한 인재상인 ‘정직한 진심인’을 기르기 위해서는 인성역량과 사회역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도출한 핵심 역량이 적합한지를 점검하기 위한 진단도구도 개발했다. 주 센터장은 “우리 대학이 목표하는 인재 양성에 필요한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규명하고, 역량 개발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기 위해 진단도구를 개발했다”며 “문헌조사와 더불어 타 대학의 사례를 참고해 핵심 역량을 측정할 수 있는 개념을 정의하고, 이를 파악할 수 있는 문항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설명하며 그는 핵심 역량에 대한 ‘조작적 정의’를 내리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센터장이 말하는 조작적 정의란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덧붙인 설명이다. 그는 “정말 교육 혁신을 하고 싶다면 조작적 정의를 잘 내려야 한다”며 “조작적 정의의 내용이 곧 진단도구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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