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총회서 ‘2020년대 우리 대학이 나아갈 길’ 주제 좌담회
김헌영·김영섭·김수갑·정진택·김상호·양보경·박종구 총장 발표

[한국대학신문 이현진·이지희·이하은 기자] 2020년을 맞아 총장들은 국내 대학이 앞으로 새로운 10년을 나아가는 데 필요한 핵심 키워드로 ‘혁신’ ‘공유(협력)’ ‘다양성’을 꼽았다. 4차 산업혁명과 학령인구 감소, 대학재정 감소 등의 다양한 위기가 직면했지만 다양성을 기반으로 교육·연구 혁신을 이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극복하자는 의미다.

22일 대교협이 The-K호텔서울에서 개최한 ‘2020년 정기총회’에서 ‘2020년대 우리 대학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총장 좌담회가 열렸다. 좌담회에서는 김헌영 강원대 총장(AI 교육, 청년들에게 기회의 시간)을 비롯해 △김영섭 부경대 총장(21세기 한국고등교육혁신위원회 설치) △김수갑 충북대 총장(공유대학체제 구축 및 공동 교육혁신 추진) △정진택 고려대 총장(다양성 기반 교육 및 연구 혁신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 △김상호 대구대 총장(대학 다양성의 가치 존중과 강소대학 만들기) △양보경 성신여대 총장(대학 평생교육 기반 확충 및 여성 글로벌 인재육성 추진) △박종구 초당대 총장(대학현안 문제 극복을 위한 교섭 채널 다양화) 등 7명의 총장이 패널로 참석해 각각의 주제로 향후 대학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 김헌영 강원대 총장 “인공지능(AI) 국가경쟁력 확보에 ‘대학’이 중심돼야” =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AI 분야에서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중심이 돼 미래 산업 시대를 살아갈 청년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AI 교육, 청년들에게 기회의 시간이다’를 주제로 이야기 하며 “AI가 기존 시장 흐름과 판도를 뒤집어 놓는 ‘게임 체인저(Game Cjanger)’로 떠오르면서 해외 선진 국가들도 앞다퉈 기술개발과 인재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정부도 지난해 AI 관련 산업 융성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455조원에 이르는 경제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사회 각 분야에서 AI 활용이 활발해짐에 따라 교육 패러다임 변화도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대학은 정부 지원 아래 AI 관련학과를 신·증설하고 교원 기업 겸직 허용 규제 완화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AI 분야 우수 전문가 영입과 데이터 확보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총장은 “급변하는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AI 기술개발과 더불어 현재 개발된 기능을 다양한 학문 분야에 응용·적용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며 “AI 활용에 필요한 빅데이터 분석과 다양한 분야에 AI 알고리즘을 응용한 연구와 인재양성을 하는 게 시급하다. 지금이 바로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카이로스(기회를 잡을 수 있는 순간)’”라고 진단했다.

■ 김영섭 부경대 총장 “대학 위기 극복 위해 대학 현장 변화가 급선무”= 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한국 고등교육 진짜 위기는 대학 내 교육의 방향성 위기라고 진단했다. 학령인구 급감과 대학재정 위기 등이 한국 대학 위기 요소로 평가되고 있지만 AI 시대가 도래한 상황에서 낡은 지식전달 교육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학 현장의 변화가 한국 대학의 도태를 부추긴다는 의미다.

김영섭 총장은 “대학간·학과간·학문간·교수간 단절돼 있는 현실이지만 이 벽을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며 “교육혁신을 위해서는 경쟁교육에서 협력교육·팀워크 교육으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향후 10년이 대학 미래 100년의 생존과 발전을 가르는 임계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총장은 “지식식민시대가 아니라 First Mover로서 글로벌 고등교육에 이니셔티브를 잡아내는 기회의 10년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21세기 한국고등교육혁신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현재의 ‘국가교육회의’를 발전시켜 정권이 바뀌어도 자유로운 독립기구가 설치돼야한다는 설명이다. 김 총장은 “대교협이 중심이 돼서 대학 현장을 바꿀 수 있는 구심점을 만들자. 대학 뿐 아니라 기업, 외국 교육기관·정부 등 전문가를 초빙해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AI 시대를 맞아 콘텐츠와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위원회에는 미래 교육을 위한 교육개혁과 철학, 비전 등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수갑 충북대 총장 “공유대학체제 구축과 연구 활용한 수입창출” = 김수갑 총장은 교육 분야와 연구 및 산학협력 분야를 중점으로 설명했다. 김 총장은 교육 분야에서 공유대학체제를 본격적으로 구축해 공동 교육혁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0년대에는 개별 대학 차원에서 학사제도 운영을 통한 융합교육 기반을 마련하는 정책이 시행됐다”면서 “2020년대에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적 요구 및 AI(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른 혁신적 변화가 예상된다. 공동으로 생존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대학 간 협력 네트워크를 더욱 발전시켜 대학 간의 개방과 공유를 촉진하기 위한 공유대학 체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이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공동 교육혁신체제 구축과 대학운영 성과의 통합적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하드웨어적 인프라보다는 가상교육, 원격교육 등 교육시스템의 재정비, 범지구적 교육네트워크 구축 등 소프트웨어적 대학 인프라를 고도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 및 산학협력 분야에서 융·복합 연구와 대학지식의 수익창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2020년대에는 정부정책을 연구 중심으로 전환해 대학원 운영체계를 혁신하고, 지역과 연계한 융·복합 연구 확대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와 함께 대학 차원에서도 대학보유 지식자산을 활용한 수입증대 활동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정진택 고려대 총장 “다양성 기반 교육과 연구혁신으로 새로운 가치 창출해야” = 정진택 총장은 다가오는 시대에 대학이 품고 가야 할 가치로 ‘다양성’에 주목했다.

