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고려대와 호주국립대 연구진이 매우 좁은 공간에서 변신하는 빛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빛을 제어할 수 있는 제3의 방법에 대한 실험적 관찰 증거를 발견한 것으로서, 향후 양자암호통신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홍규 고려대 교수(물리학)
박홍규 고려대 교수(물리학)

한국연구재단은 박홍규 고려대 교수(물리학)와 키브샤(Kivshar) 호주국립대 교수 연구팀이 나노실린더 구조에 빛을 가둬, 빛의 색깔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광소자를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머리카락보다 100배 가느다란 나노실린더에 적외선 영역의 빛을 가두자 적외선이 아닌, 가시광선 영역의 빛이 출력되는 현상을 직접 관측할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박홍규 교수는 “붉은 빛이 매우 좁은 공간에 갇히면 청색의 빛으로 빠져나오는 ‘빛의 비선형성’을 강화시킨 결과”라며 “여러 다른 파장의 빛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이번 실험을 통해 실제로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빛을 제어하는 방법으로는 광섬유 경계면에서 일어나는 ‘전반사’나 ‘광결정’에서 나타나는 특정 파장의 빛 반사 등 두 가지가 전부였다.

우주 탄생 당시부터 빛은 존재했지만, 빛을 제어하려는 인류의 노력은 21세기에 들어서야 이론적으로 제안됐을 뿐이다. 박 교수는 “아주 작은 나노구조에 빛을 접속시켜 빛을 제어하고 빛의 파장을 바꾸는 제3의 방법이 21세기에 이론적으로만 존재했다”며 “이를 입증하는 실험적 결과는 이번 연구결과 이전까지 없었다”고 설명했다.

나노실린더 구조와 크기를 최적화하고 입사되는 빛을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 파장변환이 극명하게 나타나도록 함으로써 실험적인 관찰이 가능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약한 빛이 입사하더라도 나노실린더를 이루는 화합물 반도체(AlGaAs)와 강하게 상호작용하면서, 빛의 파장변환 효율이 크게 높아지도록 설계한 것이다.

실제 이렇게 만들어진 나노광소자를 이용한 결과, 기존 나노구조체와 비교했을 때 빛의 파장변환 효율을 100배 이상 높일 수 있었다. 작은 공간에 빛을 가둔다는 측면에서 광소자와 레이저의 동작 원리가 같은 만큼 연구진은 향후 나노실린더 구조를 활용한 나노레이저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연구를 더욱 발전시킨다면 빛 알갱이 하나의 색깔까지 바꿔서 양자암호통신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중요성은 지금보다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지원사업(리더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이번 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17일 게재됐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