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동의청원 사이트 10일 오픈…10만명 이상 동의 시 자동회부
“직접민주주의 실현…적극적으로 활용할 것” 긍정적 평가
“정치적 활용, 전문성보다 다수에 따를 수도” 걱정도 나와

국민동의청원 메인화면
국민동의청원 메인화면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대학 구성원을 비롯해 국민 누구나 직접 법안을 제안하는 시대가 새롭게 열렸다. 국회의원의 고유 권한인 ‘입법권’이 일반인까지 확대된 것이다. 대학가에서는 민의 반영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환영의 의사를 밝히는 한편, 정치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국민동의청원 오픈···국민 입법 시대 개막 = 10일 국회는 온라인 청원 사이트 ‘국민동의청원’을 오픈했다. 앞서 지난해 ‘국회법’에 전자청원 도입 근거가 생겼고, 9일 전자청원제도 운영에 필요한 내용을 담은 ‘국회청원심사규칙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면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정부와 국회에 기대지 않고, 국민이 직접 입법에 참여하는 ‘국민발안제’가 시행된 것이다. 지금까지 국회에 입법청원을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회의원의 소개를 받아 문서로 작성한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국회의원의 소개를 받지 않고도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서 30일 이내 10만 명의 국민에게 동의를 받으면 법률 제‧개정, 공공제도‧시설운영 등에 대한 청원이 가능하다.

국민동의청원을 이용해 청원하려면,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http://petitions.assembly.go.kr)에서 회원 가입 후 양식에 맞춰 청원 내용을 등록하면 된다. 청원 등록 시 자동 생성되는 주소를 SNS 등을 통해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 30일 이내에 100명 이상의 찬성을 받으면 청원요건 심사를 거쳐 일반 국민에게 공개, 동의가 진행된다.   

이는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유사하다. 하지만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달리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국회법에 도입근거를 두고 청원법의 적용을 받아 운영된다. 

청와대 국민청원의 경우 청원이 성립(국민 20만명 이상 동의)되더라도 정부 관계자가 답변하는 것에 그친다. 청와대 국민청원의 상당수가 입법을 요구하는 청원이다. 이에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청원이 성립되면 국회가 이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해 심사할 의무를 지게 된다는 점에서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인 청원권을 보다 실효성 있게 보장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1호 청원은 오토바이도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차량과 함께 통행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이다. 1호 청원은 2월 13일까지 10만명의 동의를 받으면 소관 상임위에 회부된다. 

■ 대학가는 기대半 우려半 = 대학가는 직접민주주의 형태를 띤 국민동의청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김용석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 이사장은 “고등교육의 측면에서 대찬성이다. 여러 방면에서 활용하겠다”며 “미래를 대비해 고등교육이 변해야 할 체계가 많은데 아무리 목소리를 내도 반영되지 않았다. 국민동의청원은 직접민주주의에 가까워질 수 있단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형철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 상임회장도 “국민동의청원은 직접민주주의 성격을 가진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라며 “입법과정에서 의견 제시의 길이 열렸으니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대학노조) 정책실장은 “그동안 정부와 국회가 입법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민은 아무리 청원해도 입법까지 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동의청원은 접근이 쉽고 의사를 반영하기 수월해진다는 점에서 고등교육 개혁 등의 활용 창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교육 분야의 특수성으로 인한 우려도 나왔다. 우선 이해관계에 따른 대립각이 뚜렷하고, 하나의 합의점에 도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대입정책, 등록금 인상 이슈 등이 그 예다. 

김용석 이사장은 “문제는 왜곡돼서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다양한 목소리마다 자신이 옳다고 주장한다. 팩트에 근거하기보다 정치적 활동으로 인해 의사를 반영하려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병국 정책실장도 “청와대 국민청원처럼 무분별한 의견 개진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형철 회장은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서 다수의 동의에 의해 결론이 날 수 있는 소지가 높다”며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영역에서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기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대학가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오랫동안 요구했지만, 일반인들 가운데 상세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정책이 기계적 평등에 따라가면 교육 시스템은 무너진다. 전문가의 의견이 존중되는 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기존의 국회의원 소개 청원제도도 그대로 유지된다. 국민들은 국민동의청원과 국회의원 소개청원을 자율적으로 선택해 이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국회사무처는 “국민동의청원은 IT기술을 활용해 국회가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과 입법수요를 보다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회사무처는 국민동의청원이 국회에 처음 도입된 만큼,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시스템을 지속해서 개선하면서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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