정 총장은 “대학은 다양한 전공들이 느슨하게 연결된 집합체로서 학생들이 다양성의 가치를 직접 경험함으로써 다양성 역량 및 감수성을 갖출 수 있는 최적의 조직”이라며 “고려대는 다양성 기반의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노력을 체계화하고 조직 문화 차원으로 승화시킬 목적으로 국내 사립대 처음으로 지난해 ‘다양성 위원회’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정 총장은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소규모 그룹을 구성해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하면서 상호협력을 토대로 복합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융합 교육 프로그램과 다양한 융합 전공 및 튜토리얼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와 관련해서는 “연구비 수주 및 연구결과에 대한 평가 때문에 연구 주제가 제약될 수밖에 없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연구지원을 위한 기금(KU-FRG)을 마련했다”며 “이를 통해 연구자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수행해, 연구의 다양성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간 정부 평가가 일괄적인 기준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대학의 형편이 다른데도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동질화 됐다”면서 “정부도 미래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각 대학이 특성화될 수 있도록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김상호 대구대 총장 “소외됐던 지방 사립대·중소대 경쟁력 키워야”= 김상호 대구대 총장은 대학의 크기나, 목표, 경영방식, 교육 여건 등은 물론 교육수요자의 요구가 각기 다름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학들이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의 특성이 사라진 배경은 획일적인 잣대와 지원 때문이란 설명이다.

김 총장은 “2020년에는 그동안 여러 가지 지원을 받아왔던 서울 5개 명문대와 지방 거점대의 지원은 제한하고, 소외됐던 지방 사립대와 중소대학의 경쟁력을 키워야 고등교육 총량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평등한 환경에서 불편과 불이익을 감수할 것이 아니라 학생 교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지 않고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며 “대학이 아닌 학생을 보고, 경영이 아닌 교육을 생각해 획일성이 아닌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양보경 성신여대 총장 “대학공유·여성글로벌 인재 양성으로 대학 발전 이끌어야”= 양보경 성신여대 총장은 대학 발전을 위한 방법의 하나로 서울총장포럼 대표로서의 경험을 공유했다. 2015년 출범한 서울공유대학플랫폼 사례를 참조해 대학 간 공유를 넘어 지자체, 지역사회, 시민 및 주민, 기업과의 공유까지 허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양 총장은 “여러 가지 시도를 추진했지만 많은 규제와 법적 제약에 묶여 공유하기 어려운 현실을 절감했다”며 “제한이 완화 돼 공유 플랫폼이 더 많은 지역으로 확산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여성글로벌인재육성도 강조했다. 해외 여성인력 초청 양성프로그램을 추진해 세계 여성인력네트워크 양성 및 강화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여대 학부와 대학원에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시아 지역 등의 여대생이나 여성 공무원, 여성 기업인을 초청해 학위를 수여하고, 장단기 교육 연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육성 방안이다.

양 총장은 “자원을 어디에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로 국내 대학에 지원도 필요하지만 저개발, 중진국 대학을 연결해 지원하기를 바란다”며 “교육부와 정부의 지원으로 국내 대학의 자원을 공유해 서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 박종구 초당대 총장 “대정부 교섭 채널 다양화·국회 설득, 소통 채널 다변화 시급”= 박종구 초당대 총장은 교육부에 한정된 대정부 교섭 채널 다양화를 제안했다. 박 총장은 “교육부가 고등교육의 주무부처이지만 정부 내 역할과 위상은 제한적”이라며 “상당수 대학 관심사항은 기획재정부 등 예산 당국과 협의 없이 불가능해 기재부, 총리실 등 관련 부처와 다각적인 협의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대국회 설득 노력을 극대화해 고등교육 교부금 도입이나 등록금 인상 등의 핵심 과제를 해결해한다는 입장이다. 박 총장은 “여야 정책위나 국회 상임위 등과 협의 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핵심 과제는 차기 대선 공약에 반영해야 정책 초진의 실효성이 담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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